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수상 '세이프' 문병곤 감독]
제작비 800만원 13분짜리 영화… 네 사람이 나흘 동안 찍어 완성
어머니께 수상 소식 알리자 "그런데 상금은 받는 거니?"
제작비 800만원 13분짜리 영화… 네 사람이 나흘 동안 찍어 완성
어머니께 수상 소식 알리자 "그런데 상금은 받는 거니?"
13분짜리 단편영화 '세이프'로 국내에서 처음 칸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30) 감독은 26일 밤(현지 시각) 시상식 직후 이렇게 말했다. 한국 감독이 칸 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은 1999년 송일곤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후 처음이다. 그는 "귀띔을 받지 못해 전혀 예상도 안 했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사실 시상대까지 나갔을 때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무대 위에서 멀뚱히 서 있으니까 무대 아래 사진기자들이 '웃어라'며 성화를 댔다"고 했다.
'세이프'는 신영균영화재단에서 지원받은 500만원에 자비(自費) 300만원을 보태 미술·촬영·조명감독 등 네 사람이 모여 나흘 동안 찍은 13분짜리 작품이다. 불법 도박장 환전소를 배경으로 환전소 여직원과 도박에 중독된 남자, 도박장 사장의 탐욕을 그렸다. 문 감독은 이 작품을 포함해 지금까지 작품을 총 세 편 만들었고, 2년 전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작품 '불멸의 사나이'로 비평가 주간에 초청을 받아 칸에 왔었다. 당시엔 칭찬을 많이 받아 수상을 기대했지만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다. 그는 "그때 맥 빠졌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시상식 전에 어떤 칭찬을 들어도 흥분하지 않았다. 대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외국 감독들과 교류하며 친하게 지냈다. 작은 감정이라도 진지하게 표현하려는 섬세함과 예민함을 그들로부터 배워야겠단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제 작품은 경쟁 부문의 다른 작품에 비해 감정이 별로 없었어요. 대신 이야기에 긴장감이 있었고, 메시지도 명확하게 전달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자평(自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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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현지 시각) 열린 6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단편 경쟁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왼쪽) 감독이 상을 건넨 단편부문 심사위원장 제인 캠피언(오른쪽) 감독에게 90도 각도로 허리 굽혀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문 감독이 기뻐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그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CJ E&M 영화사업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화 관련 업무는 아니었고 전구를 갈거나 의자를 고치고 감독·시나리오 작가 등의 잔심부름을 했다.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어요. 이 상을 받으면서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괜찮은 동기가 생긴 셈이죠. 그런데 한편으론 두렵네요. 앞으로 이야기(시나리오)를 쓰면서 괴로워할 걸 생각하면." 몇 시간 후 통화에서 상금(賞金)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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