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노트르담 드 파리' 출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해암도 2013. 10. 4. 23:36

 

'出國 禁止' 받은 목소리

'지저스'에서 그의 노래 들은 팬들 "마이클 리, 출국을 저지하라"

 

내달 '벽뚫남'서 평범한 공무원 役… 의대 출신 알려졌지만 난 평범남

 

아버지도 의사, 형도 의사. 막내 마이클은 의사의 길을 당연하게 여겼다. 미국에서도 수재만 모인다는 스탠퍼드대 의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매일 실험하고 시험 보면서 늘 갈증을 느꼈다. 졸업을 한 해 앞두고 뮤지컬 '미스 사이공' 오디션에 도전했다. 합격. 감격한 그는 부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라고? 배우나 하라고 의대에 보낸 줄 아니?" 노발대발하는 부친에게 마이클은 말했다. "세상은 예술도 필요해요, 아버지."


그 후 18년. 배우 마이클 리(40)는 '세상에 필요한 예술'인 뮤지컬의 길을 걸어왔다. 엄마 친구 아들, 즉 뭐든지 뛰어나 비교가 되는 존재인 '엄친아'가 뮤지컬 분야에 있다면 마이클 리다. '미스 사이공' 이후 '왕과 나' '렌트' 등 30여개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무대를 밟았다. 틈틈이 공부해 의대도 졸업했다. "브로드웨이 무대는 한 배역당 한 명만 맡는 싱글 캐스팅이에요. 좋아하지 않으면 1주일에 8번 공연할 수가 없어요.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떠올려야 가능하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벽을 뚫는 남자’에 출연하는 배우 마이클 리. /김연정 객원기자

국내 팬들에게는 2006년 '미스 사이공'에서 미군 병사 크리스 역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브로드웨이와 한국을 오가던 그의 존재가 가장 빛을 발한 작품은 지난 4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어지간한 록 가수에게도 어려운 고음의 '겟세마네'를 마이클 리가 포효하듯 터뜨리면 1200석 대극장이 숙연한 감탄으로 술렁거렸다. 그의 '겟세마네'를 들은 팬 중엔선 "마이클 리의 출국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수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그에게 답을 준 것은 연출가 이지나씨의 한마디였다. "예수가 되려 하지 말고, 마이클 리가 되렴(Just be you)." '자기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은 그가 뮤지컬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마이클 리는 내달 17일까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거리의 시인 그랭구아르로 무대에 선다. 그가 청명한 음색으로 부르는 서곡 '대성당의 시대'가 작품의 기대치를 한껏 높인다. 가장 놀라운 것은 다음 선택이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주인공 듀티율. '이보다 평범할 수 없는' 공무원이다. 과연 설득력 있는 평범함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제가 학벌과 직업이 알려져서 그렇지, 사실은 평범한 남자예요. 오늘만 해도 인터뷰한다고 옷 골라주고 머리 해준 분이 있어서 그럴듯해 보이는 거죠." 그는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재능은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는 것"이라며 "사랑을 찾아낸 '특별한' 남자 듀티율을 '평범한' 저를 통해 만나면 공감이 더욱 커지실 거예요

 

                                                             신정선 기자 조선 : 201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