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관념을 깬 골프의 기술
홀 보고있어 헤드업 걱정 없어
본능적 거리감각 활용도 유리
실험서도 24% 더 가깝게 붙여
스트로크 불안할 때 시도할만
셋업 제대로 안 되면 역효과공이 아니라 홀을 보고 하는 이른바 ‘노룩(no look) 퍼트’는 효과가 있다. 송경서 JTBC골프 해설위원은 “역학적으로 (노룩 퍼트가) 맞다. 퍼트 시 가장 큰 문제가 헤드업인데 미리 홀을 보고 있다면 머리를 움직일 이유가 없다. 홀을 보고 퍼트를 하면 오른쪽 어깨가 잘 빠져 스윙이 효율적이고 퍼트 헤드를 감속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위원은 또 “홀을 보면서 퍼트할 때 가장 유리한 점은 본능적인 거리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예를 들자면, 농구에서 슛할 때는 공이 아니라 바스켓의 림을 보고 던진다. 야구선수도 공이 아니라 타깃을 보고 던진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본능 퍼팅』을 쓴 미국의 골프 교습가 데이나 레이더는 “우리 몸엔 무의식적인 거리측정기가 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거리를 맞춰 근육을 움직인다. 퍼트하기 전 홀을 본다고 해도 공을 보고 스트로크 할 경우, 뇌는 거리에 대한 ‘기억’을 근육에 전달해야 하는데 직접 볼 때와는 다르다. 몸의 거리측정기를 사용하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종환 퍼팅 아카데미 원장은 “스트로크에 대한 생각이 많을 때 쓸데없는 동작을 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고치기 위해 홀을 보고 퍼트를 하는 연습 방법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노룩 퍼트에 관한 실험도 있다. 미국 50대 코치에 뽑히는 에릭 알펜젤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밥 크리스티나 교수가 2005년 미국 골프매거진과 함께 실험을 했다. 핸디캡이 8~36인 40명을 연령별·성별·핸디캡별로 20명씩 나눴다. 한 그룹은 공을 보고 퍼트를 했고 다른 그룹은 홀을 보고 퍼트를 했다. 홀을 보고 퍼트를 한 쪽의 경우, 퍼트전 연습 스윙은 이전처럼 공을 보고 했다. 9~13m 먼 거리 퍼트에서 홀을 보고 퍼트한 사람들은 공을 홀 71㎝ 옆에 붙였다. 공을 보고 퍼트한 사람은 94㎝였다. 24%의 차이가 났다. 짧은 거리에서도 홀을 보고 퍼트를 한 쪽이 더 잘 했다. 홀을 보고 한 쪽이 퍼트를 계속할수록 공을 보고 한 쪽보다 실력이 더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 역사가들은 “‘드라이브샷은 쇼, 퍼트는 돈’이라고 했던 최고의 퍼터 보비 로크도 가끔 홀을 보고 퍼트를 했다”고 전한다. 짐 소피, 레이먼드 플로이드 등도 홀을 보고 퍼트를 했다. 그러나 스피스만큼 눈에 띄게 한 것은 아니었다. 홀을 보는 것이 좋다면 왜 그 동안 선수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실험을 했던 알펜젤은 골프매거진에 “연습을 해 보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데, 압박감이 있는 경기에서 공을 보지 않으면 제대로 맞히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들어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피스가 홀을 보고 퍼트하는 모습은 2014년부터 목격됐다. 주로 짧은 퍼트였다. 2010년 디 오픈에서 우승한 루이 우스트이젠(남아공)도 종종 홀을 보면서 퍼트를 했다. 특이하게도 백스윙을 할 때는 홀을 보고 있다가 다운스트로크에서 다시 공을 본다. 두 선수 모두 짧은 거리 퍼트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홀을 봤다기보다 공을 안 보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일 수 있다. 조니 밀러(미국)는 ‘퍼트 입스(몸이 굳어 퍼트를 못하는 현상)’에 시달리던 1970년대, 공 대신 손톱이나 발끝, 또는 홀을 보면서 퍼트를 했다. 송경서 위원은 “퍼트가 불안한 골퍼나 퍼트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홀을 보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공을 보지 않으면 스트로크 시 불필요한 동작을 할 수가 없다. 홀을 보고 하는 퍼트는 아주 좋은 퍼트 방법이지만, 퍼트를 앞두고 고개를 들면서 어깨 정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스트로크 연습 방법으로 활용하거나, 짧은 퍼트에 지나치게 긴장하는 선수에게 실전에서 극약처방으로 쓴다”고 말했다. 박위원은 또 “아마추어에게도 효과적이지만, 셋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7.07.28
노룩 퍼트에 관한 실험도 있다. 미국 50대 코치에 뽑히는 에릭 알펜젤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밥 크리스티나 교수가 2005년 미국 골프매거진과 함께 실험을 했다. 핸디캡이 8~36인 40명을 연령별·성별·핸디캡별로 20명씩 나눴다. 한 그룹은 공을 보고 퍼트를 했고 다른 그룹은 홀을 보고 퍼트를 했다. 홀을 보고 퍼트를 한 쪽의 경우, 퍼트전 연습 스윙은 이전처럼 공을 보고 했다. 9~13m 먼 거리 퍼트에서 홀을 보고 퍼트한 사람들은 공을 홀 71㎝ 옆에 붙였다. 공을 보고 퍼트한 사람은 94㎝였다. 24%의 차이가 났다. 짧은 거리에서도 홀을 보고 퍼트를 한 쪽이 더 잘 했다. 홀을 보고 한 쪽이 퍼트를 계속할수록 공을 보고 한 쪽보다 실력이 더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 역사가들은 “‘드라이브샷은 쇼, 퍼트는 돈’이라고 했던 최고의 퍼터 보비 로크도 가끔 홀을 보고 퍼트를 했다”고 전한다. 짐 소피, 레이먼드 플로이드 등도 홀을 보고 퍼트를 했다. 그러나 스피스만큼 눈에 띄게 한 것은 아니었다. 홀을 보는 것이 좋다면 왜 그 동안 선수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실험을 했던 알펜젤은 골프매거진에 “연습을 해 보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데, 압박감이 있는 경기에서 공을 보지 않으면 제대로 맞히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들어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피스가 홀을 보고 퍼트하는 모습은 2014년부터 목격됐다. 주로 짧은 퍼트였다. 2010년 디 오픈에서 우승한 루이 우스트이젠(남아공)도 종종 홀을 보면서 퍼트를 했다. 특이하게도 백스윙을 할 때는 홀을 보고 있다가 다운스트로크에서 다시 공을 본다. 두 선수 모두 짧은 거리 퍼트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홀을 봤다기보다 공을 안 보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일 수 있다. 조니 밀러(미국)는 ‘퍼트 입스(몸이 굳어 퍼트를 못하는 현상)’에 시달리던 1970년대, 공 대신 손톱이나 발끝, 또는 홀을 보면서 퍼트를 했다. 송경서 위원은 “퍼트가 불안한 골퍼나 퍼트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홀을 보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공을 보지 않으면 스트로크 시 불필요한 동작을 할 수가 없다. 홀을 보고 하는 퍼트는 아주 좋은 퍼트 방법이지만, 퍼트를 앞두고 고개를 들면서 어깨 정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스트로크 연습 방법으로 활용하거나, 짧은 퍼트에 지나치게 긴장하는 선수에게 실전에서 극약처방으로 쓴다”고 말했다. 박위원은 또 “아마추어에게도 효과적이지만, 셋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7.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