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속도로에서 거의 지켜지지 않는 지정차로제 원칙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지정차로제가 유명무실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이 간단한 원칙조차 배워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 지적하고 있다.
본지가 인터뷰한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전문가들은 운전자들이 지켜야 할 '지정차로제 3대 원칙'으로 △추월은 반드시 왼쪽 차로로 하기 △추월 후 즉시 원래 차로로 복귀하기 △왼쪽 차로보다는 느리게, 오른쪽보다는 빠르게 주행하기를 꼽았다.
도로교통공단 김진형 교수는 "대부분의 교통 선진국에는 운전자가 도로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금언(金言)이 있다"며 "우리도 간단명료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가르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독일의 경우 '좌측 차로로는 빠르게 주행하고, 우측 차로로는 좌측 차로보다 천천히 달린다'는 원칙이 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규칙이기에 독일 운전자들은 처음 운전대를 잡을 때부터 이 원칙을 숙지한다는 것이다.
영국에는 '추월 차로는 화장실'이란 얘기가 있다. 볼일을 보고 나면 바로 나오는 곳이지, 오래 머무르는 곳이 아니다는 뜻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박사는 "미국에선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부터 운전 과목을 가르친다"며 "전체 가구 중 60% 이상이 자동차를 보유한 한국도 학교에서부터 운전의 기초 원칙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한국의 도로·교통 인프라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교통질서와 안전에 대한 시민 의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다고 했다. 이런 '문화 지체' 현상이 우리가 도로에서 목격하는 각종 무질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연구원은 지정차로제와 더불어 회전교차로(로터리), 비보호 좌회전 운행에서의 무질서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교통 전문가들은 한국의 도로·교통 인프라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교통질서와 안전에 대한 시민 의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다고 했다. 이런 '문화 지체' 현상이 우리가 도로에서 목격하는 각종 무질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연구원은 지정차로제와 더불어 회전교차로(로터리), 비보호 좌회전 운행에서의 무질서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박 연구원은 "회전교차로에선 교차로 내에 먼저 진입한 차량에 우선 통행권이 주어진다는 간단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훌륭한 제도를 도입하고도 오히려 정체를 빚는 게 한국 현실"이라며 "운전자들에게 원칙만 뇌리에 심어줘도 교통질서는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 했다.
제도는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통 당국도 제도를 도입해놓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 단속을 통해 제도 정착을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김상옥 수석연구원은 "교통사고 건수는 줄지 않는데 교통경찰은 줄고 있다"며 "인력 부족으로 인한 단속 약화 추세를 극복하려면 선진국이 사용하는 기법을 도입해 단속의 질을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대표적 예로 일본의 '복면(覆面) 경찰차' 단속을 꼽았다. 경찰관이 일반 차량을 타고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하는 일종의 '언더커버(암행)' 기법이다. 국제경찰청장협회(IAPA) 산하 고속도로위원회에서도 이 '언더커버' 기법을 고속도로에서의 효율적 단속 방법으로 꼽는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교통안전공단 최병호 미래교통개발처장은 "한국 경찰은 가벼운 교통 위반에 대해선 '그런 것까지 단속해야 하느냐'며 대충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큰 방축(防築)도 개미구멍 하나에 무너질 수 있듯, 가벼운 위반 사항이라도 철저히 단속해야 교통질서와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교통안전공단 최병호 미래교통개발처장은 "한국 경찰은 가벼운 교통 위반에 대해선 '그런 것까지 단속해야 하느냐'며 대충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며 "큰 방축(防築)도 개미구멍 하나에 무너질 수 있듯, 가벼운 위반 사항이라도 철저히 단속해야 교통질서와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은 도로에서의 교통법규 위반 행위에 대해 세세한 징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최 처장은 "독일 연방교통부는 추월 차량이 추월 대상보다 속도가 현저히 빠르지 않을 경우에도 벌금 80유로(약 10만원)와 벌점을 부여하는데, 이처럼 잘못인지 깨닫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위반 사항에 대해서까지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처벌 규정을 적용해야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