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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틀야구의 '희망 홈런'

해암도 2014. 8. 31. 07:00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 이상 흘렀다. 단원고 학생 250명이 희생된 이번 사건은 한국을 깊은 절망에 빠뜨렸다. 하지만 지난 25일 한국 소년 13명이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12세 이하 소년들로 구성된 한국의 리틀야구 대표팀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라마데구장에서 열린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세계리틀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팀은 결승전에서 미국의 일리노이 대표팀을 8대 4로 꺾었다. 한국은 체코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파죽의 5연승을 거뒀다.


아시아의 라이벌인 일본에도 승리했다. 12대 3의 대승이었다. 한국팀은 1985년 이후 29년 만에 감격적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한국에겐 84, 85년 2연패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이 경기는 미국의 유명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를 통해 중계될 만큼 미국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충분히 재능을 보여줬고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 한국의 투수 황재영 선수는 “특히 오랜 라이벌이었던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박종욱 감독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 일본전에서 다른 팀 경기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싸웠다.


이번 경기는 어린 소년들 간 게임이었다. 특별히 한·일전이라고 의미를 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NYT에 따르면 한·일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T-셔츠를 서로 교환하며 우정을 나눴다. 어린 선수들에게 한·일간의 해묵은 감정도 우정을 쌓는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사실 야구선수들에게 한국의 환경이 척박하다. 한국에는 산악 지형이 많은 데다 특히 서울은 인구 밀집지역이어서 야구장이 넉넉하지 않다. 코리아중앙데일리에 따르면 한국 내에서 리틀야구를 할 수 있는 공식적인 구장은 7개에 불과하다.


서울에는 단지 1개 뿐이다. 7개의 구장 중 3곳에는 야간경기를 위한 조명시설도 없다. 이에 불구, 한국의 리틀야구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팀 숫자에서도 한국은 158개로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턱없이 적다. 2006년에는 23개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일본에는 745개의 리틀야구팀이 있다.

 

미국의 경우 무려 2만 개가 넘는다. 한국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된 후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고 경기장을 누비며 우승을 자축했다. 또 일부 선수들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마운드의 흙을 기념품으로 컵에 담아 가기도 했다.


홈런을 쳤던 신동완 선수는 “너무 행복하다. 이제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어린 선수들을 기꺼이 환영할 것이다. 한국팀의 우승은 무더운 늦여름에 세월호 참사로 인해 침통해 있던 한국민에게 용기를 줬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16일의 비극은 아직도 한국 사회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의 아버지인 김영오씨는 단식투쟁을 벌였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정치권의 무능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세월호 참사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잠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 했지만 다시 한국 사회의 최대 쟁점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세월호 참사가 아니었더라면 한국 리틀야구팀의 우승은 국민의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13명의 한국의 어린 야구선수들은 희망을 보여줬다. 앞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이다. 이들은 지난 넉 달 반의 고통이 물러가고 희망찬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사회가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리틀야구팀을 우승으로 이끈 박 감독의 말을 되새길만 한다. 그의 우승 비결은 “뜻이 있는 곳이 길이 있다”였다.


[중앙일보] 입력 2014.08.31
버틸 피터슨 보스톤 글로브 등 미국의 주요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이집트 미국상공회의소가 발간하는 ‘월간 비즈니스’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에디터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