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상식

30대 남성 자살까지 불러온 ‘백반증’ 어떤 병이길래?

해암도 2013. 11. 1. 10:07

얼굴에 생긴 백반증으로 10년째 고통받던 30대 남성 김모씨가 지난 29일 신병을 비관해 자살했다. 취업과 대인관계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백반증은 면역계통의 이상 등으로 멜라닌 색소가 부족해 피부에 흰색 반점이 생기는 후천적인 탈색소성 질환으로, 유전적 문제보다 환경과 생활습관을 통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백반증의 발생기전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아서 딱히 치료약도 없는 상태다.

 

김씨가 병원 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씨의 자살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병원에서 백반증 관련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완치가 힘들고 치료기간도 길다는 설명에 치료 자체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반증에 대한 더 나쁜 소식은 일본 가네보 화장품에서 전해졌다. 가네보의 미백 화장품을 사용했다가 백반증이 나타난 피해자가 최근 무려 1만 50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가네보 측이 피해보상을 약속했지만, 치료법이 없어서 피해자들의 불안감만 가중되는 현실이다.

 

최근 백반증의 한방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우보한의원 김세윤 원장은 “백반증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2~3개월에서부터 1년 이상 치료가 소요되는 난치성질환이다”며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 빠르고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백반증에 대한 대표적인 궁금증을 김세윤 원장을 통해 1문 1답 형식으로 풀어낸 내용이다.


	백반증으로 이마부분이 피부변색이 된 환자의 모습
사진=우보한의원 제공

- 백반증 치료가 불가능한가?
난치성일 뿐 치료가 불가능한 피부질환은 아니다. 신약 수준의 약이 없다고 해서 치료가 안 되는 질환도 아니다. 현재 엑시머 레이저, 피부 이식술, 한약 등이 백반증의 대증요법으로 활용되고 있고 한?양방 협진 치료를 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백반증 환부에서 살색 점이 올라오면 호전반응이 일어났다는 신호다. 그때부터는 절대 조바심을 갖지 말고 치료에 매진하는 것이 좋다.

 

- 미백화장품은 백반증을 유발하는가?
미백화장품이 백반증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미백화장품에 함유된 성분들이 멜라닌 색소 생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미백성분은 멜라닌 색소 합성효소인 티로시나아제를 억제하거나 티로시나아제 효소에 자극받은 티로신 단백질이 산화되는 것을 막고 이미 생성된 멜라닌 색소가 실제 피부 세포에 들어가는 마지막 단계인 멜라닌 세포에서 각질 형성 세포로 넘어가는 과정을 억제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백화장품을 과용하거나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기능이 떨어지거나 아예 멜라닌 세포가 파괴돼 피부가 탈색되는 백반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피부 트러블 및 피부암을 걱정해야 하는 민감하고 연약한 피부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 백반증은 유전 질환인가?
백반증은 백혈구 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의 유전 인자와 연관성이 크다는 보고들이 있다. 이 때문에 가족력이 있을 때 백반증 발병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백반증 환자의 부계, 모계, 삼대에 걸친 직계존속 등의 발병률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정확한 유전법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며 유전인자가 없는 사람에게도 백반증이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후천적인 생활습관과 환경적인 조건이 좋을 경우 백반증이 발병할 확률은 더 낮아지기도 한다.
더구나 백반증은 일반적인 유전 질환과는 다르다. 유전 질환이란 특정 유전자가 돌연변이와 염색체 이상을 일으켜 발현되는 것을 말하는데 골형성부전증, 다지증, 알비노 등의 선천성 질환을 예로 들 수 있다. 반면 백반증은 어디까지나 유발유전자를 가질 확률이 남들보다 높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 생식기와 털에도 백반증이 생기는가?
일반적으로 백반증은 얼굴, 배, 팔 등 피부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멜라닌 세포는 표피 기저층까지 뿌리를 내려 멜라닌을 생산해 각질 형성 세포까지 전달하는 특징이 있어 우리 몸 어디든지 백반증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백반증 환자는 눈썹, 머리카락, 수염과 같은 체모에도 탈색이 진행되며 손발톱(조갑백반증)에도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 구강, 위벽, 항문, 성기 등 생식기와 점막부위에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치료 효과는 엄연히 다르다. 체모에 난 백반증은 대다수 모낭의 색소세포가 완전히 파괴된 후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생식기와 점막부위 또한, 피부연고를 바르는 것은 물론 주사, 광선치료, 피부이식 등의 방법을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현재로선 한약 치료가 대안이다.

 

- 백반증에 기계 태닝과 보습제가 도움이 될까?
간혹 백반증 환자 중에는 백반증을 기계 태닝을 통해 해결하려는 이들도 있다. 어디까지나 몽상가적인 발상일 뿐이다. 백반증 환자가 기계 태닝을 하면 화상과 발진 같은 광과민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증상이 더 악화된다. 기계 태닝에 사용되는 자외선램프는 의료용으로 쓰이는 것보다 출력량이 높고 파장도 넓기 때문이다.
또한, 피부 보습은 백반증과 직접적인 상관성은 없다. 춥고 건조한 날씨에 피부는 건조해지기 마련이지만 피부 보습을 위해 바르는 로션들이 백반증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백반증 환부가 피부 건조로 인해 가렵다면 보습제를 바를 필요는 있다. 무심코 환부를 긁다가 자극이 생기는 부위로 백반증이 번지는 ‘쾨브너(keobner)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백반증 환부는 계속해서 커지나?
백반증은 방치하면 환부가 커지거나 신체 다른 곳으로 번질 수 있다. 바로 면역기능의 이상과 자외선 노출량이 주된 이유다. 백반증은 신체면역계의 기능고장으로 인해 정상 멜라닌세포를 이물질로 잘못 인식해 공격함으로써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인데, 방치할수록 면역계의 기능이 더 나빠지기 때문에 증상이 더 악화된다. 또한, 노출이 많은 봄여름에 치료를 많이 받고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은 가을과 겨울에 적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백반증은 계절과 상관없이 발견되는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빠른 호전이 가능하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이원진 헬스조선 인턴기자  : 2013.10.31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