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두근두근 뇌 운동' 만든 김기웅 중앙치매센터 소장]

해암도 2014. 10. 28. 20:46

세계에서 유일한 학습법…

                     "매일 새로운 운동으로 腦(뇌) 곳간 채워나가야" 

온종일 TV만 보는 것, 치매 만드는 나쁜 습관
구구단, 친구 이름 암기… 반복해도 소용없는 일
머리 쓰기 통한 예방은 꾸준히 할수록 좋아
매일 보는 신문만큼 좋은 수단이 없어

"뇌와 치매의 관계는 곳간의 쌀과 같아요. 부잣집은 쌀 한 가마니 도둑맞아도 끄떡없지만, 가난한 집에서 쌀 한 가마니 없어지면 난리 나잖아요. 뇌가 그래요. 평소에 머리를 자주 써서 뇌세포를 많이 키워 놓으면, 나이가 들어 뇌세포가 일부 망가져도 치매에 잘 안 걸리죠. 그런 면에서 매일 아침 신문 보고 뇌 운동 하는 습관은 '뇌 곳간'에 똑똑한 뇌세포를 한 톨 한 톨 쌓아 놓는 격이죠."

조선일보가 이번 달부터 연재하는 '두근두근 뇌 운동'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오늘은 문제가 너무 어렵다. 푸는 과정을 가르쳐 달라"고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오는가 하면, "이번 것은 너무 쉽다. 좀 더 어렵게 내달라"고 주문하는 등 의견도 다양하다. 이를 개발한 중앙치매센터 김기웅(51) 소장은 "일본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신문 기사를 손으로 베껴 쓰라고 권장 지침을 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매일 아침 신문을 갖고 치매 예방 머리 쓰기를 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며 "신문이 뉴스를 제공하는 수단을 넘어, 뇌 학습 방편으로도 확장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2년 경기도 판교에 문을 연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예방과 관리 지침을 개발하는 우리나라 치매 통제 사령부다. 간호사·사회복지사·심리사 등이 24시간 치매에 관해 무엇이든 답해주는 상담 전화 '1899-9988'도 운영한다. 전화번호는 '18세의 기억을 99세까지 팔팔하게 지니자'는 의미다. 김 소장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국가 치매 관리 위원이기도 하다.



	지난 7일부터 본지가 연재 중인 ‘두근두근 뇌 운동’(아래 사진)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중앙치매센터는 최근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뇌신경 자극 체조’도 개발 중이다. 김기웅 소장이 두 손가락으로 이마 양옆을 눌러 뇌신경을 자극하는 체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덕훈 기자

지난 7일부터 본지가 연재 중인 ‘두근두근 뇌 운동’(아래 사진)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중앙치매센터는 최근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뇌신경 자극 체조’도 개발 중이다. 김기웅 소장이 두 손가락으로 이마 양옆을 눌러 뇌신경을 자극하는 체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덕훈 기자


―두근두근 뇌 운동 반응이 뜨겁다.

"신문은 뇌 운동이 필요한 장년층에게 익숙한 매체다. 새로운 콘텐츠가 매일 실리고, 집으로 배달돼 온다. 여기에 뇌 학습법만 얹으면 된다. 머리 쓰기를 통한 치매 예방 효과는 매일 꾸준히 할수록 커지니, 신문처럼 좋은 수단이 없다. 이를 학습지 서비스로 하면 한 달에 4만원가량 드는 가치다."

―굳이 뇌 운동이라고 한 이유는?

"뇌와 근육의 작동 원리가 같기 때문이다. 팔 근육을 많이 쓰면 알통이 생기고 안 쓰면 가늘어지듯, 뇌도 머리를 많이 쓰면 뇌세포가 늘어나고 신경 회로가 탄탄해진다. 안 쓰면 뇌세포가 줄고, 신경 회로도 단순해진다. 머리를 근육처럼 써야 한다고 해서 두근(頭筋)두근 뇌운 동이라고 한 것이다."

―머리를 어떻게 쓰는 게 치매 예방에 좋은가?

"구구단이나 친구 이름을 열심히 반복해 외워봐야 소용없다. 완전히 각인된 것들은 뇌가 기억 에너지를 안 쓰고 떠올린다. 공을 들여야 한다. 서정주 시인이 익숙하지 않은 산 이름을 매일 외웠듯 말이다. 고스톱은 패를 선택하고, 점수를 계산하고, 사람들과 교제한다는 의미에서 일정 부분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핵심은 매일 새로운 뇌 학습이다."

―우리의 생활이 스마트폰에 너무 의지하고 산다. 디지털 치매라고 하지 않나.

"자주 전화번호를 외워서 걸어보려고 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을 어디서나 뭔가를 읽는 데 쓰면 괜찮다. 뇌는 훈련한 만큼 능력이 커진다. 이를 뇌 가소성(可塑性) 이론이라고 한다. 뇌를 쓰기에 따라 뇌 조직이 가만히 있지 않고, 뇌세포 숫자와 두께가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뜻이다. 경도(輕度) 인지 장애 환자에게 뇌 훈련을 시키면 불러주는 숫자 5개 정도만 외우던 사람이 나중에 12개까지 한 번에 외우기도 한다."

―나이 들어 치매에 걸릴 확률은 어떤가?

"통상적으로 60대 초반에는 1%다. 그 이후 5년마다 2배로 는다. 60대 후반은 2%, 70대 초반은 4%, 후반은 8%, 80대에는 16~32%가 된다. 평균 수명 80세 넘는 사회에서는 최소 다섯 명 중 한 명이 치매를 앓게 된다. 지난해 치매 환자는 61만명, 그 가족은 230만명이다. 치매 환자 한 명 간호 비용에 연간 1968만원 든다."

