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혁신 국가이다. 사진은 일본 화낙(FANUC)의 산업용 로봇. 사진=조선DB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5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경제력만으로 세계의 지도적 위치에 설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8월 7일 중소기업을 찾은 자리에서는 “임진왜란 때 일본이 가장 탐을 냈던 것도 우리의 도예가와 도공(陶工)이었다”고 했다. 일본을 우습게 보는 세계 유일의 나라라는 대한민국 대통령다운 발언이었다. 문제는 사실과 동떨어진 과장이란 점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2018년 기준 GDP(국내총생산) 순위에서 일본은 4조9700억 달러로 3위이다. 1위는 20조5000억 달러인 미국, 2위는 13조6100억 달러인 중국이었다. 한국은 1조6200억 달러로 12위에 올랐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GDP 수치를 발표하지 않아 세계은행 통계에 들어가지 않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북한의 GDP는 400억 달러로 추산된다. 한국과 북한의 GDP를 합산하면 1조6600억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11위에 오른 러시아(1조6600억 달러) 수준이고 일본의 3분의 1이다. ‘단숨’에 우위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GDP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선 8개국을 차례로 넘어서야 일본이란 고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빚을 내어준 나라는 일본이다. 2017년 기준 27년째 세계 1위의 채권국(債權國)이다. 일본은 프랑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 빚을 내어주었는데, 순(純)채권액은 약 3조 달러이다. 독일이 약 2.5조 달러로 2위, 중국이 약 2조 달러로 3위다. 한국은 순채권액이 약 1000억 달러이다. 순채권 1000억 달러짜리 나라가 그 30배의 나라를 우습게 본다면 시력(視力)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빚을 많이 내어준 나라는 외교적 발언권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고 외교전쟁을 벌일 필요가 있다.
외환(外換)보유액 역시 국가의 부(富)를 나타내는 중요한 통계다. 2018년 8월 기준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총 3조2100억 달러였다. 일본은 1조2593억 달러로 2위다. 한국은 4024억 달러로 9위다. 일본과 약 3배 차이가 난다.
최고의 기술혁신 국가가 일본
경제지 《포천(Fortune)》은 매년 전(全) 세계 기업들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조사, 5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2019년 《포천》 500대 기업 중에는 중국 회사가 129개로 가장 많았다. 미국이 121개로 2위, 일본이 52개로 3위에 올랐다. 프랑스(31개)와 독일(29개), 영국(17개)보다 많다. 한국은 16개, 7위로 집계됐다.
지난 3월 한국무역협회에서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을 보유한 국가들의 순위를 조사했다. 1위는 중국으로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1720개에 달했다. 독일(693개)과 미국(550개), 이탈리아(222개)가 뒤를 이었다. 일본은 171개로 4위에 올랐다. 한국은 77개로 12위를 기록했다.
요사이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의 기술력 부문을 보자. 정보 분석 회사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 옛 톰슨 로이터)가 발표한 2018~2019 세계 100대 혁신기업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39개 회사로 1위다. 2위는 미국(33개), 3위는 프랑스(7개)다. 한국은 3개 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LS산전이다. 클래리베이트는 특허 출원 규모와 특허 승인 성공률, 특허 세계화 지수, 발명의 영향력 등을 토대로 100대 기업을 선정하였다. 선진경제의 척도인 산업생산량 부문에서는 2016년 기준 일본이 1조3680억 달러로 세계 4위다. 한국은 5310억 달러로 7위에 올랐다.
‘산업의 꽃’인 자동차 부문을 본다.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기준 한국은 총 169만5485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세계 7위에 올랐다. 일본은 한국의 두 배인 336만9521대를 생산, 3위였다. 중국이 1023만3272대로 1위, 미국이 479만8458대로 2위였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나라이면서도 국가 브랜드 조사에서 상위(上位)에 오르는 이유가 있다. 해외 원조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8년에 140억 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했다. 한국은 약 7분의 1인 23억 달러, 미국은 340억 달러를 원조했다. ODA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이나 국제기관에 하는 원조를 일컫는다.
全斗煥의 克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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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제·군사 중심의 국력(國力) 통계를 분석해보면 일본이 대단하지만 한국도 10위권 전후(前後)에는 대체로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IA ‘월드팩트북’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소개하며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북한과 전쟁을 치른 한국은 20세기의 가장 경이로운 경제적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낸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고 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로 전환한 첫 사례’이다. 1954년의 한미상호방위조약과 1965년에 체결된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협정으로 미국 및 일본과 우호적 관계를 맺은 것이 안보와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한 덕분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해본다.
위의 통계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외환위기가 진행 중이던 1998년을 빼고 늘 한국이 성장률에서 일본을 앞섰다. 특히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집권기 12년 동안 극일(克日)의 바탕이 이뤄졌다. 전두환 정부는 일본 교과서 파동이 일어났을 때 반일(反日)을 넘어 극일(克日), 즉 일본을 이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 약속은 실천되었다. 1981~1992년 사이 한국 경제는 일본보다 거의 세 배나 빨리 성장하였다. 이 시기는 민주화운동의 열풍(熱風)이 불던 때이지만 튼튼한 경제가 그 충격을 흡수해, 직선제 개헌(改憲)과 평화적 정권 교대가 이뤄졌다. 당시 일본도 호황(好況)이었지만 한국은 성장률에서 세계 최고였다(1980년대 연평균 10.1%로 세계 1위). ‘일본을 따라잡는다’는 말이 비로소 현실성을 띠게 되었다.
일본은 1992년부터 경제성장률이 급락(急落)해, 20년 넘는 장기간의 버블 붕괴 경제침체를 겪었다. 일본은 그래도 장기 침체를 잘 견딘 편이다. 축적된 국내외 자산이 어마어마하고, 기술력이 강한데다가 한국과 달리 선동세력이 힘을 쓰지 못하였고, 국민의 교양이 분열을 막았다. 일본의 저력(底力)은 위기 때 드러난다. 2011년 쓰나미 사태로 50기(基)가 넘는 원자력 발전소를 전부 문 닫았지만 동요 없이 지나갔다. 국력의 크기와 질(質)이 한국과 다르다.
