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인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해암도 2016. 3. 9. 11:11

체스 챔피언과 컴퓨터가 1967년 첫 대결을 벌인 이후 50년간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업그레이드 된 인공지능은 계속해서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1997년엔 체스, 2011년 퀴즈 대결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에 무릎을 꿇었다.   

기계가 인간을 이기는 데 체스는 30년, 퀴즈는 7년이 걸렸다. 체스보다 훨씬 복잡한 바둑은 향후 50년간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알파고는 이를 비웃듯 지난해 10월 프로 바둑기사 판후이 2단을 5대0으로 꺾고,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세돌 9단, 구글 인공지능과 다음달 9일 첫 대결
이세돌 9단 "알파고와의 승부, 5대0 완승은 아닐 수 있다"
이세돌(오른쪽) 9단이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뉴시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에 임하는 소감에 대해 “이번 경기가 인공지능의 시작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역사적인 순간에 제가 선택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이어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판 후이 2단과 치른 대국을 볼 때 그다지 저와의 승부를 논할 정도의 기력은 아니었다”며 “제 생각에는 3대 2는 아니고, 5대 0이나 4대 1 승부로 제가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3월 9일부터 15일까지 5번에 걸쳐 진행된다”며 “이번 대국은 인공지능 세계와 바둑계 모두 다 기대하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세돌은 누구


12세이던 1995년에 프로로 입단했다. 어릴 때 성장한 곳이 비금도여서 '비금도 소년'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각종 언론 매체에 오르내렸다. 20세에 역대 최연소로 9단에 올랐으며, 2000년에는 32연승을 기록하여 '불패 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3년에는 이창호 9단을 누르면서 바둑 최강자가 되었다. 통산 천 번이 넘는 승리를 기록했고 세계대회에서는 18번이나 우승했다.


알파고는 무엇


구글이 소유한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2015년 10월에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 후이(Fan Hui) 2단을 상대로 공식 대국에서 승리했다. 5번 진행된 대국 모두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이 프로 바둑 기사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게 됐음을 입증한 셈이다.

대국 규칙


이번 대국은 백돌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덤은 선착 효과로 먼저 두는 흑돌이 유리하기 때문에, 백돌을 잡는 기사에게 불리함을 집으로 보상해주는 규칙이다.

시간 규정의 경우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제한 시간 2시간을 각각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후에는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진다. 이를 통해 대국은 4~5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 더보기

인간 VS. 인공지능


인공지능 연구의 역사


인공지능 연구는 끓어올랐다가 갑자기 식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컴퓨터로 특정 문제를 푸는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 1차 붐을 맞았다. 복잡한 현실의 문제는 과학자들의 의욕만큼 풀리지 않았고 인공지능 연구는 냉각기를 맞았다.

1980년대 ‘지식’을 컴퓨터에 학습시키는 접근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며 인공지능 2차 붐에 돌입했지만, 방대한 지식을 관리하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치며 다시 한번 좌절을 맞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검색 엔진과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계학습법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3차 붐이 시작됐다. ▷기사 더보기

인공지능 '알파고' 어떻게 바둑 두나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담당 과학자도 1월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바둑의 규칙은 간단하지만,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컴퓨터가 감당할 수 없었다”면서 “경우의 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이느냐, 즉 탐색 범위를 얼마나 축소하느냐가 알파고 알고리즘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결국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에서의 경우의 수를 마치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처럼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기계(인공지능)의 바둑 수행 능력을 끌어올리는 핵심이다. 알파고는 검색 알고리즘으로 몬테카를로 트리탐색(Monte Carlo Tree Search)을 채택하고, 여기에 심층신경망 기술을 접목했다.

인간의 뇌는 수십, 수백 층의 신경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 이를 모방한 알고리즘이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이다. 알파고는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이라는 2개 신경망으로 구성됐다.

알파고는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2개의 신경망을 활용해서 바둑을 둘 때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줄여나간다. 정책망을 통해 어떻게 바둑돌을 어디에 두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지(좋은 수인지) 판단하게 된다. 이어 가치망은 각 수에 대한 흑돌, 백돌의 승률을 평가한다.

