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제품 뒷면만 보면 알 수 있다, 치매·암 부르는 ‘악마의 식품’

해암도 2024. 1. 21. 16:52

 

당신이 뭘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내가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겠다. 

 

프랑스 정치인이자 미식가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Brillat-Savarin·1755~1826)이 한 유명한 말입니다. 과학적으로도 진실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먹는 건 우리 미래를 결정합니다. 음식은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합니다.

 

20세기 들어 음식이 뭘로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칼로리’와 ‘영양소’가 전 세계 보건정책의 근간이 됐습니다. 당분이나 트랜스지방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라는 식의 가이드라인도 이에 따른 것이죠.

지금까지는 얼마나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느냐를 칼로리와 영양소에 근거해 판단해 왔다. 하지만 칼로리가 높지 않고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식단이지만 몸에 유해한 식품이 있다. 초가공 식품이다. 중앙포토.

 

🧾 다룰 내용

① 새로운 식품체계 ‘NOVA’
② 초가공 식품이 대체 뭔가
③ 수명 줄이는 초가공 식품의 위험성
④ 어떻게 걸러낼까
⑤ 치매 막는 건강 식단

그런데 칼로리와 영양소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영양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또 다른 식품 기준이 최근 등장했습니다. ‘NOVA’(새롭다는 뜻의 포르투갈어)라고 명명된 식품 분류 체계입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영양보건학 교수인 카를루스 몬테이루(Carlos Monteiro)가 “칼로리와 영양소만 따져서는 건강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다”며 창안한 분류 체계입니다. NOVA는 브라질을 넘어 남미, 유럽, 미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양학자들도 점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추세입니다.

NOVA는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식품군을 단 한 가지로 못 박습니다. ‘초가공 식품(Ultra Processed Food)’입니다. 지난 10년간 축적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초가공 식품은 암을 일으키고 뇌 건강에 치명적이며 수명을 갉아먹습니다.

초가공 식품이 무엇이길래 우리 몸을 망치는 걸까요. 초가공 식품을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요. NOVA 창시자인 카를루스 몬테이루 교수, 이어 이상아 강원대 예방의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초가공 식품의 위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NOVA의 ‘그룹 4’를 조심하라!

몬테이루 교수는 지난 30년간 브라질 사람의 식습관과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를 추적했습니다. 그는 2000년대 후반 과거 데이터를 살피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사람들이 197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기름, 설탕, 소금을 훨씬 덜 구매하는데도 비만율은 치솟았던 겁니다.

브라질 사람들의 비만율은 1970년대부터 30년에 걸쳐 급격하게 올라갔다. 이가진·박지은 디자이너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사람들은 기름, 설탕, 소금을 다른 형태로 더 많이 섭취하고 있었습니다. 높은 과당과 트랜스지방으로 범벅된 탄산음료나 과자 같은 식품이었죠.

몬테이루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소금, 설탕, 지방 섭취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만성질환 유병률도 높아졌다”며 “최근에 올수록 먹는 것이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먹는 것에 대해 경고하려면 식품 분류 체계도 새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 끝에 마침내 2009년 NOVA라는 새로운 체계를 내놨습니다. 10년이 더 흐른 현재, 이 체계는 지난 100년간 영양학계를 지배하던 칼로리-영양소 중심의 분류 체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NOVA는 식품을 네 종류로 나눕니다.

NOVA의 식품 분류. 이가진·박지은 디자이너

 

‘그룹 1’은 전혀 가공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입니다. 무가공 식품이나 최소 가공 식품이라고도 합니다. 식물의 먹을 수 있는 부분, 즉 과일이나 씨앗, 잎, 뿌리 그리고 동물과 생선이 포함됩니다. 달걀과 우유, 버섯과 해조류도 포함됩니다. 신선한 재료를 건조하거나 분쇄하거나 찌거나 굽는 등 요리한 것도 이 분류에 속합니다. 밀가루나 우유를 발효해 만든 요거트 같은 발효식품도 소금이나 설탕 등 다른 첨가물이 없다면 여기에 속합니다.

‘그룹 2’는 ‘그룹 1’ 식품을 가공해 얻어진 물질입니다. 가공 식재료라고 합니다. 원심분리나 정제 등의 과정을 통해 나온 것들이죠. 올리브유나 포도씨유 같은 식물성 기름, 우유에서 얻은 버터, 돼지고기에서 얻은 라드, 그리고 설탕, 소금, 식초 등입니다.