1981~2015년의 35년간 성장률에서 일본이 한국을 앞선 해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한 해뿐이었다. 2008~2009년의 금융위기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성공적으로 극복하였다. 민족사 2000년 역사상 국부(國富)를 가장 많이 키워 한일(韓日) 격차를 줄인 시기의 전두환 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주사파 세력이 암울한 시대로 그리는 1980년대에 대한 재조명도.
일본은 모방하는 국가? 천만에!
일부 한국인은 일본을 모방만 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이 서방은 물론 중국과 한국 등 외국의 장점을 모방해 성장했다는 주장이다. 모방으로 시작했을 수는 있지만 일본은 받아들인 문화를 주체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승화해, 더 나은 것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독창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노벨상 수상자 수일 것이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미국이 375명으로 가장 많다. 영국이 131명으로 2위, 독일이 108명으로 3위이다(註 출생지 기준). 일본은 수상자 27명으로 아시아 국가 중 최다(最多)이다. 23명이 과학 분야 수상자이고, 21세기에 들어서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는 미국인이 8명으로 가장 많다. 두 번째가 일본으로 7명이다. 올해 수상자도 일본인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였다. 그는 60년 넘는 기간 100개 이상의 건물을 설계하였다. 1966년 완공된 오이타 시립 공공도서관, 1986년 완공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1992년 만들어진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 등이 대표작이다. 일본의 목조 건축은 역사도 오래고 규모도 대단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물은 8세기에 지은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 최고(最古)는 7세기에 지은 것으로 알려진 호류지(法隆寺)이다. 지진과 전쟁이 많았던 나라이므로 튼튼한 건축은 생(生)과 사(死)의 문제였다.
특허출원 건수 순위에서는 2014년 기준 중국이 92만8177건으로 1위였다. 미국이 57만8802건으로 2위, 일본이 32만5989건으로 3위에 올랐다. 한국은 21만292건으로 4위였다.
일본은 독일보다 크다!
이번 한일갈등으로 한국에서는 ‘사지 않겠습니다. 가지 않겠습니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을 향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일본행 비행기 결항’과 같은 뉴스가 연일 언론에서 쏟아지고 있다. 관광 관련 통계를 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동참하지 않는 이상 일본에 큰 타격을 줄 수 없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그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870만명이었다. 전년도 2400만명 대비 19.4% 증가. 한국 방문객 수는 1330만명을 기록, 전년도의 1720만명에서 22.7%가 줄어들었다. 일본이 관광 산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341억 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랐다. 미국이 2100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스페인(680억 달러)과 프랑스(607억 달러), 태국(575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관광 수익은 134억 달러였다.
2017년 기준 출국한 한국인의 수는 2650만명이다. 한국인들은 총 306억 달러를 해외여행에서 지출했다. 여행지출 부문 1위는 2577억 달러를 쓴 중국, 2위는 1352억 달러의 미국이다. 한국은 9위. 일본은 1790만명이 출국, 지출액은 182억 달러였다. 한국은 관광적자, 일본은 관광흑자국이다. 일본은 면적이 남한의 약 4배이고 산이 80%를 차지하며 경치가 드라마틱하다. 국내여행이 발달해 있다. 일본은 GDP뿐 아니라 면적에서도 독일보다 크다. 일본이 유럽의 최강 경제대국인 독일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세계 1위의 삶의 질, 특히 도쿄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일본의 평판은 어떨까. 미국의 《US 뉴스》는 대학 순위 등 매년 흥미로운 통계를 내놓는다. 이 매체는 2019년 세계 최고 국가 순위도 발표했는데, 일본은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세 단계 상승했다. 《US 뉴스》는 삶의 질과 경제적 잠재력 등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22위, 스위스는 3년 연속으로 1위. 일본의 경제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삶의 질도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코노미스트 월드 인 피규어스’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각종 수치에 대한 국가별 랭킹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15곳이 올라 있다. 1위는 호주의 멜버른, 2위는 오스트리아의 빈이었다. 일본 도쿄는 7위에 올랐고 오사카는 9위에 선정됐다. 한국의 도시는 15위 안에 들지 못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가 쾌적한 도시로 꼽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가장 큰 도시 랭킹’에서 도쿄는 매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메트로권 주민을 포함하면 인구수가 3810만명에 달한다. 2위는 인도의 델리로 2720만명. 오사카는 2040만명으로 8위, 1870만명의 미국 뉴욕이 11위, 980만명의 서울은 33위를 기록했다.
한국 여권(與圈)에서는 ‘방사능’ 등을 이유로 일본 여행 금지, 도쿄올림픽 불참을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일본은 세계에서 여행하기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1위는 도쿄다. 2위는 싱가포르, 3위는 오사카다. 서울은 14위에 올라 있다. 보건, 의료, 안전 부문에서는 오사카와 도쿄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5위다. 여행객이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보는 개인 안전 부문에서 1위는 싱가포르다. 2위는 웰링턴(뉴질랜드), 3위는 오사카, 4위는 도쿄, 서울은 16위에 올랐다.
일본이 가장 안전한 국가로 꼽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각종 범죄율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한국의 살인 범죄 발생률은 2017년 기준 10만명당 0.6명이다. 일본은 0.2명이다. 절도 범죄의 경우 한국은 10만명당 94명, 일본은 59.9명이다. 폭행은 한국이 10만명당 98.5명으로 19.1명을 기록한 일본보다 5배 많다. 물론 세계적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안전한 국가군(群)에 든다.
형(刑)이 선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금된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통계도 있다. 한국은 10만명당 37.3명으로 4.4명인 일본보다 약 8배 많다. 수감된 사람 전체에서 형이 선고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한국이 36.7%로 11.2%인 일본보다 3배 높았다. 다른 선진국 국가인 미국은 22.3%, 영국은 7.5%, 독일은 22.8%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가 한국이란 이야기이다.