즉 정책망은 알파고가 돌을 놓는 위치를 선택하게 하고, 가치망을 통해 그 수가 백돌과 흑돌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경우의 수(탐색 범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런 신경망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알파고는 딥러닝 기술로 바둑 기량을 스스로 연마해왔다. 구글이 바둑 프로 기사의 대국을 프로그램화해 3000만개의 수를 알파고에 입력하고 스스로 대국을 진행하도록 훈련한 것이다.

딥러닝을 통해 알파고는 사람으로 치면 1000년이 걸리는 100만 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했고, 상대방의 수를 예측하는 확률을 44%에서 57%까지 끌어올렸다. 또 알파고는 총 500회 바둑 프로그램과의 대국 중 단 1번을 제외한 모든 대국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판 후이(Fan Hui) 2단과의 5번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했다. 컴퓨터가 프로 바둑 선수를 이긴 최초의 경기였다. ▷기사 더보기

누가 이길까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컴퓨터 알고리즘 분야의 권위자 문병로 교수는 “100년 내 인간을 이기는 바둑 알고리즘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 왔지만, 알파고 등장 이후 제 주장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인공지능)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평소 이 9단 스타일 대로 판을 확정짓지 않고 수를 여기저기 흩트려 놓은 후 각각의 관계를 이용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유리한 점은

“끝내기로 가면, 알파고가 어떤 프로보다 유리하다. 끝내기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좁은 영역의 전투에서는 알파고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잠깐 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멀쩡하게 한집 반 이기는 바둑을 끝내기에서 잘못 둬서 반집으로 지기도 한다. 컴퓨터는 좀처럼 그런 실수를 안한다. 이세돌이 만약 정석으로 플레이해서 각 구역의 판세를 확정시킨다면, 이 역시 판이 단순해지는 것이므로 알파고가 유리하다.”

이세돌, 판을 흩트리면 낙승,
끝내기로 가면 패

문병로 서울대 교수

그렇다면 이세돌 9단이 이번 대국에서 유리한 점은


“원래 이세돌 9단은 여기저기 판을 벌여놓고 각 영역을 완결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마지막에 각각의 관계를 이용해 승부를 뒤집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로 두면, 알파고가 여기를 계속 둬야 할 지 저쪽으로 가야할 지 판단의 문제가 생긴다. 직관에 바탕을 둔 추상화한 사고가 이번 대국에서 중요하다. 이세돌이 어지러운 중반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어야 한다. 패도 알파고가 따라오기 힘든 영역이다. 패를 해소하는 것이 이득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전체 형세를 볼 줄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컴퓨터한테는 쉬운 판단은 아니다. 특히 초중반 패의 경우 컴퓨터가 판단하기 어렵다.”  ▷기사 더보기

정두석 KIST 선임연구원

“첫 대국은 무조건 이세돌이 이길 겁니다. 마지막 5번째 대국은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전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의 변칙 바둑을 알파고가 학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국을 할 때마다 알파고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포인트입니다. 그래도 이세돌 9단이 5판 모두 이기지 않을까요.”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선임연구원(사진)은 나노신경망 전문가이다.

이번 대국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몇 대 몇으로 이길 것인가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대국이 모두 끝난 뒤 알파고가 얼마나 발전했을지가 더 궁금하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에게 져도 남는 장사다. 이세돌 9단이 워낙 변칙 바둑을 잘 두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 최고의 변칙 바둑 고수에게 학습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1인자의 변칙 바둑 기술 데이터를 얻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4번째, 5번째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전 판에 비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핵심 포인트다.”