‘그룹 3’은 가공 식품입니다. ‘그룹 1’에 ‘그룹 2’를 첨가한 식품입니다. 밀가루에 소금과 설탕과 버터를 더해 만든 빵이나 소금에 절인 생선 같은 것들이죠.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파스타나 피자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집에서도 흔히 먹는 식품입니다. 몸에 크게 해롭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네 번째 그룹인 초가공 식품에 이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초가공 식품은 무엇

‘그룹 4’는 여러 단계에 걸쳐 산업적 공정이 끼어든 초가공 식품입니다. 가공 식품보다 많은 당과 지방, 염분이 첨가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방에서는 보기 힘든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고농축 과당이 들어가기도 하고, 향을 내기 위해 화장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을 넣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탄산음료, 농축 과일 주스, 마가린, 치킨 너겟, 소시지, 런천 미트 등이 포함되죠. 인스턴트 냉동 식품도 대부분 이 분류에 들어갑니다.

빵도 집에서 굽거나 첨가물을 넣지 않는 제빵소에서 만들면 가공 식품이지만, 여기에 유화제나 색소, 방부제를 넣으면 초가공 식품으로 분류된다. 가공 식품과 초가공 식품은 단 한 글자 차이일지 몰라도 차이는 매우 크다. 초가공 식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가진·박지은 디자이너

 

물론 같은 빵이나 피자, 소시지라도 가공 식품일 수도 있고 초가공 식품일 수도 있습니다. 빵을 예로 들자면 밀가루, 효모, 소금 그리고 첨가물이 들어가 있지 않은 버터로만 만들면 가공 식품이지만, 유화제나 색소를 넣으면 초가공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몬테이루 교수는 “가공 식품과 초가공 식품은 ‘초’라는 말이 하나 더 붙은 것 이상의 차이가 있다”며 “둘은 완전히 다른 식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가공 식품인 딸기잼은 자연에서 온 원재료에 설탕 같은 주방에서도 쓰이는 성분을 더해 만든 것이지만, 초가공 식품에는 공장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해 만든 식품 첨가물이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가공 식품은 균형 잡힌 식단으로 포함해도 되지만, 초가공 식품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하는 식품이라는 거죠.

몬테이루 교수는 브라질의 식품 가이드라인을 바꿔놓은 ‘NOVA’ 시스템을 창안했다. 그는 초가공 식품의 위험성에 대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사진 EAT

 

NOVA가 나온 뒤 브라질은 2014년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초가공 식품 소비를 삼가라고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다른 남미 국가들도 이에 준하는 조치를 뒤이어 취했습니다.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도 이를 받아들여 초가공 식품 섭취를 줄일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상아 교수는 “NOVA 시스템의 핵심은 균형”이라고 했습니다. 칼로리나 영양소만 따지는 것보다 오히려 더 균형 잡힌 식사를 하게 해준다는 거죠. 그는 “초가공 식품엔 칼로리가 없는 것도 아주 많다”며 “칼로리가 낮다는 이유로 향신료와 감미료가 들어 있는 음식을 더 섭취하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류 체계가 급진적이라는 의심의 눈길도 있었습니다. 2010년대 영양학계에선 초가공 식품이 그저 가공 식품에 비해 설탕, 소금, 지방이 더 많이 쓰였을 뿐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식품 첨가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도 있었죠.

🚬“초가공 식품, 담배만큼 위험”

미국 국립보건원도 NOVA라는 새로운 체계에 의해 정의된 초가공 식품이 건강에 실제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2019년 이 기관 연구원 케빈 홀은 실험 하나를 설계합니다.

사람들을 2주 동안 한 군데 모아놓고 한 부류는 무가공 식품만 먹이고, 한 부류엔 초가공 식품만 줬습니다. 음식은 제한 없이 자유롭게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무가공 식품과 초가공 식품은 영양소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무가공 식품이 초가공 식품에 비해 단백질이 약간 더 많기는 하지만,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두 집단은 영양 측면에선 균형잡힌 식단을 섭취한 셈이다. 이가진·박지은 디자이너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초가공 식품 식단을 먹은 사람들은 하루 약 500칼로리를 초과 섭취했습니다. 그리고 2주 동안 체중이 1㎏ 정도 늘었습니다. 무가공 식품 식단을 먹은 사람들은 칼로리 섭취도 적었고 체중도 줄었습니다.