UNODC 홈페이지는 현재 한국의 성폭행 발생 건수에 관한 통계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통계센터가 2013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폭력 발생건수는 인구 10만명당 33.7건으로 6.6건인 일본의 5배가 넘었다.
定時 출발률 세계 1위는 신칸센, 20초 먼저 출발했다고 사과
여행객들이 또 하나 관심을 갖는 것은 여행지의 음식이다. 2019년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북에 가장 많은 음식점이 올라 있는 도시는 도쿄(230)다. 2위는 123개의 파리, 3·4위는 교토(103)와 오사카(97)다. 이어서 뉴욕(76), 런던(69).
여권(旅券) 파워에서도 일본은 한국을 앞선다. 핸리 패스포트의 2019년 3분기 발표에 따르면 일본과 싱가포르가 여권 파워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들 국가의 여권 소지자는 무비자로 189개국을 방문할 수 있다. 한국과 핀란드, 독일은 187개국을 방문할 수 있으며 공동 2위로 조사됐다. 공동 3위는 덴마크와 이탈리아, 룩셈부르크(186)였다. 북한(39)은 101위, 아프가니스탄(25)은 최하위인 109위. 핸리 패스포트 지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자료에 근거, 199개국의 여권 소지자가 227개국 중 무비자로 갈 수 있는 수를 조사해 순위를 책정한다.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은 정시(定時)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부문에서 세계 1위다. 스웨덴 양대 일간지 중 하나인 《스벤스카 다그블라더트(Svenska Dagbladet)》는 2016년 기준 신칸센이 99%의 정시출발률로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정시출발률은 당초 예정보다 5분 이내에 출발 혹은 도착하는 비율로 조사했다. 스페인 고속철도인 AVE가 98%로 2위, 한국의 KTX는 94%로 3위에 올랐다. 이 신문은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9개 나라의 2008~2015년 사이 운행기록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철도 JR은 2016년 기준 신칸센 한 대당 평균 지연 시간은 24초라고 밝혔다. 1997년에는 18초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의 이런 정시성(定時性)은 유명한데, 2017년에는 이와 관련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도쿄~쓰쿠바를 운행하는 신칸센 열차가 20초 일찍 출발한 것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과문은 “열차가 현지시각 9시44분40초에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9시44분20초에 출발했다”며 “불편을 끼친 데 대해 깊이 사죄한다”고 했다. 신칸센은 지금까지 100억명의 승객을 태웠는데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았다.
정확한 비교통계라고는 볼 수 없지만 한국의 지연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지난해 국감 당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에 요청해 받은 ‘열차 지연시간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9월 사이 KTX가 지연된 시간은 546시간29분이었다. 총 554건의 지연이 발생했다고 한다.
호감도 독일에 이어 2위
일본이 또 하나 세계에서 1위를 달리는 부문이 있다. 바로 신문 발행부수이다. 《월드아틀라스》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은 910만 부를 발행하는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다. 2위는 662만 부를 발행하는 《아사히신문》, 3위는 414만 부를 발행하는 《USA 투데이》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317만 부)은 6위에, 《니케이신문》(273만 부)은 10위에 올랐다. 세계 10위 랭킹에 일본 신문이 4개나 포함된 것이다.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발행하는 신문 4개가 10위권에 올랐고, 미국과 중국 신문 각 1개씩 10위권에 포함됐다. 일본의 《산케이신문》 발행부수는 약 200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국 어떤 신문사의 발행부수보다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산케이신문》을 인용할 때 ‘극우 성향’이라고 폄하해 소개한다. 일본 신문은 조·석간제이다. 1~5면 하단엔 별로 돈이 되지 않는 책 광고를 싣는 게 오랜 전통이다.
국가브랜드 인덱스(Nation Brands Index)라는 게 있다. 안홀트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20개국 국민 2만명 이상을 인터뷰하여 50개 국가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하고 순위를 매긴다. 조사 항목은 국민에 대한 호감도(好感度), 정부의 관리 능력, 제품, 관광, 문화와 역사, 투자 및 이민이다. 2018년 기준 1위는 독일이었다. 일본은 2위,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 일본의 순위는 전년 대비 두 계단 상승했다. 이 조사기관은 일본이 수출과 사람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세계 호텔 지배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고의 여행객’ 랭킹에선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1위에 꼽혔다(2009년 조사. 3년 연속 1위). 일본인들은 불평이 적고, 청결하며, 예의 바른 여행객들로 비쳤다. 2등은 영국인, 3등은 캐나다인, 4등은 독일인, 5등은 스위스인. 평판이 가장 나쁜 여행객 1위는 프랑스인, 2위는 스페인인, 3위는 그리스인, 4위는 터키인, 5위는 남아프리카인.
《US 뉴스》는 매년 영향력이 큰 나라 순위도 발표한다. 2019년 기준 미국이 1위, 러시아와 중국이 2위와 3위에 각각 올랐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가 뒤를 이었으며 일본은 7위에 선정됐다. 한국은 13위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통계를 종합해보면 일본은 경제력뿐만 아니라 영향력, 삶의 질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지도자급 나라가 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장 이해력 일본인이 1등, 한국인은 평균 이하
OECD는 2016년에 ‘문장 이해력과 수치(數値) 이해력이 낮은 어른들’(필자는 앙케 그로트뤼센 등 4명)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2012년 이 기관이 실시한 ‘성인(成人) 경쟁력에 대한 국제조사(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es·PIAAC)’ 결과를 토대로 문해력(文解力)의 영향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 연구한 것이다. PIAAC 조사는 OECD 가맹 24개국의 16~65세 16만60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조사 항목은 세 분야였다. 문해력, 수치력(數値力),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 흥미로운 것은 문해력이 좋으면 수치력과 문제해결 능력도 높은 식으로 세 분야의 상관성이 강하였다는 점이다. 문장 이해력이 강한 사람은 수학적 두뇌도 좋고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분석은 문해력 중심으로 이뤄졌다.
