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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다 잡았다, 메이저 사냥꾼 전인지

해암도 2015. 7. 14. 07:06

LPGA ‘US오픈’ 첫 출전 깜짝 우승
막판 3홀 버디쇼, 양희영에게 역전
3년새 3개국 메이저대회 제패 이뤄                        

전인지, 첫 출전 US오픈 우승 전인지가 13일(한국시간) 미국 랭커스터 골프장에서 끝난 US여자오픈에서 합계 8언더파로 우승했다. 전인지는 첫 출전 우승과 대회 최저타 타이 기록(272타)도 세웠다. [랭커스터 AP=뉴시스]

“렛츠 고 덤보! (Let’s go, Dumbo!)”

 한 갤러리가 목청껏 외쳤다. 난생 처음 US여자오픈에 출전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를 응원하는 목소리였다. 전인지는 첫 출전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했다. 팬들의 환호에 생글생글 웃으며 화답하는가 하면 뒤를 따르는 방송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려보이기도 했다.

덤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기 코끼리의 이름. 큰 체격과 큰 눈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을 닮았다 해서 이제는 덤보가 그의 별명이 됐다.

 전인지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메이저 대회까지 정복하며 월드 스타로 거듭났다. 전인지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 골프장(파70)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합계 8언더파로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81만 달러(약 9억2000만원).

 선두 양희영(26)에게 4타 뒤진 3위로 마지막날 경기를 시작한 그는 버디 7개, 보기 3개를 엮어 4타를 줄인 끝에 양희영(합계 7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거뒀다. 전인지는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하는 기록과 함께 1996년 안니카 소렌스탐과 1999년 줄리 잉스터에 이어 대회 최저타 타이 기록(272타)도 세웠다. 70년 대회 역사상 첫 출전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은 그가 네 번째. 가장 최근의 경우는 2005년 김주연(34)의 우승이었다.

 전인지는 2013년 국내 투어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또 지난 5월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살롱파스컵을 정복했다. 두 달 만에 전인지는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과 미국·일본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전인지는 또 2008년 신지애(27·스리본드) 이후 7년 만에 같은 해에 한·미·일 투어 우승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전인지는 이날 15~17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막판 스퍼트를 했다.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했지만 동타를 기록 중이던 양희영이 마지막 홀에서 4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 트로피는 전인지의 차지가 됐다. 양희영은 235야드 거리의 짧은 파4홀인 16번홀에서 티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이글을 뽑아낸 데 이어 17번홀(파3) 버디로 공동선두에 올랐지만 18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이번에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준우승.

 전인지는 올해 국내외 투어에서 벌써 5승을 챙겼다. 이날 그의 퍼트수는 27개. 그린적중률도 86%로 전체 선수 중 가장 좋았다. 그는 “US오픈도 처음이었고, 캐디도 처음 만났다. 우승까지 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캐디는 신지애와 일하다가 최근엔 서희경(29)의 백을 메고 있는 베테랑 딘 허든(호주)이다.

 전인지는 내년 LPGA투어 전 경기 출전권과 함께 US오픈 10년 출전 자격까지 얻었다. 전인지는 “LPGA 에서 뛰는 게 꿈이었다. 부모님과 상의해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0위로 뛰어 오른 전인지는 내년 리우 올림픽 출전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리우 올림픽에는 특정 국가에서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와 4위 김효주(20·롯데) 6위 유소연(25·하나금융) 9위 양희영, 12위 김세영(22·미래에셋)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한국 선수들과 유독 인연이 깊은 이 대회에서 박인비가 5언더파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한국 자매가 1~3위를 석권했다. 최근 8년간 US여자오픈에선 6명의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5.07.14


'US여자오픈 퀸' 전인지, 왜 강한가

전인지가 13일(한국 시각)US여자오픈에서 양희영(7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2013년 한국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린 전인지는 올해 5월 처음 출전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월드레이디스 살롱파스컵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이날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한·미·일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최초의 골퍼로 이름을 올렸다.


