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96

발 어루만지며 끝까지 ‘발병’ 고치는 의사

[핫 닥터] ③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학준 교수 "발 좀 만져보겠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2시경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진료실. 이 병원 김학준 교수(51)는 30대 환자의 발을 받침대 위에 올리게 하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촉진했다. 벌겋게 부은 오른쪽 발목의 양쪽 복사뼈에서 뜨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살짝만 눌러도 환자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 나왔다. 관절염 탓에 고름이 찬 것으로 의심됐다. 영상 검사와 피 검사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패혈성 관절염. 당장 수술해야 했다. 김 교수는 저녁 개인 일정을 포기했다. 다른 환자 진료를 마치고 밤 9시까지 환자의 코로나19 검사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1시간 남짓 관절경으로 복사뼈의 고름과 활액막 염증 부위를 제거했다. "휴~, 자칫하면 발이 썩..

명의 2021.02.22

“자기관리가 명약” 당뇨 가족력 극복한 ‘걷기 마니아’

[떠오르는 베스트 닥터]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부계혈통 당뇨병 많아 스스로 조심… 걷기-자전거로 혈당치 조절해와 “힘들어도 꾸준히 지속땐 습관 될 것” 환자에게도 식이요법-운동 강조… 수칙 안 지키면 따끔한 훈계까지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당뇨병 전문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급적 매일 30분 이상 걷는다는 이 교수는 당뇨병 환자나 당뇨병이 걱정되는 이들에게 꾸준히 운동할 것을 당부했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부모가 특정 질병에 걸렸을 경우 그 자식이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은 높아진다. 이른바 ‘가족력’ 때문이다. 그 질병에 정통한 의사라 하더라도 가족력을 완벽하게 피하기는 어렵다.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48)의 할아버지는 대장암에 당뇨병..

명의 2021.01.16

[대한민국 베닥] ㉜전립선암 수술 분야 세브란스병원 최영득 교수

"세계 가이드라인 만들며 5000명 로봇수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최영득 교수(61)는 5000명에 가까운 비뇨기종양 환자를 로봇으로 수술했다. 아시아 최다, 세계 세 번째의 기록이다. 절반이 고위험 군에 속하고, 2/3는 3기 이상의 난치암 환자다. 최 교수는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바람에 하루에 많게는 300명의 환자를 진료해야만 한다. "환자가 3~4시간 걸려 와, 1~2시간 검사받고 기다리다가 1~2분 진료 받고 갈 때 마음을 잘 알기에 제가 환자에게 했던 말 되풀이한다고 말을 자르면 섭섭해 하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그 시간에 밖에서 기다리는 환자가 있으니…." 최 교수는 대신 모든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기억해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놓치지 않고 전하려고 노력한다. 가끔씩 환자..

명의 2020.12.28

인공 고관절 분야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조윤제 교수

"인공 고관절 수술 두려워마세요" 1만명 걸음 찾아준 의사 [대한민국 베닥] ㉙고관절 분야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조윤제 교수 "수술이 잘못 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그냥 사시면…" "이대로는 아파서 못 살아요, 죽어도 좋으니 제발…." 목발을 짚고 진료실에 들어온 75세의 할머니는 통증 때문에 생활이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중년에 왼쪽 엉덩이관절이 손상돼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지만 잘못돼 인공관절이 골반의 반을 찌르고 있었다. 환자는 몇 번 재수술을 받았지만, 마지막 수술도 실패했다. 부셔진 인공관절이 골반 내 장기와 조직을 계속 눌러서 10여 년을 통증과 사투를 벌이며 지옥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조윤제 교수(62)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할머니의 통증을 생생히 느꼈지만 인..

명의 2020.12.07

환자상태 따라 맞춤 치료… 녹내장 연구-강연 국제적 명성

[우리 동네 베스트 닥터] -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 원장 국제저널 논문 40편 등 연구 활발 세계안과학회 5년연속 초청 받아 年 150건 수술 등 치료에도 힘써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은 ‘동네 의사’로는 드물게 녹내장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의사로 평가받는다. 최 원장이 진료실에서 녹내장의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의 대형병원에만 베스트닥터가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동네에, 또는 나만 아는 실력이 대학병원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의원·병원이 적지 않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연구 능력을 갖춰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이런 의사들을 찾아내 ‘우리 동네 베스트닥터’로 소개합니다.》 안과 분야의 최대 국제 학술대회인 세계안과학회(WOC)는 2년마다 열린..

