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주사 필요
주사 한 대에 25만~30만원. 국가 무료접종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 요즘 감염내과 진료실에서 이 주사 얘기가 부쩍 잦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고 와서 맞히고 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의사들 사이 별명이 ‘효도 백신’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연구팀이 이 주사를 맞은 사람과 안 맞은 사람을 비교했다. 대상은 65세 이상 1481만9226명. 접종자는 해당 바이러스로 인한 입원이 82%, 사망이 85% 적었다. 주사를 맞은 약 300만 명 가운데 이 바이러스로 입원했다가 숨진 사람은 20명(0.0006%)이 채 안 됐다.
바이러스 이름은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다. 독감 주사를 해마다 챙기는 사람에게도 이 바이러스는 낯설 만하다. 어린아이들이 잘 걸리는 감기 정도로만 알려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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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와 가깝게 지내는 조부모는 아이의 호흡기 감염에 그대로 노출된다. 아이에겐 가벼운 감기가 노인에겐 폐렴이 될 수 있다. 그래픽 이민서
여기에 함정이 있다. 한국 문화에선 손자와 조부모의 접촉이 흔하다. 맞벌이 자녀 대신 손주를 맡아 돌보는 집도 많다. 아이가 콧물을 흘리면 할머니는 코를 닦아주고 품에 안기도 한다. 면역력이 강한 아이들은 바이러스를 앓아도 이내 털고 일어난다. 하지만 같은 바이러스가 심장이나 폐가 약한 할머니에게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동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꼬마들이 뛰어놀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껴안고 그러면서 RSV를 옮긴다”며 “하필 그 감기가 RSV였다면 감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는 독감도 일찍 왔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9월 1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냈다. 지난해(10월 17일)보다 한 달 넘게 빠르다. 9월 첫 주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 1년 전 같은 때(6.6명)의 네 배에 가깝다.
독감 백신만 맞으면 충분했던 몇 년 전과 달리 이제 겨울을 앞두고 챙길 백신이 늘었다. 독감, 코로나에 RSV, 폐렴구균까지. 복잡해진 바이러스만큼 고민도 같이 늘었다. 무료 주사로 충분한지 아니면 수십만원을 더 써서 유료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하루에 여러 종류의 백신을 몰아 맞아도 되는지, 지난달 독감을 앓았는데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지난해 맞았는데 또 맞을 필요가 있는지 등이다. 이동건 교수와의 인터뷰, 그리고 최근 나온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바이러스에 맞서 겨울 생존 확률을 최고로 높이는 방법들을 정리했다.
📋목차
① 효도 백신, 사망 85% 막았다
② 손주 콧물이 할머니 폐렴이 되는 이유
③ 공짜로 충분한 사람 vs 돈을 더 써야 할 사람
④ 맞았는데 또 맞아야 할까
⑤ 바쁜 분들을 위한 세 줄 요약
💉효도 백신, 사망 85% 막았다
올해 9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나온 FDA 연구는 RSV 백신이 미국에 처음 풀린 2023~2024년 겨울을 들여다봤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백신을 맞은 사람은 RSV 관련 입원이 81.8%, 관련 사망이 85%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항암치료나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이 약해진 사람도 입원이 72.2% 줄었다. 85세가 넘어도 효과가 눈에 띄게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NEJM에 실린 덴마크 연구에서도 RSV 백신의 놀라운 효과가 확인된다. 이 연구에선 60세 이상 13만1276명을 제비뽑기로 나눠 절반에게만 백신을 놨다. 한 차례의 겨울이 지나고 RSV로 입원한 사람은 안 맞은 쪽 18명, 맞은 쪽 3명으로 입원 예방효과는 83.3%였다. 이 연구엔 백신 회사 화이자가 연구비를 댔다.
