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잡은 유대인, 밥상머리 교육 외 또 있다…하루 15분의 힘
[백성호의 현문우답]
홍익희(70) 전 세종대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유대인 전문가’다. 구약성경의 아브라함부터 현대의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유대의 경제사를 파고들며 ‘유대인’을 조명하기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혁신적 기업들도 사실 유대인의 창의성에서 출발한 예가 상당수다. 20일 서울 서소문에서 홍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유대인 창의성의 뿌리’를 물었다.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는 "유대인 부모는 성인식 때까지 아이를 '온전한 유대인'으로 만들어서 하느님께 다시 돌려드려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왜 ‘유대인’에 관심을 갖게 됐나.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32년간 근무했다. 그중 18년은 해외근무였다. 콜롬비아ㆍ브라질ㆍ스페인ㆍ미국 뉴욕ㆍ파나마ㆍ멕시코ㆍ이탈리아 등 7개국에서 근무했다. 무역관 일을 하다 보니 가는 곳마다 시장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유통과 서비스업의 핵심은 죄다 유대인들이 잡고 있었다. 콜롬비아는 한 줌도 안 되는 유대인 몇백 명이 그 나랏돈을 꽉 잡고 있더라. 뉴욕은 아예 유대인의 도시더라.”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서 유대인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유대인의 종교와 교육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중앙포토]
홍 교수는 “유대인의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고 했다. 특히 유대인의 자녀 교육법에는 놀라운 통찰이 담겨 있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는 한국의 부모들도 가슴에 새겨둘 만한 대목이 곳곳에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유대인의 자녀 교육은 성인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남자아이는 13살, 여자아이는 12살에 성인식을 갖는다.

홍익희 교수는 "유대인 엄마는 주로 감성적 영역을, 아빠는 주로 이성적 영역을 맡아서 전통적 방식으로 자녀를 교육한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아빠의 자녀 교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꼭 15분 이상 책을 읽어준다. 글자를 모를 때부터 말이다. 이 때문에 보통 아이들이 800~900단어를 인지할 때, 또래 유대인 아이들은 1500단어 이상을 인지한다. 모두 밥상머리 교육과 베갯머리 교육 덕분이다.


나라를 잃고 2500년 이상 세계 곳곳을 유대인들은 떠돌았지만, 유대인 공동체에는 탄탄한 신뢰의 전통이 있다. [중앙포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유대인 부모가 건네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르침이 있다. “남의 험담을 하지 마라.” 홍 교수는 “절대로 친구 험담을 못 하게 한다. 유대 속담에 ‘살인은 한 사람을 죽이지만,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 있다. 험담하는 사람, 험담 당하는 사람, 험담을 듣고 말리지 않는 사람. 이렇게 셋이다. 그래서 유대인 사회에서는 절대 다른 구성원을 험담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뢰가 생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유대인 공동체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이말 끝에 홍 교수는 “유대인은 베스트(Bestㆍ최고)를 지향하지 않고, 유니크(Uniqueㆍ독창성)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홍익희 교수는 "유대인은 모든 사람이 하느님 앞에서 동등하다고 믿는다. 그건 자녀를 키울 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유대인은 직장의 경영자와 신입사원도 맡은 역할만 다를 뿐 평등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이 때문에 유대인은 어려서부터 세상의 발전과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유대인 사업가들이 어마어마한 거액을 사회에 기부하는 스토리의 뒤에는 티쿤 올람이 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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