명의 2020.11.28

“치매 돌보는 사람도 치료해야 효과”… ‘보호자 케어’ 개발 선구자

[떠오르는 베스트 닥터] 정지향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보호자도 상당수 인지장애 노출” 의료진과 만나 심리상태 등 체크 부담감 줄이고 대처법 등 알려줘 정지향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고 말한다. 또 치매 특성상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까지 ‘케어’해야 제대로 된 치료 효과를 낸다고 강조한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80대 A 할머니의 남편은 치매 환자다. 치매 환자의 증세는 예측 불가다. 남편은 일종의 ‘망상’ 증세를 보였다. A 할머니가 시장에 다녀온다고 말했는데도 “다른 남자를 만나고 온 거냐”며 불같이 화냈다.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았다. A 할머니는 정지향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51)가 개발한 치매 환자 보호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A..

명의 2020.11.08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 "간이식 성공률 98%…최고의 팀워크 덕분"

세계 첫 간이식수술 7천건 돌파 간이식 수술 28년 만의 대기록 생체간이식도 5805건 세계 최다 20년전 2대1 이식 첫 성공 '새역사' 외국인 112명…日·獨에 기술전수 “생체 간이식 종주국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겨가게 됐다.” 2000년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이식학회에서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사진) 발표를 본 해외 석학들의 반응이었다. 당시 이 교수는 살아있는 기증자 두 명의 간 일부를 떼어 환자 한 명에게 이식하는 2 대 1 생체간이식 수술을 보고했다. 세계 첫 시도였다. 20년 뒤인 지난 7월 이 교수가 이끄는 간이식팀은 7000건의 이식수술을 성공하는 대기록을 썼다. 세계 최다 기록이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 아산의료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이 분야 최고 ..

명의 2020.09.18

"세계 의사 300명이 수술 배우러왔지요”

[대한민국 베닥] ㉕두경부질환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세헌 교수 두경부암은 글자 그대로는 머리(頭)와 목(頸)의 암을 가리키지만, 뇌 아래에서 빗장뼈 위까지 30여 군데에서 생기는 암을 통칭한다. 숨 쉬고, 말하고, 음식을 먹고, 감정을 표현하는 곳에 생기는 암이어서 자칫 치료 부작용이 생기면 삶이 송두리째 망가지기 십상이다. 특히 혀뿌리와 목구멍 깊숙이 생긴 암은 턱뼈와 혀, 후두 등을 자르고 암 조직을 도려내야 해서 암을 없애는 대신 말을 제대로 못하게 되거나 얼굴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세헌 교수(57)는 로봇수술로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분야에서 세계 의학계의 리더로 꼽힌다. 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600여 명을 로봇수술로 살리면서 다른 나라에서 따라올 ..

명의 2020.08.03

탁월한 수술법 때문에? 의사들이 자기 가족을 맡기고 싶어 하는 의사 1위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술도 중요하지만 수술 이후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대장암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내 동생이 대장암이래. 간으로 전이까지 됐다는데….” 6년 전 어느 날,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9)에게 친구가 이런 소식을 전해 왔다. 그 친구 또한 대학병원 교수였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보다 이 교수에게 동생을 맡기고 싶어 했다. 이 교수는 먼저 2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시행해 암 세포의 수를 줄인 후 대장암 수술을 했다. 간 절제 수술도 동시에 진행했다. 환자는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고, 지금 건강하게 지낸다. 이 교수에겐 이런 사례가 꽤 많..

명의 2020.06.12

“췌장암 씨앗 '만성췌장염'…술이 키웁니다”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만성췌장염 명의' 순천향대부천병원 소화기내과 문종호 교수 순천향대부천병원 문종호 교수​/사진=순천향대부천병원 췌장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을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분해·소화하는 ‘변환기’다. 강력한 소화효소들을 분비하고, 위산이 십이지장으로 넘어올 때 중화시키며, 당을 관리하는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 췌장은 배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 그래서 병이 있어도 발견이 어렵고, 치료도 힘들다. 췌장에 문제가 생겨 만성적으로 염증이 나타나면 만성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췌장염은 치명적인 췌장암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만성췌장염에 대해 순천향대부천병원 소화기내과 문종호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Q.만성췌장염은 어떤 질병인가요...

명의 202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