두 집단은 섭취한 칼로리가 달랐으며, 이에 따라 체중도 달라졌다. 초가공 식품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칼로리를 먹게 하는 어떤 ‘힘’이 있는 것만 같았다. 이가진·박지은 디자이너

 

초가공 식품의 위험성을 간단한 실험으로 알린 연구였습니다. 이후 미국 영양학자들도 초가공 식품의 위력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 논문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셀 대사학(Cell Metabolism) 저널에서 최신 논문보다도 더 많이 읽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초가공 식품이 얼마나 건강에 나쁜지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100건이 넘습니다. 초가공 식품을 많이 먹은 사람들은 대장암 발병 위험이 29% 높았습니다.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도 27% 높았습니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도 28% 더 빨랐습니다. 우울증 위험은 81%까지 높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치매 위험도 크게 높입니다. 지난해 중국 톈진대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 식품을 10% 더 먹으면 치매 위험은 25% 커집니다. 초가공 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치매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영양학자들은 초가공 식품을 음식이 아니라 유사 음식 혹은 가짜 식품으로 봅니다. 음식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체는 공장에서 만든 화학 제품이라는 거죠. 그래서 담배처럼 규제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을 펴는 학자도 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의사 크리스 반 툴레켄(Chris Van Tulleken)은 올 4월 펴낸 책 『초가공 인간: 왜 우리는 모두 음식이 아닌 걸 먹는가… 왜 그만두지 못하나(Ultra-Processed People: Why Do We All Eat Stuff That Isn’t Food … and Why Can’t We Stop?)』에서 “우리가 초가공 식품을 만드는 회사를 담배 회사처럼 보지 않는 이상, 그러니까 그들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변화는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떻게 걸러낼 수 있나

사실 우리나라는 초가공 식품 섭취 비율이 높은 나라는 아닙니다. 미국이나 영국에 비하면 꽤 낮은 편입니다. 우리는 한식이라는 건강한 식품에 기반한 오래된 음식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초가공 식품 사랑은 엄청나다. 그에 비해 우리는 초가공 식품을 식단에 넣는 비율 자체가 낮은 편이다. 이가진·박지은 디자이너

 

하지만 같은 한국인이더라도 초가공 식품을 먹는 양의 편차는 큽니다. 잘 먹지 않는 하위 25% 그룹은 초가공 식품 섭취 비율이 전체 식단의 7%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많이 먹는 상위 25% 그룹은 전체 식단의 58%를 차지합니다. 매일 먹는 음식의 절반 이상을 초가공 식품에 의존한다는 얘기죠. 이쯤이면 미국인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초가공 식품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올해 5월 이상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 중 초가공 육류나 초가공 생선을 많이 먹은 사람은 사망 위험이 24%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초가공 우유나 초가공 두유를 먹은 사람들도 사망 위험이 10% 높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초가공 식품을 거를 수 있을까요. 일단 개인 차원에선 식품 뒷면의 라벨을 주의 깊게 보는 게 최선입니다. 성분 목록을 보고 최대한 첨가물이 적은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죠. 보통 집 주방에서 찾기 힘든 성분이라면 거르시는 게 좋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어려운 이름의 물질이 많이 들어간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상아 교수는 “살면서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명칭이 눈에 띄거나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생각이 든다면 90% 이상 초가공 식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초가공 식품의 문제점을 잘 인지하고 있는 미국엔 음식마다 점수를 매기는 사이트(TrueFood)도 등장했습니다. 초가공 식품이라도 위험도가 낮은 건 0점에 가깝지만 높은 식품은 100점에 가까울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초가공 식품은 다양한 첨가제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상아 교수는 “초가공 식품 중 육류에 사용되는 첨가물은 물에 잘 흘러나오는 특징이 있다”며 “안 먹을 수 없다면 물에 담갔다 먹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아직 초가공 식품이 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메커니즘이 확실히 규명돼 있진 않습니다. 초가공 식품이라고 해도 들어 있는 첨가제는 각기 다르고, 그 모든 것들을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있습니다.

먹기가 너무 편해서 초과 칼로리 섭취를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과학자도 있고, 다양한 첨가제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내세우는 이도 있습니다. 이상아 교수는 “초가공 식품은 고온 처리를 빈번히 하므로 단백질이 변형돼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전환된다거나, 화학물질이 음식 분해를 촉진해 빨리 흡수시켜서 더 많은 음식을 먹게 하는 메커니즘을 만든다고 보는 가설도 있다”고 했습니다.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이 뭐든 초가공 식품이 결과적으로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위협한다는 연구는 위에 말씀드렸다시피 충분히 많습니다. 과정은 확실치 않지만 인과관계는 확실하다는 말이죠. 그러니 혹시나 초가공 식품을 즐기는 분이라면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이번에 인터뷰한 영양학자들은 근본적 해결책을 “부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몬테이로 교수는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초가공 식품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진짜 음식은 인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먹어 온 음식들이며, 이것이 오늘날의 우리를 있게 해 준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요리를 함께 하는 ‘부엌 교육’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 어릴 때부터 식재료를 다룰 줄 알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법을 배우는 게 칼로리나 영양소를 달달 외우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죠.