―한국인 치매에 특징이 있나?

"이제는 선진국형(서구형)이 됐다. 2008년만 해도 뇌혈관 동맥경화로 오는 혈관성 치매가 24%였으나, 2012년에는 17%로 줄었다. 고지혈증·고혈압·고혈당 치료 약물이 보편화한 결과다. 요즘은 대다수가 노인성 알츠하이머 치매다. 미국과 비슷하다. 이는 노화 과정에서 과도한 뇌세포 손상이 일어나 생긴다."

―어떤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리나?

"부모 중 한 명이 치매면 자식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생 위험이 2배 높다. 유전자 변이에 의해 유전성 치매는 1% 이하다. 전반적으로 단조로운 활동을 하면 발생 위험이 커진다. 생각과 기억은 전두엽이 총괄하는데, 학습과 호기심,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전두엽 뇌세포가 늘어나고 신경 회로가 다양해지며 탄탄해진다. 그러면 일부 뇌 회로가 손상돼도 우회로가 있고, 보충 수단이 있어 치매에 잘 견딘다.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TV만 보는 것이 가장 나쁘다. 그런 면에서 어르신에게 자꾸 쉬라고만 하는 것은 진정한 효도가 아니다. 치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부단히 움직이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며, 뇌 기능을 다양하게 써야 한다."

―성격이 치매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나?

"스트레스 관리와 연관 있다. 쉽게 불안해하고, 분노하고, 우울해하면 치매 위험이 2배로 높아진다.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이 자주 나오면,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과 이를 지시하는 뇌의 연동 축이 지친다. 결국 뇌 신경 회로에 피로가 누적돼, 기억을 관할하는 뇌 속 해마(海馬)도 퇴행한다. 우울증이 관리되지 않고 얼마나 자주 재발하고 만성적인가에 정비례해서 치매 발생이 커진다.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뇌 회로가 단순화되어, 고집이 세지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경직된다. 평소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변하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치매로 의심되는 흔한 증상은?

"치매는 최근 기억이 없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어르신 10명 중 7명이 옛날 기억이 선명하다고 해서 '난 아직 치매가 아닌가 보다' 하고 착각한다. 과거에 자식 키운 일들이 구체적으로 기억난다고 해도 최근 기억이 떨어지면 치매 가능성이 크다. 수일 전에서 한 달 정도에 일어난 것을 말한다. 심해지면 아침에 뭐 먹었는지 기억 못 한다. 자식들에게 전화하면서 지난번에 말한 얘기를 반복해서 했다거나, 몇 번 가본 식당을 처음 왔다고 하거나, 며칠 전에 용돈 드렸는데 안 줬다고 하고, 어디다 보관했는지 못 찾고 도둑 들었다고 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흔히 쓰는 말이나 단어가 안 떠올라서 진료실에 오는 환자도 꽤 된다."

―치매가 의심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60세 이상이면 보건소에서 무료로 뇌 인지 기능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상 소견이 나오면 정밀 검사까지 해준다. 이를 통해 치매 진단 환자의 70% 이상이 초기 상태서 발견된다. 이렇게 조기 발견율이 높은 나라가 없다. 외국에서도 놀란다. 대한민국 장년들의 치매 경각심이 대단하다. 이렇게 건강관리에 열정이 있으면 고령 사회라고 해도 겁날 게 없다고 본다."

―치매를 조기 발견하면 고칠 수는 있나?

"약물치료로 치매를 가볍게 할 수 있고, 진행 과정을 늦출 수 있다. 초기 치매로 진단받고 아무것도 안 하면 5년 후 요양 시설에 갈 확률이 70%이다. 약물을 꾸준히 먹으면 15% 이하로 낮아진다.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매 백신은 없나?

"아직 없다. 3~4년 후에 상용화될 전망인데, 주로 이른 나이에 경도 치매가 왔거나 유전적으로 치매 발생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쓰게 된다. 백신 원리는 노화 과정에서 뇌에 축적돼 뇌 손상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 치매가 왔다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예방적 뇌 운동이 중요하다."

―국가정책적으로 치매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에는 치매 요양 시설을 잘 만들어 잘 돌봐주자는 식으로 정책을 폈다. 하지만 어느 나라나 그 비용을 감당 못 하고, 효과도 미지수로 나왔다. 이제는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에 집중하고, 그 돈을 가족에게 지원하여 치매 환자가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 아울러 치매를 예방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 생활 공간 곳곳에 여럿이 모여 치매 예방에 좋은 체조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 놀이터도 아이와 노인이 같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으면 싶다."

김기웅 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밟았다. 당시 우리나라 치매 연구 개척자인 우종인 지도교수의 권유로 치매 연구를 시작했다. 1992년 서울대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치매 클리닉을 개설했는데, 그때는 치매에 대한 건강보험 의료수가가 없어서 무료 진료를 했다. 김 소장은 치매와 노년 우울증 분야 연구로 지금까지 국내외 학술 논문 200여편을 쓰고, 저서와 번역서를 14권 냈다. 서울대 자연대 뇌인지과학 연구 교수도 겸임하면서, GPS(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해 치매 환자의 움직임이나 위험 지역 이동 등을 체크하는 연구를 한다. 의료 영상을 통해 치매나 노인성 우울증 약물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도 관찰한다. 현재 대한 노년 신경정신약물학회 회장이다.


김철중 의학 전문기자  조선   입력 : 201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