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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의 춘추전국시대

해암도 2013. 7. 14. 07:46

 

 

 

독특하다는 단어조차 진부하다. 올해 선글라스 트렌드는 일종의 '컬트(Cult·소수의 열광적인 지지자를 거느린 문화)'에 가깝다. 주류(主流)도 대세도 없다. 특정 브랜드가 유행을 주도하던 때는 이미 지났다. 발음조차 어려운 신진 디자이너의 상표가 곳곳에서 출몰한다.

 

과장되고 기괴할수록 선호되는 이런 컬트 선글라스의 인기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 안나카린칼슨by옵티칼더블유·안나수이by다리F&S.(위부터)

 

복고(復古)나 미래주의 같은 단어만으로 흐름을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어느덧 안경테는 가장 예민하고도 섬세한 화폭(畵幅)으로 진화했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하고 조각을 새겨넣는다. 두 개의 다리 위에 건축물을 쌓고, 날렵한 곡선을 따라 상상의 세계를 세공한다.

 

녹아내린 사탕을 그대로 주물에 넣고 얼린 듯한 팝 컬러 선글라스, 백범 김구 선생의 안경을 연상시키는 동그랗고 간결한 레트로 선글라스, 나비 형태의 버터플라이 선글라스, 1950년대 재클린 케네디가 즐겨 썼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는 기본. 박쥐 날개가 달린 것, 물결무늬가 소용돌이치는 '아티스틱(artistic)' 선글라스부터, 공공장소에 휘갈긴 낙서가 새겨진 듯한 느낌의 '그라피티(graffiti)' 선글라스도 쏟아져 나온다. 바야흐로 선글라스의 춘추전국시대. 그래서 올여름 햇살만큼은, 색안경을 끼고 봐야 한다.

 

장미 꽃봉오리가 마구 돋아난 선글라스도 있고, 렌즈에 물감을 뿌리듯 그림을 그려넣은 선글라스도 있다. 겉과 속살의 빛깔이 다른 그야말로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선글라스도 있다. 올여름 색안경은 그야말로 반전(反轉)의 결정체다.

 
선글라스의 색깔별 기능과 용도

선글라스의 표리부동

과장되고 기괴할수록 선호되는 이런 컬트 선글라스의 인기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 1 피큐아이웨어byDK 2 토스by다리F&S 3 토즈 4 수비by옵티칼더블유
5 돌체앤가바나 6 프라다 7 비비안웨스트우드by다리F&S 8 로에베by다리F&S
9 안나카린칼슨by옵티칼더블유 10 비비안웨스트우드by다리F&S
11 안나카린칼슨by옵티칼더블유 12 앵글로마니아by다리F&S.

 

어떤 선글라스는 겉과 속이 다르다. 바깥에서 보면 살구색인데 안에서 보면 꽃분홍 빛깔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Westwood)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색안경과 캐주얼 브랜드 ‘앵글로 마니아’를 통해 겹겹이 다른 색이 입혀진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속살에 꽃무늬가 새겨진 안경도 있다. 레이밴이 내놓은 레트로 색안경은 테 안쪽엔 화려한 꽃무늬를 숨겨놓았다. 다리F&S 마케팅 최형욱 과장은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제품이 특히 많아졌다”고 했다.

조각과 피어싱을 입다

돌체앤가바나·프라다 등에서 나온 선글라스는 작은 꽃다발과 다를 게 없다. 날렵한 안경테 위로 꽃송이가 돋을새김 돼 있다. 쓰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그야말로 ‘변신 안경’이다.
귀나 배꼽에 구멍을 뚫고 장신구를 박아넣는 것을 피어싱(piercing)이라고 한다. 몇몇 선글라스는 안경테에 피어싱을 숨겨두었다. 디젤·티피카 같은 제품은 안경테 옆에 귀여운 피어싱 장식이 달렸다. 안경테의 의인화(擬人化)처럼 보일 정도다.

복고풍과 미래주의의 동거

지나치게 동그랗고 간결한 복고풍 선글라스. 가수 존 레넌(Lennon)의 이름을 따서 ‘존 레넌 스타일’로도 일컬어진다. 레이디 가가(Gaga) 등이 즐겨 착용하면서 최근엔 이 복고풍이 미래주의의 숨결을 덧입었다. 자동차가 변신하듯 렌즈를 떼고 붙일 수 있는 형태부터 거울처럼 보이는 ‘미러 렌즈’를 더한 것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토즈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에서도 이런 제품이 여럿 나왔다.

디자이너 안나 카린 칼슨(Karlsson)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선글라스도 1950년대 유행했던 복고풍과 미래주의를 절묘하게 엮어낸 것이다. 가면무도회에서나 쓸 법한 장식을 연상시킨다. 기묘하게 휘어진 과장된 곡선, 반짝이가 들어간 독특한 색감을 자랑한다.

건축이 되다

건축가 론 아라드(Arad)는 최근 안경의 모양을 가장 닮은 두 알파벳 p와 q를 따서 ‘피큐(pq)’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포유류의 척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콥스(Corbs)는 안경테가 자유롭게 휘어지는 데다 귀에 거는 부분이 따로 없는데도 두상에 착 붙는 독특한 형태를 자랑한다. 안경테 중간에 A 모양의 테를 넣어 얼굴형에 맞춰 렌즈를 조절할 수 있는 ‘에이 프레임(A-frame)’도 있다.

 

렌즈테를 아예 화폭 삼아 그라피티를 새겨넣은 수비(Ksubi)는 같은 브랜드도 있다. 최근 빅뱅·2NE1 등이 즐겨 쓰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스타일리스트 강은수씨는 “요즘 선글라스는 과장될수록 잘 팔리고, 기괴할수록 인기를 얻는다. 이런 컬트 선글라스의 인기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선글라스 부분별 명칭 인포그래픽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올바른 선글라스 착용에 관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선글라스 부분별 명칭

 

햇볕이 따사롭고 자외선이 강렬해지는 여름은 선글라스를 활용하기에 적합한 시기다.
여름철 강해진 햇빛에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 착용은 필수가 됐다. 선글라스를 선택할 때 용도와 얼굴형에 맞게 착용한다면 보호와 스타일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조선 : 201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