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정상급 요리사 키케 다코스타가 충북 오송에 있는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에서 장을 이용한 다양한 한식을 맛보며 한국 식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샘표 제공
스페인 요리사들은 혁신적 시도를 통해 지난 10년간 세계 미식(美食)을 선도해왔다. 스페인에는 세계적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Michelin)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은 요리사가 여덟 있다.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40대 초반인 다코스타는 앞으로 벌일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다코스타가 처음 간장·된장·고추장을 맛본 건 201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코리안 컬리너리 랩(Korean Culinary Lab)'이다. 유럽 요리사들에게 한식을 소개하기 위해 열린 이 행사에 참석한 다코스타는 "완전히 새로운 맛의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매우 익숙하면서도 매우 낯선 맛이랄까. 예를 들면 조선간장을 맛봤을 때 '오, 돼지고기·소고기와 비슷한 감칠맛이네. 생선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콩 맛도 있네' 하며 놀랐어요."
이때부터 그는 한국의 장류를 자기 요리에 접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낯선 이국 재료를 사용하는 데 거부감은 없다"고 했다.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식재료에 대해 개방적입니다. 역사적으로 스페인 요리는 중동과 아시아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제 고향 발렌시아의 주요 농산물인 쌀과 오렌지, 레몬은 중동으로부터 전해진 것이죠. 그렇게 본다면 저 자신도 다양한 문화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지요."
2012년 다코스타는 세계적 권위의 식문화 행사인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에서 된장과 고추장, 간장, 장소스(Jang Sauce·샘표 '연두'의 해외 브랜드)를 이용해 개발한 요리 세 가지를 선보였다.
그는 "한국의 장은 요리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마지막 맛의 2%를 채우는 매직 소스"라고 정의했다. "모든 음식과 어울리면서 맛을 깊게 만들어주더군요. 유럽 식재료와 접목하는 작업을 계속한다면, 장이 우리(유럽) 음식에 없어서는 안 될 기둥(핵심 재료)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샘표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엿새 동안 다코스타는 장의 원료인 콩이 자라는 밭과 소금을 만드는 염전을 방문했고, 장 담그는 전 과정을 보았다. 갓 만든 간장과 3~5년 숙성한 된장을 시식하고, 장을 이용한 한식을 두루 맛봤다. 그가 내린 결론은 "장은 한국 음식의 DNA"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재료와 맛이 있지만, 장은 이 모두를 아울러 한국의 맛을 내는 근본이더군요."
그는 "한국의 장은 일본 간장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풍부한 맛을 낸다"면서 세계적 소스로 발전할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여행 가방을 새로 하나 사서 된장·간장·고추장과 장 담글 재료, 옹기를 잔뜩 싸 들고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그가 자기 주방에서 담근 장과 장아찌가 어떤 맛으로 숙성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