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로 사람의 마음을 본다 - 김동규 서울대 의대 교수 책 '브레人' 펴내

해암도 2013. 2. 9. 06:57

"1만명 뇌 치료하며 인간의 마음 알게됐죠"

 

40년 뇌 다뤄온 김동규 서울대 의대 교수 책 '브레人' 펴내  점잖던 가장,

뇌수술 후 막말… 이성적 판단하는 전두엽 때문웃음 못 참아 온 환자,

 

서울대 의대 신경외과 김동규(59) 교수는 40년 가까이 인간의 뇌를 다뤄온 의사다.

방사선을 쪼이는 사이버 나이프와 두개골을 열고 메스를 대는 뇌 수술을 통해

그동안 그가 치료한 뇌 환자가 1만명이 넘는다.

 

현재는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원장직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브레人'(일조각)이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책 제목은 뇌를 뜻하는 영어 브레인(brain)과 사람 인(人)의 합성어다.

 

뇌로 사람의 마음을 본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뇌를 만지는 신경외과 의사라고 해서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뇌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출판 소감을 밝혔다.

김 교수는 다양한 환자를 통해 세상을 본다고 했다.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친 50대 남자 환자가 있었다.

뇌의 전두엽이 심하게 파괴됐고, 피가 고였다. 신경외과 수술팀이 응급으로 전두엽 상당 부분과 핏덩어리를 제거했다. 회복세를 보이던 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아내와 의료진에게 쌍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환자는 대기업 임원으로 점잖았던 사람이었다.

김 교수는 "전두엽은 학습과 도덕적ㆍ이성적 판단을 하는 곳이어서

전두엽 기능이 소실되면 배움 이전의 원초적 단계로 돌아간다"며 "

게임 중독에 빠지면 전두엽 기능이 감소하는데 요즘 그런 청소년이 많아져

세상이 험악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동규 교수가 뇌 모형을 들어 보이

“치매인 줄 알았던 환자가 뇌수술 후 멀쩡해지는 극적인 반전이 있는 곳이

신경외과”라며“뇌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책 속에는 신경외과 의사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담겨 있다.

남자들이 정력제로 뱀을 잡아먹었다가 스파르가눔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돼 뇌가 망가진 케이스,

웃음을 참을 수 없다며 진료실을 찾은 50대 여성 보험설계사가 뇌종양으로 진단된 사연 등이 있다.

 

뇌종양 중 최고 악성인 교모세포종으로 진단하고 조직검사를 하려고 MRI를 찍었는데

하루 만에 암이 사라져 MRI 사진이 바뀌었다고 난리를 피운 사례가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그 뇌종양은 나중에 알고 보니 악성 교모세포종이 아니라 뇌에 생긴 임파종이었다"며

"임파종은 진단할 때 찍는 CT에서 나오는 방사선만으로 치료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뇌종양 치료를 앞둔 신경외과 의사에게는 고민이 있다.

뇌종양을 완벽하게 제거하자니 정상 뇌조직도 일부 제거돼 언어나 팔다리 운동 장애가 생길 수 있고,

후유증을 가급적 줄이자니 뇌종양을 불충분하게 제거하게 된다.

 

김 교수는 "요즘에는 두피와 두개골을 절개할 때만 마취를 하고

뇌 수술을 할 때는 마취를 깨워 환자와 대화하면서 수술하는 방법을 쓴다"

"환자들에게 '뇌를 열어 놓은 상태에서 깨어 있어야 한다'고 미리 말하면 기겁을 한다"고 말했다.

 

뇌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수술하면서 운동과 언어 기능을 체크할 수 있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삼국지에서 관우가 바둑을 두면서 팔에 관통한 화살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듯이

이런 '각성 뇌 수술'에는 환자의 담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와 환자 관계가 갈수록 질병 치료 주체와 객체 같은 기계적 관계가 돼 안타깝다"며

"의료의 본질은 지식과 기술이 아니라 항상 환자, 즉 사람이 중심에 있는

인문학이라는 생각을 젊은 의사들이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선 201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