여기선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무슨 이유에서건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숫자도 284명 대 335명으로 접종군이 15% 적었다. 연구팀은 병원에서 RSV 검사를 받지 않아 그냥 폐렴이나 기관지염으로 기록된 사례도 그만큼 많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RSV는 생각보다 자주 노인을 입원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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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 백신을 맞은 사람은 RSV로 입원하거나 숨지는 일이 크게 줄었다. 그래픽 이민서
우리에게 익숙한 두 백신도 제 몫을 했다. 지난 9월 JAMA에 실린 검토 논문에 따르면 지난겨울 코로나 백신은 65세 이상의 코로나 관련 입원을 53% 줄였다. 그 전 겨울엔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병원에서 숨지는 최악의 결과가 73% 적었다. 국내 코로나 입원 환자 10명 중 6명(63%)이 65세 이상이다. 코로나는 아직 노인에겐 끝난 병이 아니다.
독감 백신은 고령자의 독감 관련 사망을 연구에 따라 29~65.8% 줄였다. 가장 높은 수치는 면역증강 백신을 맞은 덴마크·핀란드 노인 연구에서 나왔다. 즉 바이러스 백신들은 감염을 100% 막지는 못해도 입원과 죽음으로 갈 확률을 현저히 낮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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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백신 모두 감염 자체보다 중증과 사망을 막는 데 효과가 컸다. 그래픽 이민서
그렇다면 이 세 가지 백신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 걸까. 누군가는 25만원짜리 효도 주사가 절실하고, 누군가는 무료 독감 주사 외에도 돈을 더 내고 면역증강 백신을 맞는 게 낫다. 지난해 처음으로 접종이 시작된 RSV 주사를 맞았거나 최근 독감을 앓은 사람도 셈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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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독감 유행은 지난해보다 한 달 넘게 빨리 시작됐다. 그래픽 이민서
👵손주 콧물이 할머니 폐렴이 되는 이유
독감, 코로나, RSV는 모두 숨길로 들어와 폐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다. 젊을 땐 며칠 앓고 지나간다. 나이가 들면 같은 바이러스가 훨씬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동건 교수는 “나이가 들면 얼굴이 쭈글쭈글해지고 팔다리가 가늘어지듯 몸속 장기가 다 그렇게 늙는다”며 “감염된 세포가 빨리 죽고 새 세포로 바뀌어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회복 기간이 점점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폐에는 섬모라는 아주 가는 털이 빽빽하다. 바이러스와 찌꺼기, 염증 세포를 쉬지 않고 밖으로 쓸어낸다. 독감 바이러스는 이 섬모를 망가뜨린다. 이 교수는 “내보내야 할 노폐물을 내보내지 못하고 안에 쌓이면, 고인 물이 썩듯 폐렴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독감 자체보다 그 틈을 타 들어오는 세균성 폐렴이 노인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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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 섬모가 망가지면 찌꺼기가 고이고, 고인 자리에서 폐렴이 시작된다. 그래픽 이민서
RSV는 이미 앓고 있던 병을 들쑤신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심부전이 RSV를 계기로 급격히 나빠진다. 미국 연구에선 RSV로 입원한 60세 이상 COPD 환자의 약 80%가 기존 병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RSV가 그동안 조용했던 건 의료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찾지 않아서다. 이 교수는 “옛날엔 감기 증상이 있으면 ‘감기네요’ 하고 감기약 처방하고 끝났다”며 “코로나 이후 이게 코로나인지, 독감인지, 다른 바이러스인지 가려내기 시작하면서 RSV가 노인에게 꽤 큰 질병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RSV에 걸려도 쓸 치료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독감엔 타미플루, 코로나엔 팍스로비드가 있다. RSV는 일반 고령 환자에게 쓰는 표준 항바이러스제가 없다. 이 교수는 “미국에 리바비린이라는 들이마시는 약이 있지만 가격이 엄청 비싸고 국내엔 들어와 있지도 않다”며 “진단이 돼도 치료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일부 중증 면역저하자에게 쓰던 흡입형 리바비린은 가격도 악명이 높았다. 2019년 발표된 논문에는 2015년 가격 인상 뒤 5일 치료비가 15만 달러에 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닷새 치료에 2억원 안팎이라는 얘기다. 이 약조차도 이제 잘 쓰이지 않는다. 미국 병원약사회(ASHP)의 올해 1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흡입형 제품들은 지난해 생산이 중단돼 공급 가능한 제품이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먹는 리바비린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노인에게 일반적으로 쓰는 표준 치료는 아니다. 따라서 RSV에 걸리면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가래를 제거해 호흡을 돕고, 세균성 폐렴이 겹치면 항생제를 쓰는 치료가 중심이다. 그래서 감염되기 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공짜로 충분한 사람 vs 돈을 더 써야 할 사람
그렇다면 어떤 백신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우선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 백신부터 챙기고, 내 몸 상태를 따져 유료를 더하는 순으로 가는 게 정석이다.
