건강상식

[100세 과학] 뇌 노화 늦출 약물 13개, AI가 찾았다

해암도 2025. 3. 13. 09:26

英 3만여명 뇌 MRI 데이터 분석
뇌 노화 늦출 유전자 7개도 발견

 
 
최근 과학계에서는 뇌 노화를 늦추기 위한 연구가 잇달아 진행되고 있다./챗GPT4o

중국과 이스라엘 과학자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유전자를 찾았다. 동시에 이 유전자를 조절할 약물도 추려냈다. 이미 다른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이어서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뇌 노화를 억제하는 데 쓸 수 있다고 전망된다.

 

중국 저장대와 베이징 셰허의학원, 인민해방군 종합병원, 이스라엘 하이파대 공동 연구진은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다른 사람보다 뇌가 더 빨리 늙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7개를 확인하고, 이를 억제할 약물도 13가지 찾았다”고 밝혔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뇌 기능이 떨어지지만 뇌의 노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이보다 뇌 기능이 더 빨리 늙는 사람도 있다. 연구진은 이를 ‘뇌 나이 차이(BAG·Brain Age Gap)’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BAG 값이 클수록 뇌가 실제 나이보다 더 빨리 늙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BAG가 왜 발생하는지, 어떤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AI를 활용해 뇌 노화의 원인을 찾고, 이를 늦출 방법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있는 3만1520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AI 모델에 학습시켜 뇌 나이를 예측했다.

 

분석 결과, 치매와 우울증, 조현병 등 뇌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더 높은 BAG 값을 보였다. 이들은 건강한 사람보다 뇌가 더 빨리 늙은 셈이다. 다만 연구진은 뇌 질환이 뇌 노화를 가속하는 원인인지 혹은 뇌 노화가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BAG와 관련한 유전자 9개도 발견했다.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유전자 외에도 TP53, NKX2-2 등의 유전자가 뇌 노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구진은 BAG 값이 큰 사람일수록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밝혀냈다. 뇌가 실제 나이보다 빨리 늙는 사람이 유전적으로 낮은 인지 기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뇌 노화를 늦출 가능성이 있는 7개의 핵심 유전자(MAPT, TNFSF12, GZMB, SIRPB1, GNLY, NMB, C1RL)도 추가로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들이 염증 조절과 신경세포 보호, 면역 반응 등에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승인된 약물 중 뇌 노화 치료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13가지 약물을 찾아냈다. 라파마이신, 다사티닙, 메트프로민과 같은 약물로, 이미 다른 질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어 안전성이 입증됐다. 그만큼 더 빨리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다. 허향숙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약 개발은 보통 10년 이상 걸리지만, 기존 약물을 활용하면 5~6년 내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뇌 노화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닌 유전자와 환경 등 복합적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유럽계 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발견된 유전자들이 노화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히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 https://doi.org/10.1126/sciadv.adr3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