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버핏 "비트코인, 가치있는 자산 아냐"… 게이츠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

해암도 2017. 12. 13. 06:35

[가상화폐, 허상인가 미래인가] [下]


·진짜 돈 같은 본질가치 없어 거래기록 조작 불가능한 건 장점

버핏 "비트코인, 가치있는 자산 아냐"… 게이츠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

   

가상 화폐 대표는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동전(coin)'을 합친 이름이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기존 화폐 시스템의 대안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화폐 시스템은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달러, , 원화 등 법정 화폐(법화)를 발행하는 것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민간 화폐라고 볼 수 있다. 국경 없는 온라인 세상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되 해킹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비트코인을 잉태했다.

비트코인은 인터넷 네트워크상에서 존재한다. 직접 보거나 만질 수 없다. 금이나 은은 실물 가치가 바탕이 돼 있고, 지폐는 법화로서의 가치가 들어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민간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든다. 귀금속이나 법화와 같은 본질적인 가치(intrinsic value)가 없다. 사용자들이 비트코인을 거래할 만하다고 믿어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 갑자기 사용자들이 비트코인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면 가치는 '0'이 될 수도 있다.

법화는 은행을 통해 거래하면 은행 원장(元帳)에 기록이 남는다. 또 카드 사용 내역도 금융회사에 기록이 남는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렇게 금융회사가 중앙집권식으로 기록을 보관하지 않는다.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컴퓨터에 거래 기록 원장을 분산해 저장한다.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분산된 원장의 절반 이상을 해킹해야만 전체 내용을 바꿀 수 있는데, 현재 컴퓨터 성능으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은 현재 제도권 밖에 있다. 거래할 때 세금도 내지 않고, 규제도 거의 없다. 누구나 손쉽게 사설 거래소 사이트에 접속해 가입만 하면 사고팔 수 있다. 그러나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누구도 비트코인으로 따져 집이 얼마다, 차가 얼마다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갖춰야 할 계산의 기본 단위 기능이 없는 것"이라며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해도 비트코인은 화폐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방현철 기자 입력 : 2017.12.13

비트코인 핵심기술은 블록체인잘만 쓰면 4차 산업혁명 기폭제

 

[가상화폐, 허상인가 미래인가] [] 투기 광풍 비트코인의 두 얼굴

규제 안받아 급등락에 속수무책·러시아는 통제 어려워 금지
금융·해운 강자 JP모건·머스크, 국제송금 등에 블록체인 상용화
월마트·IBM은 블록체인 이용해 중국에 돼지고기 추적 시스템 구축

"비트코인 열풍을 이대로 두면 심각한 왜곡 현상이나 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이낙연 국무총리) "투기 과열과 범죄 증가 등 국민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어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박상기 법무장관)

하루 24시간 거래되며 순식간에 수십 퍼센트씩 가격이 오르내리는 가상 화폐는 이미 한국에서 수많은 '비트코인 폐인'을 양산하고 있다. 하루 최대 6조원씩 거래되고 있는 투자 대상의 가격이 갑자기 폭락하면 경제적 파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선뜻 가상 화폐 거래 중단이나 거래소 폐쇄 같은 강경책을 꺼내지 못하는 이유는 가상 화폐가 가진 양면성 때문이다. 한편에는 투기 광풍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는 블록체인이라는 가상 화폐 핵심 기술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 기술이다. "비트코인에 금융이나 거래 측면에서 혁신인 측면도 없지는 않다"는 김동연 경제 부총리의 말에는 두 얼굴 중 어느 쪽을 바라볼 것이냐는 고민이 담겨 있다.

블록체인 응용 분야 무궁무진

금융·물류·의료 정보 등 현재 생겨나는 데이터는 대부분 대형 컴퓨터(서버)에 저장된다. 데이터가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해커들의 공격을 받거나 오류가 일어나면 치명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데이터를 네트워크 모든 사용자에게 분산하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이 블록체인(blockchain·공공 거래 장부)이다.

블록체인은 서버가 아닌 인터넷으로 연결된 특정 네트워크상의 모든 컴퓨터에 데이터가 동시에 저장된다. 수많은 복사본이 생겨나는 것이다. 김영권 삼성SDS 금융컨설팅 팀장은 "생성된 데이터는 일정 시간마다 '블록'이라고 불리는 단위로 묶여 시간 순서대로 쌓인다"면서 "블록이 생길 때마다 각 복사본들이 정확히 일치하는지 한꺼번에 대조하기 때문에 해킹을 하려면 모든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을 다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실현시킨 블록체인 기술은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실장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시스템은 해킹·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외에도 투명하고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재의 국제 송금은 각각 장부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절차에 2~3일이 걸리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거래 즉시 기록이 동시에 생겨나기 때문에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바클레이스·JP모건·크레디트스위스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부터 월마트 같은 유통사, 세계 최대 해운 회사 머스크도 앞다퉈 블록체인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IBM은 월마트와 함께 중국 내에 블록체인 돼지고기 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월마트는 이 시스템을 통해 납품된 돼지가 어디서 키워졌고, 어떻게 도축돼 어떤 경로로 매장에 들어왔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의료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결합하면 한 사람의 평생 병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상 화폐 양면성에 전문가도 의견 분분

두 얼굴 중 어느 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국가별로도 가상 화폐 정책이 극단적으로 갈린다. 투기 광풍, 금융 불안, 국부 유출 등 어두운 면을 바라보는 국가들은 가상 화폐 거래를 아예 금지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중국·러시아·베트남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다. 반면 일본과 영국은 비트코인의 통화 기능을 인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일본처럼 가상 화폐를 법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으면서도 크게 규제하지도 않는 불간섭 원칙을 택하고 있다.

가상 화폐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가상 화폐의 혁신성과 탈()중앙화 정신을 높게 보는 이들은 비트코인이 미래의 화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는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고 했다. 반면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비트코인에 막대한 가치가 있다는 말은 수표를 만드는 종이에 가치가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스운 얘기"라고 했다.

블록체인(b lockchain)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블록(block)을 잇따라 연결(chain)한 모음이란 뜻이다. 블록에는 일정 시간 동안의 비트코인 거래 내역이 담겨 있다. 이를 체인으로 묶은 것처럼 연결하고 인터넷에 접속된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저장한다. 대형 컴퓨터(서버) 한곳에 모으는 것보다 여러 곳에 분산하는 게 해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최규민 기자       박건형 기자       입력 : 2017.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