1단계, 무료 독감·코로나 백신은 한번에 맞는 게 좋다. 65세 이상은 독감과 코로나 백신을 모두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올해 코로나 백신은 최근 유행하는 변이에 맞춘 XFG 백신이다. 70세 이상은 10월 12일부터, 65~69세는 15일부터 맞을 수 있다. 질병청은 독감과 코로나 두 주사를 같은 날 한 번 방문해 동시에 맞으라고 권한다. 주소지와 상관없이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가면 된다.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접종 가능한 병원을 확인하고 신분증을 챙기자.
☞예방접종 관리 위탁의료기관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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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ㆍ코로나 백신 놓는 병원을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찾는 법. 65세 이상은 주소지와 상관없이 가까운 동네 병ㆍ의원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보건소는 지역에 따라 접종하지 않는 곳도 있어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그래픽 이민서
코로나 백신을 여전히 꺼리는 사람도 있다. 5년 전 처음 나온 백신에서 예상 못한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불신을 높여서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가 맞는 코로나 백신은 최신 기술이 적용됐고 부작용도 줄였다”며 “5년 전에 나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훨씬 검증된 백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백신을 안 맞아서 코로나에 걸리는 위험과 맞아서 생기는 부작용의 위험을 비교하면, 백신을 안 맞고 코로나에 걸리는 게 훨씬 위험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노인과 암환자처럼 면역이 떨어진 사람은 오히려 맞아야 코로나를 피하고 항암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단계,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센 독감 주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면 면역세포도 늙는다. 같은 주사를 맞아도 항체가 덜 생긴다. 그래서 나온 게 항원량을 네 배로 늘린 고용량 백신, 면역 반응을 끌어올리는 성분을 넣은 면역증강 백신이다. 무료 백신을 맞은 뒤 추가로 맞는 게 아니라, 무료 백신 대신 선택하는 것이다.
고용량과 면역증강 백신 중 어느 게 뚜렷하게 더 낫다는 연구 결과는 부족하다. 따라서 비용과 접종 가능한 제품, 이전 이상반응 등을 고려해 선택하면 된다.
국내에서 맞을 수 있는 고령자용 독감 백신은 항원량을 4배로 늘린 고용량 백신(에플루엘다)과 면역증강제를 넣은 백신(플루아드) 두 가지다. 무료 접종엔 포함되지 않는다. 고용량 백신은 7만~12만원 정도, 면역증강 백신은 3만5000~6만원 정도다. 같은 제품도 병원마다 값이 다르다.