비교 대상 22개국 중 문해력과 수치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에서 3관왕을 차지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종합 2등은 핀란드(세 분야 모두 2등), 3등은 네덜란드, 4등은 스웨덴, 5등은 노르웨이.
한국은 문해력에서 국제 평균치보다 낮은 10등, 수치력에선 평균치보다 낮은 15등, 문제해결 능력에선 평균치와 같은 점수로 7등이었다. 한국인(16~65세)의 특징은 고급 문해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한글 전용으로 문맹자(文盲者)는 거의 없어졌지만 한자(漢字)를 포기함으로써 ‘읽을 순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신종 문맹자가 생겼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급 문해력 1등은 일본이다. 한자를 가타가나와 혼용한 덕분이다. 한자를 버린 한국과 대비된다.
對北 감시 협정을 파기하자는 여권
한국은 일본의 군사력 역시 무시하는 국가다. 세계 언론과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글로벌파이어파워(GFP)》라는 매체에서 실시하는 군사력 순위를 통해 각국의 군사력을 가늠한다.
GFP의 2019년 조사 결과 일본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분석이 나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8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한국은 전년과 똑같은 7위를 유지했고 영국이 6위에서 8위로 내려갔다. GFP의 분석을 보면 병력 면에서는 한국이 크게 앞서지만 질적으로는 일본이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전체 병력은 62만5000명, 일본은 24만7000명. 예비군 규모는 한국이 520만명, 일본이 5만6000명으로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일본이 그럼에도 GFP 순위에서 한국을 앞설 수 있는 것은 강력한 해군력에 있다. 연안 경계 임무를 맡는 초계함급 이상 함정 수는 한국이 166척, 일본이 131척이다. 핵심 전투함인 구축함은 일본이 37척으로 한국의 12척보다 3배가량 많다. 일본은 이지스함을 7척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은 3척뿐이다. 일본은 2023년을 목표로 이지스함 8척 체제를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은 9년 뒤에 추가 이지스함을 보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해군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함은 미국 해군이 개발한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구축함으로 ‘신(神)의 방패’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 척으로 다수의 적(敵) 항공기와 전투함, 미사일, 잠수함 등을 제압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병력 이동과 사회 동향,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 등을 일본과 공유(共有)하기 위해 체결한 것이다. 한국은 북중(北中)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수집한 대북(對北)정보를 일본과 공유한다. 일본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에 관한 분석을 한국에 제공한다. 북한의 주요 잠수함 기지 동향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분석자료도 한국과 공유한다.
이 협정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한국에 필수적이다.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 지상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 대 등을 보유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한국은 정보수집 위성이 한 기도 없다. 지소미아 협정 파기를 원하는 국가는 북한과 북한을 옹호하는 중국과 러시아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의 對英 외교, 조선의 ‘갓’ 외교
한국 언론은 일본과 대결하는 문제를 다룰 때 세계 여론이 한국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조선조 말기 민영환(閔泳煥)은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인 1896년 특명전권공사(全權公使)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戴冠式)에 참석했다. 고종의 특명을 받아 러시아와 청(淸) 및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밀약을 체결하기 위해 파견됐지만 목적 달성에 실패하였다.
윤치호(尹致昊)는 러시아에서 민영환을 수행했는데, 그는 당시 상황을 영어 일기로 남겨놓았다. 《민영환과 윤치호, 러시아에 가다》(尹慶男 譯)라는 책에 따르면 당시 민영환의 사고 능력은 국제사회 기준에서 봤을 때 처참한 수준이었다. 윤치호는 “민영환은 조선의 예법과 관습에 벗어난다는 구실로 대관식이 거행되는 잠깐 동안이라도 갓(사모·紗帽)을 벗어야 한다는 의례를 완강하고 단호하게 끝내 거부했다”고 적었다. 윤치호가 거듭 설득했으나 “민영환 공사는 고집 센 당나귀보다 더 완강했다”고 한다. 이들은 러시아 황제 대관식이 열린 성당 앞에까지만 가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이 무렵인 1902년 일본은 전쟁을 결심하고 세계 최강국 영국과 동맹을 맺는다. 국제무대에 주연급으로 등장한 것이다. 영일(英日) 동맹 덕분에 1904년부터 1905년까지 이어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한국과 만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일본은 1921년부터 1922년까지 이어진 워싱턴 군축회의에는 5대 해군국으로서 참여했다. 태평양 전쟁 때는 미국과 태평양 지역에서 싸웠고, 중국 전선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하였다. 두 발의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무조건 항복, 그 이후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한다. 미국과 동맹하고 한국과 수교해 번영하면서, 한·미·일 동맹 체제의 일원이 되었다.