US女오픈 첫 출전에 우승컵… 양희영에 극적인 역전
15·16·17번홀 버디로 역전쇼… 승부처서 강한 폭발력도 장점
"모든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머릿속이 하얗게 된 것 같아요."
올해 70회를 맞은 여자 골프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전인지(21)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전인지는 처음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최소타 타이기록으로 우승했고, 한국과 일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첫 골퍼가 됐다.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1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6460야드)에서 열린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과 일본, 미국 3개국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LPGA 첫 승이다./AP뉴시스
전인지는 13일(한국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컨트리클럽(파70)에서 막을 내린 US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며 합계 8언더파 272타를 기록해 2위 양희영(7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81만달러(약 9억1400만원)다. 전인지가 기록한 272타는 1996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1999년 줄리 잉스터(미국)가 세웠던 US여자오픈 최소타 기록과 타이기록이다. US여자오픈에서 첫 출전에 정상까지 오른 골퍼는 전인지를 포함해 4명뿐이다.

2013년 한국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린 전인지는 올해 5월 처음 출전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월드레이디스 살롱파스컵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이날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한·미·일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최초의 골퍼로 이름을 올렸다.

그녀의 비결은 '스마트 골프'
평소 "골프는 확률의 스포츠"
수학 영재답게 문제풀듯 샷…
계산된 운영으로 기복 적어

전인지는 박세리(1998)를 시작으로 김주연(2005)·박인비(2008· 2013)·지은희(2009)·유소연(2011)·최나연(2012)에 이어 US여자오픈을 우승한 일곱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전인지는 대회 전부터 "US여자오픈을 즐기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런데 우승 후 LPGA 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전인지의 설명을 보고 그답게 즐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올 시즌 초 4개의 미국 LPGA 투어 대회를 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한국에서 3승, 일본 메이저 대회 1승을 올렸다. 이번 대회에는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왔기 때문에 매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계산대로 대회를 치를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 그럴 수 있어서 즐거웠다는 이야기였다.
전인지는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스마트 골프'를 한다는 평을 듣는다. 스스로 "골프는 확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전인지는 초등학교 때 IQ 137로 전국 수학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수학 영재' 출신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친구가 티칭 프로로 일하는 골프 연습장에 갔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애걔, 그거밖에 못 해?"라는 티칭 프로의 말에 3시간 동안 손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1000번 가까이 스윙 연습을 하는 지독한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사업을 접고 딸 뒷바라지에 나섰다. 어머니가 작은 식당을 하며 경비를 댔다.
전인지는 "수학 공부를 할 때 늘 '왜 그럴까?'를 생각하면서 주어진 문제에 무섭게 집중했다"며 "골프를 할 때도 코스 형태나 날씨, 스윙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률이 높은 곳에서만 버디를 노려야 스코어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심하게 망가지는 라운드가 없는 꾸준함으로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골프 코스에서 몰입을 즐기는 그는 승부처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이기도 한다.

즐기는 者를 누가 막으랴
좌우명 '즐겁게, 신나게 몰입'

프로 데뷔 첫 우승인 한국여자오픈에서는 마지막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았고, 지난해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에서도 마지막 라운드에 이글과 버디를 몰아치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15~17번홀 3연속 버디를 터뜨렸다. 그는 "대회에 나가면 야디지북 페이지마다 '즐겁게, 신나게 몰입하기'라고 적어두고 스코어는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드라이버부터 아이언 샷, 퍼팅까지 큰 약점이 없어 리드를 잡았을 때 지키는 골프에도 능한 편이다. 
LPGA 투어 풀 시드를 받게 된 그는 "부모님, 코치님하고 상의하겠다. LPGA 진출은 오래전부터의 꿈"이라고 했다. 그는 30일 개막하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역사가 깊은 곳에서 플레이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며 "늘 하던 대로 즐겁게 경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감을 북돋워 능력을 극대화하는 멘털 트레이닝의 비법을 깨친 고수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