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30세 이상 일본 남성 210만명이 동정남이라는데...

해암도 2015. 3. 12. 09:27


30세 이상 일본 남성 210만명이 동정남이라는데...
‘카더라’ 속설을 한번 읊겠습니다. 요즘은 남녀의 결혼이 ‘ABCD 함수’ 이론을 따른다고 합니다. ABCD 함수 공식은 이렇습니다. 남녀를 외모와 경제력, 집안, 학벌 등을 총합적으로 고려해 (한우 등급 나누듯) A, B, C, D 등급으로 각각 나눕니다. 그러나 남자들, 여자에게 ‘기 죽기’ 싫지요. 여자도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보통 선호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A남-B여), (B남-C여), (C남-D여) 커플이 탄생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A급 여성과 D급 남성이 맺어질까요? A급 여성은 혹시라도 백마를 타고 올지 모를 S급 남성을 기다리기 때문에, D급 남성과의 인연을 거부합니다. 그러면 D급 남성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우선 일본의 D급 남성들을 한번 보겠습니다.
만 30세를 넘긴 동정남은 ‘마법사’가 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영화 ‘반지의제왕’ 캡처
만 30세를 넘긴 동정남은 ‘마법사’가 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영화 ‘반지의제왕’ 캡처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10년 실시한 출생동향 기본조사에 따르면, 20~24세 미혼 남성 중 성 경험이 전혀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40.5%를 기록했습니다. 5년 전 조사에 비해 6.9% 포인트가 또 오른 수치입니다. 30~34세 미혼 남성들도 26.1%가 성 관계 경험이 전무하다고 답했습니다. 통계를 총합하면 일본의 30세 이상 미혼남성 중 4명에 1명이 동정남(童貞男)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일본의 인구통계에서 30세 이상 미혼남성이 840만여명이니, 곧 전국의 남성 210만명이 ‘딱지를 못 뗀’ 상황입니다. 이는 나가노(長野)현 인구에 맞먹는 규모입니다. 르포라이터 나카무라 아츠히코가 최근 발간한 책 ‘르포: 중년동정’에는 일본의 ‘D급 남성’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아랫도리’ 문제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입니다. 그러나 대인 관계가 서툴거나 경제적 능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동정남 증가 현상은 꼭 한번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저자 나카무라가 실제 중년 동정남들을 취재해본 결과 이들은 대개 아르바이트, 개호(介護), 농업 등의 업종에서 일했습니다. 즉, 월급은 짜고 근무 환경은 열악해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주로 하는 겁니다. 이들은 또 인터넷에서 한국과 중국을 향해 험한 욕설을 퍼붓는 ‘넷(net) 우익’ 성향을 보였습니다. 평소 열등감이 쌓이고 쌓여 간간히 인터넷에서 풀다가, 그마저도 안되면 ‘시한 폭탄’이 되어 터져버립니다.

2012년 여름, 일본을 뒤흔든 ‘PC 원격조작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원격 조작해 항공기 폭파나 유치원 습격 등을 예고했는데, 경찰이 2년간의 수사 동안 4명을 오인 체포한 끝에 잡아낸 범인은 가타야마 유스케(片山祐輔·32)입니다. IT 회사 비정규직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고교 시절 심한 따돌림을 당했고, 이성 교제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누적된 콤플렉스는 그릇된 자기 현시 욕구로 변질돼 범죄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나카무라가 만난 중년 동정남들은 한결같이 “가타야마에게 공감한다. 여성에게 인기가 없는 현실을 자각하다보면 다 포기하고 싶어진다”고 그를 옹호합니다.
가타야마 유스케의 검거 당시 뉴스 화면./유튜브 캡처
가타야마 유스케의 검거 당시 뉴스 화면./유튜브 캡처
스스로 원치 않게 동정남이 된 남성들이 겪는 열등감은 어느 정도일까요. 나카무라와의 인터뷰에서 남성 Z는 “기차를 탈 때 옆자리에 사람이 없으면 ‘내가 싫어서 피한걸까’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러면 갑자기 죽고 싶어진다”라고 했습니다. 남성 Y는 “여성들은 절대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자를 혐오한다. 상대방이 대화 중에 얼굴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나를 싫어해서 저러는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성 X의 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여자들은 왜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가. 미국도 운동부 학생들이 인기 최고다. 중학생 때부터 느낀 것인데, 아무리 성실해도 외모가 추하거나 화술이 별로면 여자들은 달아난다.”

‘인간 여성’에게 상처받은 외로움을 애니메이션에서 해결하는 동정남들도 있습니다. 이들을 ‘애니 오타쿠(지나치게 심취한 사람)’라고 부르는데, 현실 회피 현상은 나날이 심해져 여성과 마주하는 것 조차 거부하는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실제로 한 애니메이션 전문 학교에서 여성 모델을 섭외해 누드 크로키 수업을 진행했더니, 모델을 본 남학생들이 구토 증세를 보이며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유는 “모공이 보여 징그럽다” “숨을 쉬고 있기 때문에 싫다” 입니다. 이 학생들은 대신 2D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을 깊이 사랑합니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벽에 도배하듯 붙여놓거나 배게로 만들어 감촉을 느끼는 것은 기본이고, ‘그녀’와의 첫만남을 기념하며 생일상을 차리거나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 여성’을 혐오하기 때문에, 풍속 업소에도 절대 가지 않습니다.
국내 방송에 소개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결혼한 남성./tvN 캡처
국내 방송에 소개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결혼한 남성./tvN 캡처
결혼적령기 일본 여성들은 남성을 볼 때 키, 학력, 수입 ‘3고(高)’를 따진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센스, 분위기, 대화 능력까지 추가된 ‘신(新) 3고’를 살피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이를 갖추지 못한 일본의 중년 동정남들은 아버지 세대를 부러워합니다. “예전처럼 차라리 집안끼리 만나 결혼시키던 풍습이라도 있으면 아내와 아이가 생길텐데. 그러면 살아가야할 이유가 생길지도 모를텐데. 나는 아마도 이대로 홀로 늙어 죽게 되겠지요.”
  • 양지혜
    디지털뉴스본부 기자
    E-mail : jihea@chosun.com
    일본의 찰진 모찌처럼 말랑말랑 몰캉몰캉 쫀득쫀득한, 독자의 눈에..

  • 입력 : 201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