첫 대국 이세돌 승…
5번째는 장담 못해

정두석 KIST 선임연구원

왜 5번째 대국에서 이 9단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변칙 바둑을 이미 학습한 상태에서 대결하기 때문이다. 겨우 몇 판 둔 것만으로 알파고의 기력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알파고가 이전에 대결한 상대와 이세돌 9단은 차원이 다르다. 강화학습 전략을 통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된 상태에서 제5국을 치를 것으로 본다.”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나


“이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다. 바둑 같이 경우의 수가 있는 몇 개의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거기까지다. 전자계산기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자계산기가 인간을 뛰어넘었다고는 하지 않는다. 계산 분야에서만 사람보다 낫다고 할 수는 있다.” ▷기사 더보기

정수현 명지대 교수 

"알파고가 지금까지 대국을 둔 것만 놓고 보면 이창호 9단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은 변수가 많은 바둑을 두고 전투형 스타일인데, 1판 정도 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4대 1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프로 9단의 바둑기사이면서 세계 최초로 바둑학과를 만든 장본인이다.

알파고, 이창호 9단과
스타일 유사…
이세돌, 4대 1로 승리할 것

정수현 명지대 교수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알파고가 판 후이 2단과의 대국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으로 전망한다. 바둑이라는 게 고수들 세계에서는 미묘한 부분이 있다. 상대편의 전략, 기풍, 바둑 스타일에 따라서 대비하는 전략이 다르다. 형세 같은 것도 최선이 아니어도 어떤 길을 택하기도 하는데, 알파고가 그런 것까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이세돌 9단은 어떤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컴퓨터는 정석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이) 정석 플레이를 하면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세돌 9단은 정석에서 벗어난 스타일로 나갈 것이다. 원래 그의 바둑 스타일이 그렇기 때문에 변칙적으로 둘 것이다. 알파고와 판 후이 2단의 대국을 보니까 판 후이 2단은 변칙 수를 두면서 경기를 했는데, 자기가 (변칙 수에) 걸려든 내용도 좀 있었다. 이세돌 9단은 그런 쪽에서는 달인이기 때문에 판 후이 2단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기사 더보기

김석원 SW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세돌 9단이 변칙적인 플레이로 아무리 흔들어도 알파고는 계산대로만 움직일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인간이 당황할 수 있습니다.”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사진)은 1990년 초 기호추론 기반의 인공지능을 연구했으며 영상솔루션 기업 아이큐브 부사장(CTO)을 거쳐 국가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융합SW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변칙 플레이로 흔들어도
알파고는 계산대로만
움직일 것

김석원 SW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세돌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강점은


“이세돌은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수를 많이 둔다. 인간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가 있다고 하는데, 이세돌은 세계적인 대회에 많이 참가했기 때문에 멘탈(정신력)도 굉장히 강하다. 대체로 이세돌이 이길 것으로 본다. 이세돌이 이기더라도 구글이 손해보는 것은 없다. 이세돌과 같은 파격적인 스타일의 고수와 바둑을 두는 경험 자체가 알파고한테는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만약 알파고가 단 1승이라도 챙길 경우 알파고가 얻는 인지도 효과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세돌의 변칙 플레이에 알파고가 동요할 가능성은


“판 후이 2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알파고가 보수적이고, 침착했으며 벽에다 두고 바둑을 두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를 읽고 알파고는 후반으로 갈 수록 계산이 더 정확해지고 끝내기도 강한 느낌일 것이니 ‘마치 어릴 때의 이창호 9단이랑 두는 느낌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흔들기를 해도 이창호 9단이 흔들리는 적을 본적이 있는가. 어린 이창호는 흔들기의 명수인 조훈현 9단과의 대결에서 돌부처같이 침착하게 두어 좋은 결과를 냈다. 소프트웨어인 알파고는 이세돌이 변칙 플레이를 해도 계산대로만 움직인다. 오히려 이런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판 후이가 당황했을 수도 있다.” ▷기사 더보기



인공지능 연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승부에 관계없이 ‘세기의 대결’로 역사에 남을 만한 명장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비록 알파고가 이긴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기계에 졌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수십 년에 걸쳐 이뤄진 인공지능 연구가 이른바 ‘딥러닝’과 접목돼 큰 전환점을 마련한 것일 뿐, 인공지능은 여전히 인간의 지적 활동 일면을 흉내내는 ‘미완의 대기’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알파고가 낸 수, 구글의 박사가 대신 돌 놓아줘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조선일보      구성= 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