몬테이루 교수는 “요리를 여성이 전적으로 책임지기보다 가족 구성원이 참여해 함께하는 것이 좋다”며 “요리와 식사에 필요한 활동을 가족이 함께하면 더 건강하고 풍미 있는 식사를 오랫동안 쉽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상아 교수는 “1인 가구가 많다 보니 요리에 대한 부담이 크다. 어릴 때부터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교육을 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건강해지고 싶다면 뭘 먹지

‘초가공 식품을 끊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건강한 식단은 뭐지?’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건강 식단의 종류는 매우 많지만, 그중 연구로 증명된 두 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2015년 미국 러시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MIND’ 식단이 인지 기능 저하를 줄여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치매 발병을 지연시켜 주는 식단인 셈입니다. 이 식단에 더 가까운 사람일수록 인지 기능 저하가 상당히 늦춰졌습니다.

MIND 식단은 지중해식(Mediterranean)에 수축기 고혈압 조절 식단인 ‘DASH(Dietary Approach to Systolic Hypertension)’를 적절히 배합해 신경발달 저하를 지연시키려고 만든 식단입니다.

치매 막아주는 'MIND' 식단. 박경민 기자

 

MIND 식단이 권장하는 식품은 우리가 흔히 아는 건강 식단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채소, 베리, 견과류를 많이 먹고 단백질은 생선과 닭고기로 보충하라는 겁니다. 통곡물과 콩류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눈에 띄는 건 올리브유가 주된 지방 섭취원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다른 기름, 특히 버터나 마가린 같은 동물성 지방보다 올리브유를 우선시하라는 거죠. 붉은 육류나 튀긴 음식, 당이 잔뜩 들어간 달달한 식품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와인을 하루 딱 한 잔 마시는 걸 추천한다는 겁니다. 대신 하루 두 잔 이상 와인은 안 먹느니만 못했습니다. 10년간 MIND 식단을 잘 따르는 상위 3분의 1에 속한 사람은 하위 3분의 1에 속한 사람보다 나이가 7.5세 젊어진 효과를 얻었습니다.

식단과 수명 연장의 상관관계를 탐구한 다른 연구도 있습니다. 노르웨이 베르겐대가 지난해 수행한 연구입니다. 식단에 따라 기대수명을 10년 이상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세에 적정 식단으로 바꾸면 수명이 최대 14.3년 늘고, 60세부터 실천하더라도 8.8년 는다고 합니다. 특히 여기선 콩류, 통곡물, 견과류의 섭취를 강조하고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줄이라고 권합니다.

연구진은 지역별 적절한 식품 섭취량 계산기를 웹사이트로 만들었습니다. 이곳은 중국인, 유럽인, 노르웨이인, 미국인을 위한 식품 섭취량을 계산해 줍니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정확한 일일 섭취량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중국인 40세 남성을 예로 들어 식품별 하루 최적 섭취량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명 늘려주는 건강 식단(40세 남성 기준). 박경민 기자

 

이런 식단을 유지하면 평균적인 식단에 비해 12년의 수명 연장 효과를 얻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루 1820㎈ 소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개인 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 식단을 종합하면 균형 잡힌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되 탄수화물은 통곡물 위주로, 단백질은 생선과 닭고기 위주로 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채소, 과일, 콩을 충분히 먹고, 지방은 견과류나 건강한 기름으로 섭취하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다만 햄이나 소시지, 붉은 고기는 피하고 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나 사탕은 되도록 먹지 않는 걸 권장합니다. 특히 초가공 식품은 무조건 피해야겠죠.

불로장생의 꿈: 바이오 혁명

인간이 건강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기술이 질병을 통제하는 시대입니다. 세상엔 수만 가지 치료법과 신약이 떠돕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정보는 한정적입니다. 영상 시리즈 〈불로장생의 꿈 : 바이오혁명〉은 세계적 권위의 전문가 인터뷰를 토대로 세상을 선도하는 신약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가장 앞선 이야기를 전합니다.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을 기다리시는 분, 바이오테크의 미래가 궁금하신 분, 생명과학의 놀라운 발전을 쉽게 이해하고 싶으신 분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중앙일보 기자   에디터  이정봉  정수경  이가진         일시202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