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의 :주식 분석 전문가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응답 :“JP모건에서는 비트코인을 마약상이나 이용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없는 거래 수단으로만 봤다. 4년 전 회사(펀드스트랫 글로벌어드바이저)를 세운 뒤, 동료들과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 가끔 토론해 보자고 했다. 공부를 하다보니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상당히 말이 됐다. 비트코인이 금의 대체제가 되려면 세대가 달라져야 한다. 1980~2000년에 태어난 밀레니얼들은 5억 명 인구 가운데 가장 두터운 세대다. 이들은 점점 더 디지털 화폐만 쓴다. 이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가치 저장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점이 바로 우리가 비트코인에 주목하기 시작한 이유다.”
- 질의 :아이러니 하게도, 전 직장의 보스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다.
- 응답 :“다이먼 회장은 특히 지난해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많이 냈다. 그나마, 최근에는 덜 부정적이다. 전혀 놀라울 게 없다. 디지털 화폐와 탈중앙화 디지털 자산은 중앙화된 은행업에 대한 위협을 상징한다. 다이먼 회장뿐 아니라 전통 은행과 신용카드사, 중앙은행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 질의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다. 이유가 뭔가.
- 응답 :“무엇보다 지나치게 급등했던 가격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 가격이 너무 올랐다. 그러다 급락하면서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시장에 너무나 많은 탐욕과 투기가 넘쳐났다. 염두해둬야 할 부분은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초기 단계 프로젝트의 생존률도 2~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수많은 암호화폐 가운데 살아남을 확률도 이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는 의미). 다음으로, 정부와 은행 산업의 (암호화폐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이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신용카드로 암호화폐를 사는 걸 카드사가 막아버렸다. 미국 규제 당국은 ICO(암호화폐를 이용한 크라우드펀딩)를 상당히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규제 관련 이슈는 향후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앞으로 몇 달간 나오게 될 규제는 뭐는 되고 뭐는 안 되는지에 대한 일종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질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달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승인할 가능성은? 이번 달에 안 된다면 연내에는 승인 받을 수 있을까.
- 응답 :“SEC도 언젠가는 비트코인ETF를 승인할 것이다. 하지만, SEC 입장에서는 그 전에 해결돼야 할 문제가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가격 조작과 감시 부족, 그리고 특정 암호화폐를 누가 사고 파는지 추적하고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연내 비트코인ETF 승인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기관들의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비트코인 상장지수증권(ETN)이 사실상 ETF처럼 거래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암호화폐 투자 위험을 줄인 금융상품인 ‘디지털자산증서(DAR)’를 개발하고 있다.”
- 질의 :대표적인 비트코인 강세론자다. 비트코인의 단기, 그리고 장기 전망은 어떻게 될까.
- 응답 :“장기로 보면 비트코인은 디지털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낼 것이다. 현재 전세계 70억 명 가운데 단 5000만 명만이 암호화폐 지갑(월렛)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 인터넷 사용자가 45억 명이다. 5000만 명에 불과했던 때가 1996년이다. 20여년 만에 세상이 달라졌다. 밀레니얼 세대는 1억개, 5억개, 혹은 수십 억개의 디지털 지갑을 사용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암호화폐 자산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지갑 이용자가) 5000만명에서 50억 명이 되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금보다 1만 배 이상 오를 거다. 이것이 내가 장기로 비트코인 강세론을 주장하는 이유다. 단기로 봤을 때에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싸다. 연말 쯤 비트코인 채굴비용은 9000달러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은 채굴비용의 2.5배 수준에서 거래됐다. 곧, 2만2500달러는 돼야 한다는 건데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6000달러선에 불과하다. 또, 올해 가격 하락 양상이 2014년과 비슷하다. 2014년은 약세장이었다. 약세 흐름이 400일이나 이어졌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제자리를 찾는 데에는 한 달이면 충분했다. 최고가 2만 달러를 찍기 한 달 전 비트코인 가격은 5700달러에 불과했다. 이제 약세장 거의 끝무렵 아닌가 한다.”
- 질의 :알트코인보다 비트코인을 더 긍정적으로 본다. 이유가 뭔가.
- 응답 :“현재 암호화폐와 디지털 자산이 사용되는 명확한 케이스는 금융이다. 정말 돈을 대체하고 있다. 사실, 이더리움이 ‘월드 컴퓨터’라고 하다 ‘열린 금융’으로 최근 목표를 바꾼 이유이기도 하다(※현재 이더리움은 확장성 등의 문제로 월드 컴퓨터로 기능하기엔 갈 길이 멀다). 통화 시스템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정말 돈처럼 기능한다. 아주 좋은 가치저장의 수단이기도 하고.”
- 질의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 가운데 투자할 만한 코인은 무엇인가.
- 응답 :“인터넷 시장의 FANG(페이스북ㆍ아마존ㆍ넷플릭스ㆍ구글)을 보자. 15년 동안 이 4개의 주식을 들고 있었다면, 1500배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인터넷 산업 성장의 수혜를 이들 회사가 고스란히 누렸다.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FANG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여기 비트코인은 분명히 들어갈 것 같다. 게임이나 e스포츠 분야에서 아주 성공한 프로젝트가 나올 것 같고, 가상현실(VR)이나 소셜미디어(SNS) 관련 코인도 FANG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 질의 :10만 달러가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겠나. 암호화폐 비롯해 예금ㆍ주식ㆍ채권 등 모든 자산 가운데서 선택해 달라.
- 응답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답은 질문하는 사람의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20대라면 5% 혹은 그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라고 하고 싶다. 20년 안에 암호화폐는 10배에서 100배, 많으면 1000배까지도 가격이 오를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회사 고객의 대부분은 나이가 있다. 2~3% 이상은 절대 디지털 자산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주식에는 전체 자산의 50~60%를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질의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응답 :“장기로 봐야 한다. 10년, 20년에 걸쳐 벌어질 일을 예상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마치 집을 사는 것처럼. 둘째, 시장보다 더 똑똑해지기 어렵다. 자신이 원하는 걸 시장에 말하려고 하지말고, 시장이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종종 (시장은) 사람들에게 매매를 그만두라고 얘기한다.”
- 질의 :그렇다면 지금은 매매를 그만둘 때인가, 아니면 새로 들어갈 때인가.
- 응답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장기로 보면 암호화폐 시장은 괜찮다. 비트코인 6000달러선 정도면 꽤 좋은 매수 가격이다.”
- 질의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나.
- 응답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거래 목적이 아니라 보유 목적이다. 하드 월렛에 보관하고 있다.”
- 질의 :비트코인캐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응답 :“비트코인캐시는 아주 논쟁적인 프로젝트다. 일부는 비트코인 세력의 상당수가 비트코인캐시 쪽으로 옮겨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캐시가 비트코인의 경쟁상대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원래 비트코인 보유자의 대부분은 여전히 비트코인 코어 진영을 지지한다.”
- 질의 :연초 시장이 과열됐을 때 일부 팔아서 수익 실현했나. 아니면 그대로 들고 있었나.
- 응답 :“고점에 팔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더 사지도 않았다. 비트코인을 장기로 보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같은 조언을 한다. 시장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매매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 질의 :장기로 보고 기회가 될 때마다 비트코인을 사 모으는 게 맞는 투자법인가.
- 응답 :“그렇다. 매년 암호화폐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 매년 저축을 100달러씩 한다면 2~3달러는 암호화폐에 투자해야 한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