동네 병원의 고용량·면역증강 독감 백신 가격을 보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 진료비 정보’에 접속하면 된다. 여기서 ‘1. 지역’과 ‘2. 의료기관 규모’를 고른 뒤 ‘3. 비급여 진료비 항목’ 중 예방접종료를 선택한다. 여기서 고용량 백신인 ‘에플루엘다프리필드시린지’ 혹은 면역증강 백신인 ‘플루아드쿼드프리필드시린지’를 선택하면 어느 병원에서 얼마에 접종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 진료비용 정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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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서 고용량ㆍ면역증강 백신 놓는 의료기관과 가격 찾는 법. 그래픽 이민서
이 교수는 “건강한 노인은 굳이 비싼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면서도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뇨를 오래 앓아 콩팥 기능이 떨어졌거나, 투석 중이거나,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먹는 사람, 그리고 75세가 넘은 고령자는 이런 백신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는 실제 연구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8월 NEJM에 실린 덴마크 연구는 65세 이상 33만여 명을 무작위로 나눠 백신을 테스트했다. 여기서 고용량 백신은 표준 백신보다 독감 입원을 43.6% 더 줄였다. 다만 독감과 폐렴 입원을 합쳐 본 주평가지표에선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독감만큼은 확실히 더 막지만, 폐렴까지 더 막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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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교수는 “건강한 노인은 비싼 백신까지 맞을 필요는 없지만, 심장ㆍ폐가 나쁘거나 면역이 떨어진 사람은 접종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 이민서
3단계, ‘효도 백신’ 역시 면역력이 떨어졌다면 접종하자. RSV 백신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대개 25만~30만원이다. 보건소엔 없고 동네 의원이나 중소병원, 대학병원에서 맞을 수 있다. 이 교수는 “건강한 40~50대는 RSV 백신을 굳이 맞을 필요가 없다”며 “심장과 폐 기능이 나쁘거나 투석, 암, 장기이식으로 면역이 떨어진 사람은 맞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대한감염학회는 75세 이상은 누구나, 50세 이상은 만성 심장·폐 질환이나 당뇨, 면역저하 같은 고위험 요인이 있으면 접종을 권한다. 75세가 넘으면 나이 자체가 위험 요인이라는 판단이다. 미국도 같은 기준을 쓴다.
만약 지병이 있는데 손주를 자주 돌본다면 백신 접종을 미룰 이유가 없다. 바깥 활동이 잦은 아이들에겐 바이러스와 마주칠 기회가 그만큼 늘어나고, 이로 인해 조부모의 감염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허가된 성인용 RSV 백신은 세 가지다. GSK의 아렉스비, 모더나의 엠레스비아, 그리고 지난 8월 13일 허가된 화이자의 아브리스보다. 아렉스비는 면역증강제를 넣은 단백질 백신, 엠레스비아는 mRNA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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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엔 세 가지 종류의 백신이 들어와 있다. 그래픽 이민서
아브리스보는 면역증강제가 없는 단백질 백신으로, 임신부 접종을 통해 태어날 아기를 보호하는 용도로도 허가됐다.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입원 예방률은 아렉스비 66~80%, 아브리스보 81~85%이고 엠레스비아는 아직 실사용 데이터가 부족하다. 하지만 예방률만 보고 어느 제품이 낫다고 고를 일은 아니다. 다니는 병원에 어떤 제품이 있는지, 어떤 제품을 추천하는지 먼저 물어보는 게 빠르다.
4단계, 폐렴구균은 ‘기록’부터 확인해 보자. 폐렴구균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세균이다. 막는 백신도 따로 있다. 65세가 되면 보건소에서 23가 다당백신(PPSV23)을 무료로 맞으라고 연락이 온다. 계절과 상관없이 맞으면 되고, 시기가 겹치면 독감·코로나와 같은 날 맞아도 된다.
질병청은 내년부터 어르신 무료 폐렴구균 백신을 면역이 오래가는 단백결합백신(PCV)으로 바꾸는 예산을 편성했다. 대한감염학회는 이미 65세 이상에게 20가 단백결합백신(PCV20) 1회, 또는 PCV15를 맞은 뒤 PPSV23을 맞는 방식을 권하고 있다. 이미 맞은 제품과 날짜에 따라 다음 접종이 달라진다. ‘폐렴 주사 예전에 맞았다’고 그냥 넘기지 말고 예방접종도우미에서 기록을 확인하고 접종 여부를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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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사부터 챙기고, 지병과 나이에 따라 유료 주사를 더한다. 그래픽 이민서
‼️맞았는데 또 맞아야 할까
독감은 해마다 새 얼굴로 온다. 지난해 맞았다고 올해 건너뛰면 안 된다. 코로나 역시 계속 변해 이전 감염이나 접종으로 생긴 면역을 피해 간다.
