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조지아'의 스틸컷. 경북 밀양 여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박재일 감독 제공]
해외에서 더 화제가 되는 한국 단편영화, ‘조지아.’ 한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성장한 박재일 감독이 만든 이 30분 길이의 단편영화가 이달까지 휩쓴 상은 41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는 물론 미국ㆍ태국ㆍ일본의 영화제에서 상을 타냈다.
가장 최근에 받은 상은 미국의 벤톤빌 영화제 대상. ‘제이 박’으로도 잘 알려진 박 감독은 지난 1일 이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전하면서 ‘#50까지만’이라는 위트있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지난달엔 세계적 콘텐트 그룹인 콘데 나스트(Condé Nast)가 ‘조지아’의 배급사를 자청했다. 콘데 나스트는 보그(Vogue)부터 뉴요커(the New Yorker), 배니티 페어(Vanity Fair) 등을 펴내는 굴지의 미디어 기업. 뉴요커는 지난달 박 감독의 작품을 두고 “비극의 여파 속에서 정의를 위해 치러야 하는 댓가를 그려낸 수작”이라고 평했다. 박 감독에게 한국어와 영어로 인터뷰를 요청하자, 한국어로 ”좋습니다“라는 답이 왔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광고 감독으로 일하다가 단편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제이 박, 또는 박재일 감독. [박재일 감독 제공]
영화는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미국 유학 후 디자이너가 되리란 꿈을 꾸던 10대 소녀가 학교 남학생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뒤 자살한 실제 사건이다. 박 감독은 소녀의 죽음 후, 그의 병들고 가난한 부부가 졸속으로 마무리된 사건의 재(再) 조사를 요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연출은 정제되어 있으나 배우들의 명연기는 폭발적 에너지를 선사하고, 화면은 감독이 숨겨놓은 코드 찾는 의미가 쏠쏠하다.
제목 ‘조지아’는 국가 이름이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선 딸이 좋아하던 폰트 이름이다. 주인공 부부는 이 폰트로 재조사 요구 플래카드를 제작하려 하지만, 한글로 호환이 되지 않아 글자는 ‘ㅁㅁㅁㅁㅁ’ 식으로 깨진다. 이는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박 감독은 “언어의 벽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영화 '조지아'는 장면장면에 여러 코드가 숨어있다. [박재일 감독 제공]

박 감독의 전작 '고추.' 삼신할머니 스토리를 풀어냈다. [박재일 감독 제공]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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