일본의 역사적 저력을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1557년에 포르투갈~고아~마카오~나가사키를 잇는 연(年) 1회의 정기 항로편이 생겼다. 1577년 나가사키로 가던 포르투갈선이 제주도 근해에서 선원들을 육지로 내려보내 식수(食水)를 구해오게 했다. 이 선원들은 상륙했다가 제주도 관헌에 붙들려 죽었다. 반면 1543년 가고시마 근해의 다네가시마에 표착한 포르투갈선은 조총(鳥銃)을 일본에 전했다. 일본은 전국(戰國)시대에 이 조총을 발전시켜 1592년 임진왜란 때 썼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한국에도 오고 일본에도 표착했으나, 우리는 그들을 죽여버리고 일본은 그들이 가져온 조총 제조 기술 등 선진문물을 수용해 더욱 발전시켰다. 일본 전국시대 때 조총 수는 유럽 전체보다 더 많고 우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문재인의 日程과 아베의 日程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조치에 한국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지난 7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일정은 크게 대비된다. 양국 지도층의 경쟁력이 한일 국력의 반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에 의한 공동번영’이란 詐欺
7월 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일정을 비교해보면 아베 총리는 매일 15건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는데, 문 대통령은 평균 7건 정도에 그치고 ‘여민관 집무실’ 등 청와대 내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아베 총리는 동선(動線)이 분주하고, 실무국장 및 정치인과 많이 만난다. 문 대통령이 ‘실내형’이라면 아베는 ‘현장형’이다. 접하는 정보의 질도 많이 다를 것이다. 한일갈등에 즈음하여서도 문 대통령은 ‘가해자의 적반하장’ ‘평화경제로 단숨에 일본 따라잡기’같이 격한 말을 많이 하는데, 아베는 ‘국가 간 약속을 지켜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말한다. 말이 앞서는 문민(文民)문화와 실력을 중시하는 군사문화의 차이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간 평화경제’는 6·15, 10·4, 4·27 선언에 나오는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에 의한 공동번영’이란 말이다. 문제는 남북 간엔 ‘민족경제’라는 게 없다는 점이다. 자유경제와 배급경제가 있을 뿐이다. 조건이 다른 체제 사이의 균형발전도 불가능하니 공동번영이 아니라 공동파멸로 간다. 이게 목표일 가능성은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인 남한과 1000달러 수준인 북한이 균형을 이루려면 북한 정권이 한국 경제에 빨대를 꽂아 1만6000달러가 될 때까지 착취하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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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빚을 내어준 나라는 일본이다. 2017년 기준 27년째 세계 1위의 채권국(債權國)이다. 일본은 프랑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 빚을 내어주었는데, 순(純)채권액은 약 3조 달러이다. 독일이 약 2.5조 달러로 2위, 중국이 약 2조 달러로 3위다. 한국은 순채권액이 약 1000억 달러이다. 순채권 1000억 달러짜리 나라가 그 30배의 나라를 우습게 본다면 시력(視力)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빚을 많이 내어준 나라는 외교적 발언권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고 외교전쟁을 벌일 필요가 있다.
외환(外換)보유액 역시 국가의 부(富)를 나타내는 중요한 통계다. 2018년 8월 기준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총 3조2100억 달러였다. 일본은 1조2593억 달러로 2위다. 한국은 4024억 달러로 9위다. 일본과 약 3배 차이가 난다.
최고의 기술혁신 국가가 일본
경제지 《포천(Fortune)》은 매년 전(全) 세계 기업들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조사, 500대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2019년 《포천》 500대 기업 중에는 중국 회사가 129개로 가장 많았다. 미국이 121개로 2위, 일본이 52개로 3위에 올랐다. 프랑스(31개)와 독일(29개), 영국(17개)보다 많다. 한국은 16개, 7위로 집계됐다.
지난 3월 한국무역협회에서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을 보유한 국가들의 순위를 조사했다. 1위는 중국으로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1720개에 달했다. 독일(693개)과 미국(550개), 이탈리아(222개)가 뒤를 이었다. 일본은 171개로 4위에 올랐다. 한국은 77개로 12위를 기록했다.
요사이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의 기술력 부문을 보자. 정보 분석 회사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 옛 톰슨 로이터)가 발표한 2018~2019 세계 100대 혁신기업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39개 회사로 1위다. 2위는 미국(33개), 3위는 프랑스(7개)다. 한국은 3개 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LS산전이다. 클래리베이트는 특허 출원 규모와 특허 승인 성공률, 특허 세계화 지수, 발명의 영향력 등을 토대로 100대 기업을 선정하였다. 선진경제의 척도인 산업생산량 부문에서는 2016년 기준 일본이 1조3680억 달러로 세계 4위다. 한국은 5310억 달러로 7위에 올랐다.
‘산업의 꽃’인 자동차 부문을 본다.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기준 한국은 총 169만5485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세계 7위에 올랐다. 일본은 한국의 두 배인 336만9521대를 생산, 3위였다. 중국이 1023만3272대로 1위, 미국이 479만8458대로 2위였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나라이면서도 국가 브랜드 조사에서 상위(上位)에 오르는 이유가 있다. 해외 원조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8년에 140억 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했다. 한국은 약 7분의 1인 23억 달러, 미국은 340억 달러를 원조했다. ODA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이나 국제기관에 하는 원조를 일컫는다.
全斗煥의 克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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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제·군사 중심의 국력(國力) 통계를 분석해보면 일본이 대단하지만 한국도 10위권 전후(前後)에는 대체로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IA ‘월드팩트북’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소개하며 “1950년부터 1953년까지 북한과 전쟁을 치른 한국은 20세기의 가장 경이로운 경제적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낸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고 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로 전환한 첫 사례’이다. 1954년의 한미상호방위조약과 1965년에 체결된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협정으로 미국 및 일본과 우호적 관계를 맺은 것이 안보와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한 덕분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해본다.
위의 통계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외환위기가 진행 중이던 1998년을 빼고 늘 한국이 성장률에서 일본을 앞섰다. 특히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집권기 12년 동안 극일(克日)의 바탕이 이뤄졌다. 전두환 정부는 일본 교과서 파동이 일어났을 때 반일(反日)을 넘어 극일(克日), 즉 일본을 이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 약속은 실천되었다. 1981~1992년 사이 한국 경제는 일본보다 거의 세 배나 빨리 성장하였다. 이 시기는 민주화운동의 열풍(熱風)이 불던 때이지만 튼튼한 경제가 그 충격을 흡수해, 직선제 개헌(改憲)과 평화적 정권 교대가 이뤄졌다. 당시 일본도 호황(好況)이었지만 한국은 성장률에서 세계 최고였다(1980년대 연평균 10.1%로 세계 1위). ‘일본을 따라잡는다’는 말이 비로소 현실성을 띠게 되었다.
일본은 1992년부터 경제성장률이 급락(急落)해, 20년 넘는 장기간의 버블 붕괴 경제침체를 겪었다. 일본은 그래도 장기 침체를 잘 견딘 편이다. 축적된 국내외 자산이 어마어마하고, 기술력이 강한데다가 한국과 달리 선동세력이 힘을 쓰지 못하였고, 국민의 교양이 분열을 막았다. 일본의 저력(底力)은 위기 때 드러난다. 2011년 쓰나미 사태로 50기(基)가 넘는 원자력 발전소를 전부 문 닫았지만 동요 없이 지나갔다. 국력의 크기와 질(質)이 한국과 다르다.
