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과장의 ‘경계수위’ 넘나드는 얼굴 그리는 작가, 노호룡

해암도 2016. 6. 24. 13:44


재야 일러스트 고수를 찾아라~! ① 노호룡 

2012년 세계캐리커처공모전 전시작품으로 그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014년 개인전시회 작품 중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야구선수 류현진.

2015년 12월에 그린 영화배우 최민식.

최근 작업한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 포스터 삽화. 오는 8월에 열릴 한국캐리커처협회 단체전에 출품할 예정이다

1993년 유한킴벌리 KKG(Keep Korea Green) 캠페인 삽화.

노호룡 작가


《동아일보 출판국 디지털 미디어 ‘매거진 D’는 일러스트 작가들의 소통창구인 ‘북스동아’와 함께 ‘재야 일러스트 고수를 찾아라’ 프로젝트를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한다. 매월 ‘이달의 일러스트’를 선정하고, 작가 인터뷰와 함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첫 번째 ‘이달의 일러스트’로 선정된 작가는 노호룡 씨다. <편집자 주>》

◆ 노호룡 작가는? 

출신
: 경기도 평택 

학력 : 평택고, 홍익대 미대(시각디자인과),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광고디자인 전공) 졸업

경력 : 오리콤 부국장, 現 디자인스튜디오 ‘곤(GON)’ 대표 겸 한국캐리커쳐협동조합 이사장 

여느 작가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린 노호룡(54) 씨는 이제껏 그림과 함께 살았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리콤’이라는 광고대행사에 취업해 오랜 기간 광고디자이너로 활동했다. 한편으론 순수미술에 대한 욕망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인물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대화한 인물 캐리커처는 어쩌면 오랜 직장생활과 순수 화가의 중간 단계에서 만들어진 그만의 작품 영역인지 모른다. 그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그에게 그림은 어떤 존재일까. 그를 만나봤다.

-캐리커처는 언제부터 그렸나? 

“대학 전공이 시각디자인 쪽이라 자연스레 일러스트를 많이 그렸고, 직장에서도 광고에 필요한 일러스트 작업이 많았다. 직장생활 초반에는 수채화로 작업한 동식물 도감 같은 것을 그렸는데, 지금까지 그린 그림의 80% 이상이 인물을 주제로 한 것이다. 그만큼 사람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캐리커처는 6~7년 전부터 그렸다.”

-표현이 독특하다. 특별한 이유라도?  

“얼굴을 똑같이 묘사하는 그림에서는 별 의미를 못 찾겠더라. 재미도 없고 개성도 없다. 나보다 묘사를 잘하는 작가도 많고. 내 나름 좋아하는 작업을 하다보니 지금에 와 있는 것 같다.” 

-인물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하나? 

“주로 신문기사와 방송뉴스를 보다가 특정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특이한 상황이나 재미있는 표정에서 캐릭터를 설정하고 내 나름의 해석을 담아 표현한다. 주변 지인들을 작업할 때도 있는데 더 불편하다. 경계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작업하려다보니….”

-경계수위라니? 

“본인이 자신의 캐리커처를 보고 ‘화를 내지 않을 정도의 과장’이라고 해야 할까. 과장이 심하면 대부분 내색은 하지 않아도 속으로 안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특정 부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이미지가 왜곡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캐리커처는 ‘당사자만 싫어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좋아한다’는 말이 있듯이 작가로서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길거리나 테마파크 같은 곳에서 즉석으로 그리는 캐리커처는 10~15분 이내에 순간적으로 대상의 특징을 포착해 짧은 시간 안에 웃음을 주지만 불쾌감도 그 시간만큼 짧다. 내가 작업하는 스튜디오 캐리커처는 대상의 특징을 파악해 주관적인 모습을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애착이 많이 가는데 비판을 받을 때는 솔직히 난감하다. 국회의원인 친구에게 캐리커처를 두 번 그려준 적이 있는데 두 번 다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반응이 ‘야, 잘 좀 그려봐’…. 겉으로는 웃었지만 가슴 아팠다.”

-혹시 콤플렉스를 자극해 불쾌한 반응을 유발한 적 없나?

“있다. 아니 많다. 그 사람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면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과장 수위를 잘 조절해야지.” 

-그림을 그리다보면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는데.

“질문한 그대로다. 많이 어렵다. 투잡을 갖지 않고는 생활하기 어렵다.”

-그럼 어떻게 생활하나? 

“작품을 의뢰받아 그리거나 강의도 가끔 나간다. 이와는 별도로 준비하는 게 있다. 예전에는 캐리커처 작가들이 각자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활동했다. 뭔가 구심점이 필요한 것 같아 4년 전쯤 캐리커처작가협회(KOSCA, 코스카)를 만들어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그러다 수익사업을 진행하려 지난해 협동조합 법인을 만들었다. 이사장은 내가 맡고, 코스카 회원 12명이 참여했다. 현재 조합에선 평택을 거점으로 한 지역 축제를 추진 중인데, 올해는 어렵고 내년에는 가능할 것 같다. 코스카 회원이 80명 정도인데 축제가 잘 끝나면 나머지 회원들도 모두 조합에 합류할 예정이다.” 

-노 작가에게 그림은 어떤 존재인가? 

“평생 하고 싶어 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이다.”

-일러스트 작가의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많이 보고, 많이 그리고, 많이 사귀고, 많이 생각하고.”

-앞으로 계획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얼굴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지금은 한국캐리커처협동조합 축제 준비와 교재 제작 등 조합 관련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게 우선이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 201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