독감 백신이 해마다 효과가 들쭉날쭉한 이유도 여기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께 그해 겨울 유행할 독감을 예측해 발표하고, 제약사는 그걸로 6개월 동안 백신을 만든다. 이 교수는 “그 사이 바이러스가 또 변한다”며 “예측한 것과 같은 게 유행하면 효과가 있지만 다른 게 돌면 그해엔 독감이 크게 유행한다”고 했다.
국내 독감은 통상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한다. 접종 후 방어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걸리고 효과는 대략 6개월 지속되므로 늦어도 10~11월에는 접종을 마치는 게 좋다. 다만 올해는 9월부터 유행이 시작됐다. 아직 안 맞았다면 겨울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독감은 시시때때로 유행 변이가 달라지므로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한다.
코로나는 겨울에만 유행하지 않는다. 여름에도 큰 유행이 나타나 특정 계절만 조심할 수는 없다. 그래도 고령자는 겨울을 앞두고 이번 절기 백신을 챙겨야 한다. 10월 국가접종이 시작됐을 때 독감 백신과 함께 맞으면 편하다. 일반 고령자는 연 1회, 면역저하자는 연 2회가 대상이다. 코로나도 변이가 생기므로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한다.
RSV는 국내에서 대체로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많이 발생한다. 처음 접종하는 사람은 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맞는 게 좋다. 하지만 시기를 놓쳤다고 다음 가을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접종 대상자라면 지금이라도 상담하자.
RSV는 한 번 맞으면 몇 년 간다. RSV 백신은 바이러스에서 잘 변하지 않는 부위를 겨냥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매년 맞는 주사가 아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데이터로는 2년까지 문제없이 효과가 가고, 4~5년 이상 가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9월 나온 JAMA 검토 논문에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미국 재향군인 57만여 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RSV 입원 예방 효과가 접종 후 6개월 안엔 81.1%였는데, 12~18개월 사이엔 48.5%로 떨어졌다. 반면에 다른 연구에선 첫해와 이듬해 효과 차이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두 번째 겨울에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적었다.
국내에선 지난해 5월 말 첫 성인용 RSV 백신인 아렉스비의 접종이 시작됐다. 고령자가 백신으로 RSV에 대비할 수 있게 된 지 이제 1년 반 남짓이다. 지난해 RSV 백신을 맞았다면 올해 다시 맞을 필요는 없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추가접종을 권하는 곳도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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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해만큼은 아니어도 이듬해에도 효과는 남아 있었다. 그래픽 이민서
최근 바이러스를 앓았다면 어떻게 할까. 종류에 따라 다르다.
우선 독감은 최근 걸렸어도 이번 절기 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한다. 백신엔 A형 두 가지, B형 한 가지가 들어 있다. 독감을 앓았다면 이 중 한 가지만 걸린 것이므로 나머지 유형의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RSV도 앓았다는 이유로 백신을 맞을 필요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RSV는 A형과 B형이 번갈아 유행한다. 최근 RSV를 앓았어도 다른 유형을 막으려면 여전히 백신이 필요하다.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접종 대상자라면 회복 후 접종이 권장된다. 다만 앞서 말했듯 이미 백신을 맞았다면 현재로선 추가접종을 권하지 않는다.
코로나는 최근 감염됐다면 접종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 올해 질병관리청 안내에선 자연면역을 고려해 확진일로부터 3개월 이후로 접종을 연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확진일과 별개로 마지막 백신 접종일부터 최소 90일이 지났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병원에 감염일과 접종일을 함께 알리고 시점을 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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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은 적이 없다면 병을 앓았다고 필요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래픽 이민서
이론상으론 세 백신을 하루에 몰아 맞아도 된다. 이 교수는 “한쪽 팔에 두 개, 다른 쪽에 하나 맞아도 된다”고 했다. 다만 주사 하나만 맞아도 하루쯤 팔이 뻐근하고 몸살 기운이 도는데, 셋을 한꺼번에 맞으면 더 힘들어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이 교수는 “기력이 약한 환자에겐 독감·코로나를 먼저 맞히고 RSV는 다음 방문 때 맞히기도 한다”고 했다.