1981~2015년의 35년간 성장률에서 일본이 한국을 앞선 해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한 해뿐이었다. 2008~2009년의 금융위기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성공적으로 극복하였다. 민족사 2000년 역사상 국부(國富)를 가장 많이 키워 한일(韓日) 격차를 줄인 시기의 전두환 정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주사파 세력이 암울한 시대로 그리는 1980년대에 대한 재조명도.
일본은 모방하는 국가?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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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노벨상 수상자 수일 것이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미국이 375명으로 가장 많다. 영국이 131명으로 2위, 독일이 108명으로 3위이다(註 출생지 기준). 일본은 수상자 27명으로 아시아 국가 중 최다(最多)이다. 23명이 과학 분야 수상자이고, 21세기에 들어서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는 미국인이 8명으로 가장 많다. 두 번째가 일본으로 7명이다. 올해 수상자도 일본인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磯崎新)였다. 그는 60년 넘는 기간 100개 이상의 건물을 설계하였다. 1966년 완공된 오이타 시립 공공도서관, 1986년 완공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1992년 만들어진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 등이 대표작이다. 일본의 목조 건축은 역사도 오래고 규모도 대단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물은 8세기에 지은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 최고(最古)는 7세기에 지은 것으로 알려진 호류지(法隆寺)이다. 지진과 전쟁이 많았던 나라이므로 튼튼한 건축은 생(生)과 사(死)의 문제였다.
특허출원 건수 순위에서는 2014년 기준 중국이 92만8177건으로 1위였다. 미국이 57만8802건으로 2위, 일본이 32만5989건으로 3위에 올랐다. 한국은 21만292건으로 4위였다.
일본은 독일보다 크다!
이번 한일갈등으로 한국에서는 ‘사지 않겠습니다. 가지 않겠습니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을 향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일본행 비행기 결항’과 같은 뉴스가 연일 언론에서 쏟아지고 있다. 관광 관련 통계를 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동참하지 않는 이상 일본에 큰 타격을 줄 수 없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그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870만명이었다. 전년도 2400만명 대비 19.4% 증가. 한국 방문객 수는 1330만명을 기록, 전년도의 1720만명에서 22.7%가 줄어들었다. 일본이 관광 산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341억 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랐다. 미국이 2100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스페인(680억 달러)과 프랑스(607억 달러), 태국(575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관광 수익은 134억 달러였다.
2017년 기준 출국한 한국인의 수는 2650만명이다. 한국인들은 총 306억 달러를 해외여행에서 지출했다. 여행지출 부문 1위는 2577억 달러를 쓴 중국, 2위는 1352억 달러의 미국이다. 한국은 9위. 일본은 1790만명이 출국, 지출액은 182억 달러였다. 한국은 관광적자, 일본은 관광흑자국이다. 일본은 면적이 남한의 약 4배이고 산이 80%를 차지하며 경치가 드라마틱하다. 국내여행이 발달해 있다. 일본은 GDP뿐 아니라 면적에서도 독일보다 크다. 일본이 유럽의 최강 경제대국인 독일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세계 1위의 삶의 질, 특히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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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도쿄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꼽았다. |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코노미스트 월드 인 피규어스’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각종 수치에 대한 국가별 랭킹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15곳이 올라 있다. 1위는 호주의 멜버른, 2위는 오스트리아의 빈이었다. 일본 도쿄는 7위에 올랐고 오사카는 9위에 선정됐다. 한국의 도시는 15위 안에 들지 못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가 쾌적한 도시로 꼽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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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권(與圈)에서는 ‘방사능’ 등을 이유로 일본 여행 금지, 도쿄올림픽 불참을 검토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일본은 세계에서 여행하기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 조사 결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1위는 도쿄다. 2위는 싱가포르, 3위는 오사카다. 서울은 14위에 올라 있다. 보건, 의료, 안전 부문에서는 오사카와 도쿄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5위다. 여행객이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보는 개인 안전 부문에서 1위는 싱가포르다. 2위는 웰링턴(뉴질랜드), 3위는 오사카, 4위는 도쿄, 서울은 16위에 올랐다.
일본이 가장 안전한 국가로 꼽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각종 범죄율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한국의 살인 범죄 발생률은 2017년 기준 10만명당 0.6명이다. 일본은 0.2명이다. 절도 범죄의 경우 한국은 10만명당 94명, 일본은 59.9명이다. 폭행은 한국이 10만명당 98.5명으로 19.1명을 기록한 일본보다 5배 많다. 물론 세계적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안전한 국가군(群)에 든다.
형(刑)이 선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금된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통계도 있다. 한국은 10만명당 37.3명으로 4.4명인 일본보다 약 8배 많다. 수감된 사람 전체에서 형이 선고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한국이 36.7%로 11.2%인 일본보다 3배 높았다. 다른 선진국 국가인 미국은 22.3%, 영국은 7.5%, 독일은 22.8%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가 한국이란 이야기이다.
UNODC 홈페이지는 현재 한국의 성폭행 발생 건수에 관한 통계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별영향평가·통계센터가 2013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폭력 발생건수는 인구 10만명당 33.7건으로 6.6건인 일본의 5배가 넘었다.
