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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는 1달러 크기, 박인비는 아주 살짝 … '디보트'의 비밀

해암도 2015. 10. 28. 06:30


디보트 크면 '굿샷'일까

- 그린의 고수들도 제각각
박인비·전인지·리디아 고, 스윙 궤도 가파르지 않아 디보트 크게 나지 않는 편
박인비 "난 아이언 쓸어쳐 디보트 안날수록 잘친 것"

아이언 샷은 기본적으로 ‘클럽 헤드가 최저점에 이르기 전에 공을 먼저 맞히고 땅을 치는 다운 블로(down blow)’이다. 그래서 공 앞쪽으로 디보트가 나게 된다.
아이언 샷은 기본적으로 ‘클럽 헤드가 최저점에 이르기 전에 공을 먼저 맞히고 땅을 치는 다운 블로(down blow)’이다. 그래서 공 앞쪽으로 디보트가 나게 된다.

프로 골퍼가 아이언 샷을 하고 나서 공과 함께 뗏장이 시원하게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은 주말 골퍼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0·미국)는 "샷이 제대로 됐을 때 디보트(divot·잔디에 팬 자국)는 1달러짜리 지폐와 그 모양과 크기가 똑같다"고 했다. 그런데 열흘 전 미국 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렉시 톰슨(20·미국)은 1달러짜리 수백장을 묶어 놓은 분량은 될 정도로 디보트가 깊고 크기도 들쭉날쭉하다.


반면 최근 국내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출전한 박인비(27)는 거의 디보트가 나지 않거나 5㎝ 안팎의 작은 디보트만 난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전인지(21)도 살짝 나는 편이었다. 장타자 박성현(22)은 디보트도 시원하게 났다.

모두 정상급 선수들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디보트가 생기는 원리는 아이언샷이 기본적으로 '클럽헤드가 최저점에 이르기 전에 공을 먼저 맞히고 땅을 치는 다운 블로(down blow)'이기 때문이다.

미국 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PGA 투어 선수들이 아이언 샷을 할 경우 헤드는 공 앞쪽 10cm 지점에서 최저점을 통과한다. 이러면 클럽 헤드가 먼저 공을 맞힌 뒤 그다음에 잔디에 부딪히게 된다. 100타 이상을 치는 골퍼들은 공 뒤쪽 2.5cm 정도에서 최저점을 지난다. 뒤땅을 치거나 공을 퍼올리는 듯한 스윙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윙 최저점을 2.5cm씩 앞으로 옮길 때마다 샷의 정확성이 좋아져 평균 스코어가 4타씩 줄어든다고 한다.

(사진 왼쪽) 1달러 크기의 우즈 디보트 - 타이거 우즈는 “샷이 제대로 됐을 때 디보트(divot·잔디에 팬 자국)는 1달러짜리 지폐와 그 모양과 크기가 똑같다”고 했다. (사진 오른쪽)디보트가 비교적 크게 나는 박성현
(사진 왼쪽) 1달러 크기의 우즈 디보트 - 타이거 우즈는 “샷이 제대로 됐을 때 디보트(divot·잔디에 팬 자국)는 1달러짜리 지폐와 그 모양과 크기가 똑같다”고 했다. (사진 오른쪽)디보트가 비교적 크게 나는 박성현 박성현의 아이언 샷은 비교적 가파르게 내려오고 손목 코킹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편이다. /타이거 우즈 레슨서‘나는 어떻게 골프를 치는가’(황금가지)·마니아리포트 박태성 기자

그렇다면 왜 세계 정상급 골퍼 박인비는 디보트가 크지 않은 것일까. 박인비에게 물어보니 "아이언 샷도 임팩트 순간에는 최대한 쓸어치려고 하기 때문에 내 경우에는 디보트가 나지 않을수록 좋은 샷"이라고 했다. 박인비의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씨는 아내의 아이언 샷에 대해 "송판 위에 놓인 공을 치듯이 스윙한다"고 했다. 딱딱한 송판 위에서는 뒤땅을 쳐도 안 되고 공을 때리고 난 뒤 디보트가 나도 팔에 충격이 올 것이다.

전인지의 스윙코치인 박원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스윙 형태에 따라 프로들의 디보트 형태가 각기 다르다고 설명했다. 클럽 헤드가 공을 치기 위해 접근하는 각도인 어택 앵글(attack angle)이 가파를수록 디보트는 크게 난다. 그리고 스윙 궤도가 몸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아웃-인(out-in) 스윙을 할수록 잔디를 많이 파게 된다. 톰슨은 183cm 장신인 데다 가파른 스윙에 아웃-인 스윙까지 하는 경우여서 주말 골퍼들이 농담 삼아 말하는 '골프장 주인이 가장 싫어하는 골퍼'가 된 것이다.

(사진 왼쪽)디보트가 크고 깊은 렉시 톰슨 - 렉시 톰슨은 가파른 스윙에 클럽 헤드가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아웃-인 스윙을 한다. (사진 오른쪽)디보트가 나더라도 조금 나는 박인비 - 박인비는 클럽을 치켜드는 듯한 백스윙을 하지만 다운스윙에서는 완만하게 내려와 쓸어친다.
(사진 왼쪽)디보트가 크고 깊은 렉시 톰슨 - 렉시 톰슨은 가파른 스윙에 클럽 헤드가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아웃-인 스윙을 한다. (사진 오른쪽)디보트가 나더라도 조금 나는 박인비 - 박인비는 클럽을 치켜드는 듯한 백스윙을 하지만 다운스윙에서는 완만하게 내려와 쓸어친다.

박인비는 그 반대 논리가 적용된다. 백스윙은 치켜드는 것처럼 하지만 다운스윙을 할 때는 샤프트를 완만하게 눕혀서 내려오기 때문에 쓸어치듯 스윙해야 공이 더 정확하게 맞는 방식이다. 그래서 박인비의 경우엔 디보트가 나지 않을수록 깨끗한 스윙이 됐다고 한다.

전인지와 리디아 고도 스윙 궤도가 가파르지 않고 인-아웃(in-out) 스윙이어서 디보트가 크게 나지 않는 편이다.

아마추어를 많이 지도한 경험이 있는 임경빈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프로들은 스윙 형태는 달라도 아이언 샷에서 다운 블로가 이뤄진다"며 "걷어올리는 스윙을 하는 주말 골퍼들에게는 제대로 디보트를 내도록 연습하는 게 좋다고 추천한다"고 말했다.


  • 민학수
    스포츠부 차장, 논설위원
    E-mail : haks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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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