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의 대결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교수
이번 대결을 두고 아직은 이세돌 9단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는 아직까지는 기계가 사람을 이겨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바람이 섞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력하게 알파고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이 있다. 바둑의 ‘덤’에 대한 통계적인 분석으로 유명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는 알파고의 완승을 예상했다. 김 교수에게 예측 이유와 바둑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대결은 구글이 자신들이 일궈낸 인공지능의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인 쇼케이스다. 특히 바둑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져 왔기에 타깃으로 삼은 거다. 이미 구글은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원)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
- 누가 이길 것으로 보나.
“알파고가 완승할 것으로 본다. 이세돌 9단이 1승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 9단이 2승을 거둔다면 나는 기계에 대한 인간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싶다.”
- 충격적인 예측이다.
“언젠가는 바둑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그 시기에 대해 이견이 있을 뿐이다. 나는 그 시기가 훨씬 빨리 올 것으로 보고, 그게 이번 대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근거는 무엇인가.
“8X8인 체스판에 비해 바둑판은 19X19로 훨씬 복잡하다. 경우의 수도 체스는 10에 120승 정도인데, 바둑은 10에 800승 정도다. 아무리 수퍼컴퓨터라도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최적의 수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딥러닝(Deep Learning)’과 여러 첨단기법이 정교하게 결합하면서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이제 충분히 바둑판 위의 모든 경우의 수를 효율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거다.”
- 다른 근거는 없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결을 위해 알파고에 입력된 건 프로기사의 기보가 아니었다. 구글 딥마인드는 유럽 아마추어 고수들의 대국 16만 개에서 약 3000만 개의 바둑판 상황을 추출했다. 이후 알파고가 기보를 모방한 뒤 강화학습을 통해 스스로 최선의 수를 찾게 했다. 그리고 알파고는 판후이 2단에게 압승을 거뒀다.”
- 프로기사의 기보를 입력하면 기력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지난해 10월 이후 알파고는 최고 수준의 프로기사들의 기보를 토대로 학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도 쉬지도, 자지도 않고 대국하면서 수를 배우고 있을 거다.”
- 그래도 대결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 1월 구글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가 100만 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했다고 밝혔다. 알파고는 하루에 3만 대국을 둘 수 있다. 이세돌 9단과 대결할 3월이면 알파고는 이미 준비를 다 마쳤을 것으로 본다.”
▶관련 기사
①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 바둑천재 이세돌 어록
② “꼼수 안 통하는 알파고, 5년 뒤엔 세계 최고수 이길 것”
- 이세돌 9단이 더 긴장해야겠다.
“지금 이세돌 9단은 지난해 10월 기보를 토대로 알파고의 실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상대하게 될 알파고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훨씬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과거의 알파고만 생각하고 방심한 채로 대국에 임했다가는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할 수 있다.”
- 알파고가 이기면 바둑 팬들의 실망이 클 텐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둑의 고유한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알파고가 바둑의 깊이나 맛을 알고 바둑을 두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알파고는 단순히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좋은 수를 계산할 뿐이다. 바둑의 멋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6.02.25
◆김진호 교수=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경영학 석·박사. 저서 『말로만 말고 숫자를 대봐 』 『우리가 알아야 할 통계상식 백가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