定時 출발률 세계 1위는 신칸센, 20초 먼저 출발했다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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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은 정시출발률 세계 1위를 자랑한다. |
여권(旅券) 파워에서도 일본은 한국을 앞선다. 핸리 패스포트의 2019년 3분기 발표에 따르면 일본과 싱가포르가 여권 파워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들 국가의 여권 소지자는 무비자로 189개국을 방문할 수 있다. 한국과 핀란드, 독일은 187개국을 방문할 수 있으며 공동 2위로 조사됐다. 공동 3위는 덴마크와 이탈리아, 룩셈부르크(186)였다. 북한(39)은 101위, 아프가니스탄(25)은 최하위인 109위. 핸리 패스포트 지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자료에 근거, 199개국의 여권 소지자가 227개국 중 무비자로 갈 수 있는 수를 조사해 순위를 책정한다.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은 정시(定時)에 출발하고 도착하는 부문에서 세계 1위다. 스웨덴 양대 일간지 중 하나인 《스벤스카 다그블라더트(Svenska Dagbladet)》는 2016년 기준 신칸센이 99%의 정시출발률로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정시출발률은 당초 예정보다 5분 이내에 출발 혹은 도착하는 비율로 조사했다. 스페인 고속철도인 AVE가 98%로 2위, 한국의 KTX는 94%로 3위에 올랐다. 이 신문은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9개 나라의 2008~2015년 사이 운행기록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철도 JR은 2016년 기준 신칸센 한 대당 평균 지연 시간은 24초라고 밝혔다. 1997년에는 18초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의 이런 정시성(定時性)은 유명한데, 2017년에는 이와 관련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도쿄~쓰쿠바를 운행하는 신칸센 열차가 20초 일찍 출발한 것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사과문은 “열차가 현지시각 9시44분40초에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9시44분20초에 출발했다”며 “불편을 끼친 데 대해 깊이 사죄한다”고 했다. 신칸센은 지금까지 100억명의 승객을 태웠는데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았다.
정확한 비교통계라고는 볼 수 없지만 한국의 지연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지난해 국감 당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에 요청해 받은 ‘열차 지연시간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9월 사이 KTX가 지연된 시간은 546시간29분이었다. 총 554건의 지연이 발생했다고 한다.
호감도 독일에 이어 2위
일본이 또 하나 세계에서 1위를 달리는 부문이 있다. 바로 신문 발행부수이다. 《월드아틀라스》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은 910만 부를 발행하는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다. 2위는 662만 부를 발행하는 《아사히신문》, 3위는 414만 부를 발행하는 《USA 투데이》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317만 부)은 6위에, 《니케이신문》(273만 부)은 10위에 올랐다. 세계 10위 랭킹에 일본 신문이 4개나 포함된 것이다.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발행하는 신문 4개가 10위권에 올랐고, 미국과 중국 신문 각 1개씩 10위권에 포함됐다. 일본의 《산케이신문》 발행부수는 약 200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국 어떤 신문사의 발행부수보다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한국 언론은 《산케이신문》을 인용할 때 ‘극우 성향’이라고 폄하해 소개한다. 일본 신문은 조·석간제이다. 1~5면 하단엔 별로 돈이 되지 않는 책 광고를 싣는 게 오랜 전통이다.
국가브랜드 인덱스(Nation Brands Index)라는 게 있다. 안홀트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20개국 국민 2만명 이상을 인터뷰하여 50개 국가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하고 순위를 매긴다. 조사 항목은 국민에 대한 호감도(好感度), 정부의 관리 능력, 제품, 관광, 문화와 역사, 투자 및 이민이다. 2018년 기준 1위는 독일이었다. 일본은 2위,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 일본의 순위는 전년 대비 두 계단 상승했다. 이 조사기관은 일본이 수출과 사람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세계 호텔 지배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고의 여행객’ 랭킹에선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1위에 꼽혔다(2009년 조사. 3년 연속 1위). 일본인들은 불평이 적고, 청결하며, 예의 바른 여행객들로 비쳤다. 2등은 영국인, 3등은 캐나다인, 4등은 독일인, 5등은 스위스인. 평판이 가장 나쁜 여행객 1위는 프랑스인, 2위는 스페인인, 3위는 그리스인, 4위는 터키인, 5위는 남아프리카인.
《US 뉴스》는 매년 영향력이 큰 나라 순위도 발표한다. 2019년 기준 미국이 1위, 러시아와 중국이 2위와 3위에 각각 올랐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가 뒤를 이었으며 일본은 7위에 선정됐다. 한국은 13위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통계를 종합해보면 일본은 경제력뿐만 아니라 영향력, 삶의 질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지도자급 나라가 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장 이해력 일본인이 1등, 한국인은 평균 이하
OECD는 2016년에 ‘문장 이해력과 수치(數値) 이해력이 낮은 어른들’(필자는 앙케 그로트뤼센 등 4명)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2012년 이 기관이 실시한 ‘성인(成人) 경쟁력에 대한 국제조사(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es·PIAAC)’ 결과를 토대로 문해력(文解力)의 영향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 연구한 것이다. PIAAC 조사는 OECD 가맹 24개국의 16~65세 16만60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조사 항목은 세 분야였다. 문해력, 수치력(數値力),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 흥미로운 것은 문해력이 좋으면 수치력과 문제해결 능력도 높은 식으로 세 분야의 상관성이 강하였다는 점이다. 문장 이해력이 강한 사람은 수학적 두뇌도 좋고 기술적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분석은 문해력 중심으로 이뤄졌다.
비교 대상 22개국 중 문해력과 수치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에서 3관왕을 차지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종합 2등은 핀란드(세 분야 모두 2등), 3등은 네덜란드, 4등은 스웨덴, 5등은 노르웨이.
한국은 문해력에서 국제 평균치보다 낮은 10등, 수치력에선 평균치보다 낮은 15등, 문제해결 능력에선 평균치와 같은 점수로 7등이었다. 한국인(16~65세)의 특징은 고급 문해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한글 전용으로 문맹자(文盲者)는 거의 없어졌지만 한자(漢字)를 포기함으로써 ‘읽을 순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신종 문맹자가 생겼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급 문해력 1등은 일본이다. 한자를 가타가나와 혼용한 덕분이다. 한자를 버린 한국과 대비된다.
