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갤리온)
3대 다섯 가족 모여 사는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화여대 명예교수인 이근후 박사(78·가족아카데미아 원장)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갤리온)를 냈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일해온 그가 ‘현역 노인’으로 살아가며 발견한 즐거움을 담았다.
설을 앞둔 6일 서울 북악산 기슭에 자리한 ‘가족아카데미아’에서 그를 만났다.
흩어졌던 가족이 모이는 명절, 우리시대 소통법에 대한 그의 지혜를 들었다.
그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 재미있는 삶이 아닌, 무엇이든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삶에 대한 책”이라고 했다.
-책 제목과 달리 서문에 ‘나이 들면 좋은 것은 없다’고 썼다.
“나이 든다는 게 좋은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웃음) 노화가 진행되고,
사회에서 한 발 물러서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껴안는 일이다.
하지만 노년은 누구에게나 온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삶의 한 과정이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을 애써 찾을 필요도 없다. 사는 동안 좋은 일,
즐거운 일을 만들어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
노년의 좋은 점은 하나도 없을까. 그는 “더 이상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은퇴 이후 이런 저런 단체에서 들어온 ‘수장’ 자리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명예보다 즐거움, 책임보다 재미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76세 나이에 고려사이버대 문화학과를 최고령 수석으로 졸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미를 추구하는 삶이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나눠 할 뿐이다. 고려사이버대 강의를 맡아 사이트에 자료도 올리고, 사람들과 댓글을 달며 얘기를 나눈다.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시낭송 모임을 연다. 네팔 의료봉사를 위해 매년 네팔도 가고,
40년 동안 봉사해온 보육원에 들러 아이들과도 논다.”
-건강이 받쳐줘야 할 것 같다. “내 몸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다.
(웃음) 몇 년 전 심장혈관이 막혀 수술을 받았고, 10년 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당뇨와 고혈압, 관상동맥협착, 담석, 통풍, 허리디스크 등 7가지 병과 더불어 살고 있다.
병은 훈장도 아니지만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증거는 더욱 아니다.
이런 신체적 고통은 좀 고약한 친구쯤으로 생각하는 게 낫다.
건강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게 나이 들어 할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이 박사는 부인 이동원 박사(76·이화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가족아카데미아를 운영하고 있다.
독특한 ‘대가족 실험’으로도 유명하다.
자녀 2남2녀 등 다섯 가구가 2002년부터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주거 형태도 독특하다. 4층짜리 다세대 주택처럼 보이는데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층마다 각 세대의 현관문이 따로 있다. 공간을 철저히 분리했고, 등기도 각자 했다.
3대 13명, 다섯 가구 가족공동체의 이름은 ‘예띠의 집’이다.
-3대가 함께 사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 부부가 제안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치과의사인 큰며느리가 추진했다. (웃음) 1층에 우리 내외가 살고,
꼭대기층에 장남 가족이 산다. 가족이 모여 살기로 결정하면서 원칙을 세웠다.
상호 불간섭주의와 독립성 보장이다. 서로 찾아갈 때도 반드시 전화를 걸어 허락을 구한다.
식구들이 6개월에 한 번씩 돌아가며 반장(연락책·조율자 역할)을 한다.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
-부딪힐 일이 많을 텐데. “갈등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 자체를 바라는 것이다.
큰아들이 결혼한 후 며느리에게 강조한 게 바로 ‘거절하는 법’이었다.
‘노’라고 말해야 할 때는 솔직하게 ‘노’라고 말하라고 했다.
시부모와 며느리는 상하관계가 아니다. 인간대 인간으로 통해야 한다.
누구나 거절은 불편하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고 했다. “부모님 기일이 10일 상간이어서
‘메모리얼 주간’을 따로 정했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대신에 조촐한 식사모임을 갖는다.
제사의 필요성과 뜻을 살리되 형식만 바꾼 것이다.
대가족의 제사를 며느리 한두 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가족 모두 제삿날을 즐거운 날이라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중앙 201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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