만약 간격을 둔다면 어느 정도가 좋을까. 이 교수는 “하루만 둬도 상관없다”며 “간격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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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백신을 같은 날 맞아도 되지만,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맞아도 큰 문제는 없다. 그래픽 이민서
열이 나거나 급성질환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접종 시점을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가벼운 콧물이나 기침만으로 반드시 접종을 미룰 필요는 없다. 예전에 같은 백신을 맞고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겪었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접종 전에 말해 두자.
드물지만 알려진 위험도 있다. RSV 백신 일부에선 팔다리 힘이 빠지는 신경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위험 증가 가능성이 보고됐다. FDA는 65세 이상 접종 100만 회당 7~9건 정도 추가로 생길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도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맞고 타이레놀을 먹었는데도 열이 계속 나거나 기침·가래가 심해지면 다음 날 맞은 병원에 와서 확인하라”고 했다.
백신을 맞았어도 아프면 바로 병원으로 직행해야 한다. 백신은 안전벨트다. 사고를 없애진 못한다. 65세 이상은 기침이나 열, 몸살이 시작되면 하루라도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 독감 치료제는 증상 시작 48시간 안에 먹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코로나 먹는 치료제는 5일 안, 주사제(렘데시비르)는 7일 안에 시작해야 한다. 날짜는 검사받은 날이 아니라 증상이 시작된 날부터 센다.
48시간이 지났다고 포기할 일도 아니다. 캐나다에서 독감으로 입원한 65세 이상 8135명을 분석한 연구에선, 입원 후 48시간이 지나 타미플루를 시작해도 약을 쓰지 않은 환자에 비해 30일 내 사망 위험이 34% 낮았다. 48시간 이내에 타미플루를 시작한 환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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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을 들고 가면 진료실에서 어떤 백신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다. 그래픽 이민서
올해처럼 독감 유행주의보가 내려진 기간엔 혜택도 있다. 평소엔 독감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야 치료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유행주의보 기간엔 65세 이상이면 검사를 하지 않아도 의사가 독감이라고 판단하면 건강보험으로 약을 받을 수 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약 먹을 때를 놓치지 말라는 취지다.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이 계속될 때,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정신이 흐려질 때, 자꾸 잠만 자려 하고 깨워도 잘 일어나지 못할 때는 열이 높든 낮든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노인은 폐렴이 심해도 열이 잘 안 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손주가 아플 땐 접촉을 일시적으로 피해야 한다. 손을 자주 씻고, 환기를 하고, 가까이서 돌볼 땐 마스크를 쓴다. 주사가 집 안을 떠도는 바이러스까지 물리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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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는 시간이 생명이다. 증상이 시작되면 바로 상담하자. 그래픽 이민서
노인의 겨울이 위험한 건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 감기처럼 시작한 바이러스 하나가 폐를 망가뜨리고, 지병을 악화시키고, 몇 주 입원으로 체력을 빼놓는다. 그렇게 한번 몸져 누우면 예전 몸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겨울 앞에 맞는 주사 몇 대는 감염으로 건강을 잃을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3️⃣바쁜 분들을 위한 세 줄 요약
① 미국 65세 이상 1481만 명 분석에서 RSV 백신은 관련 입원을 82%, 사망을 85% 줄였다. 손주에게서 옮는 RSV는 심장·폐가 약한 노인에게 폐렴으로 번질 수 있지만, 걸려도 치료제가 마땅치 않다.
② 65세 이상은 무료 독감·코로나 백신부터 같은 날 맞는다. 75세 이상이거나 심장·폐 질환, 투석, 항암, 이식 중이라면 RSV 백신(25만~30만원)과 고용량·면역증강 독감 백신을 상담하자.
③ 독감·코로나는 매년 맞아야 하지만, RSV는 한 번 맞으면 몇 년 간다. 최근 독감을 앓았어도 올해 독감 백신은 맞아야 하고, RSV를 앓았어도 백신을 맞은 적이 없는 접종 대상자라면 의사와 상담을 권한다. 백신을 맞았어도 증상이 생기면 바로 진료받고, 숨이 차거나 의식이 흐려지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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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에디터 이정봉 이민서 발행 일시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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