對北 감시 협정을 파기하자는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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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최대의 호위함인 이즈모함. 일본 군사력은 한국을 앞서는 세계 6위이다. 사진=뉴시스/AP |
GFP의 2019년 조사 결과 일본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분석이 나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8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한국은 전년과 똑같은 7위를 유지했고 영국이 6위에서 8위로 내려갔다. GFP의 분석을 보면 병력 면에서는 한국이 크게 앞서지만 질적으로는 일본이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전체 병력은 62만5000명, 일본은 24만7000명. 예비군 규모는 한국이 520만명, 일본이 5만6000명으로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일본이 그럼에도 GFP 순위에서 한국을 앞설 수 있는 것은 강력한 해군력에 있다. 연안 경계 임무를 맡는 초계함급 이상 함정 수는 한국이 166척, 일본이 131척이다. 핵심 전투함인 구축함은 일본이 37척으로 한국의 12척보다 3배가량 많다. 일본은 이지스함을 7척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은 3척뿐이다. 일본은 2023년을 목표로 이지스함 8척 체제를 구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은 9년 뒤에 추가 이지스함을 보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해군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함은 미국 해군이 개발한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구축함으로 ‘신(神)의 방패’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 척으로 다수의 적(敵) 항공기와 전투함, 미사일, 잠수함 등을 제압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병력 이동과 사회 동향,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 등을 일본과 공유(共有)하기 위해 체결한 것이다. 한국은 북중(北中)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수집한 대북(對北)정보를 일본과 공유한다. 일본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에 관한 분석을 한국에 제공한다. 북한의 주요 잠수함 기지 동향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분석자료도 한국과 공유한다.
이 협정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현 상황에서 한국에 필수적이다.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 5기, 지상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 대 등을 보유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한국은 정보수집 위성이 한 기도 없다. 지소미아 협정 파기를 원하는 국가는 북한과 북한을 옹호하는 중국과 러시아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의 對英 외교, 조선의 ‘갓’ 외교
한국 언론은 일본과 대결하는 문제를 다룰 때 세계 여론이 한국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조선조 말기 민영환(閔泳煥)은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인 1896년 특명전권공사(全權公使)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戴冠式)에 참석했다. 고종의 특명을 받아 러시아와 청(淸) 및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밀약을 체결하기 위해 파견됐지만 목적 달성에 실패하였다.
윤치호(尹致昊)는 러시아에서 민영환을 수행했는데, 그는 당시 상황을 영어 일기로 남겨놓았다. 《민영환과 윤치호, 러시아에 가다》(尹慶男 譯)라는 책에 따르면 당시 민영환의 사고 능력은 국제사회 기준에서 봤을 때 처참한 수준이었다. 윤치호는 “민영환은 조선의 예법과 관습에 벗어난다는 구실로 대관식이 거행되는 잠깐 동안이라도 갓(사모·紗帽)을 벗어야 한다는 의례를 완강하고 단호하게 끝내 거부했다”고 적었다. 윤치호가 거듭 설득했으나 “민영환 공사는 고집 센 당나귀보다 더 완강했다”고 한다. 이들은 러시아 황제 대관식이 열린 성당 앞에까지만 가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이 무렵인 1902년 일본은 전쟁을 결심하고 세계 최강국 영국과 동맹을 맺는다. 국제무대에 주연급으로 등장한 것이다. 영일(英日) 동맹 덕분에 1904년부터 1905년까지 이어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한국과 만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일본은 1921년부터 1922년까지 이어진 워싱턴 군축회의에는 5대 해군국으로서 참여했다. 태평양 전쟁 때는 미국과 태평양 지역에서 싸웠고, 중국 전선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하였다. 두 발의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무조건 항복, 그 이후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한다. 미국과 동맹하고 한국과 수교해 번영하면서, 한·미·일 동맹 체제의 일원이 되었다.
일본의 역사적 저력을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1557년에 포르투갈~고아~마카오~나가사키를 잇는 연(年) 1회의 정기 항로편이 생겼다. 1577년 나가사키로 가던 포르투갈선이 제주도 근해에서 선원들을 육지로 내려보내 식수(食水)를 구해오게 했다. 이 선원들은 상륙했다가 제주도 관헌에 붙들려 죽었다. 반면 1543년 가고시마 근해의 다네가시마에 표착한 포르투갈선은 조총(鳥銃)을 일본에 전했다. 일본은 전국(戰國)시대에 이 조총을 발전시켜 1592년 임진왜란 때 썼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한국에도 오고 일본에도 표착했으나, 우리는 그들을 죽여버리고 일본은 그들이 가져온 조총 제조 기술 등 선진문물을 수용해 더욱 발전시켰다. 일본 전국시대 때 조총 수는 유럽 전체보다 더 많고 우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문재인의 日程과 아베의 日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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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9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공개된 아베 총리의 공식일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보다 구체적이고 짜임새가 있다. 사진=뉴시스 |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에 의한 공동번영’이란 詐欺
7월 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일정을 비교해보면 아베 총리는 매일 15건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는데, 문 대통령은 평균 7건 정도에 그치고 ‘여민관 집무실’ 등 청와대 내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아베 총리는 동선(動線)이 분주하고, 실무국장 및 정치인과 많이 만난다. 문 대통령이 ‘실내형’이라면 아베는 ‘현장형’이다. 접하는 정보의 질도 많이 다를 것이다. 한일갈등에 즈음하여서도 문 대통령은 ‘가해자의 적반하장’ ‘평화경제로 단숨에 일본 따라잡기’같이 격한 말을 많이 하는데, 아베는 ‘국가 간 약속을 지켜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말한다. 말이 앞서는 문민(文民)문화와 실력을 중시하는 군사문화의 차이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간 평화경제’는 6·15, 10·4, 4·27 선언에 나오는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에 의한 공동번영’이란 말이다. 문제는 남북 간엔 ‘민족경제’라는 게 없다는 점이다. 자유경제와 배급경제가 있을 뿐이다. 조건이 다른 체제 사이의 균형발전도 불가능하니 공동번영이 아니라 공동파멸로 간다. 이게 목표일 가능성은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인 남한과 1000달러 수준인 북한이 균형을 이루려면 북한 정권이 한국 경제에 빨대를 꽂아 1만6000달러가 될 때까지 착취하는 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