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내시경 없이 채혈만으로, 대장암 90% 잡아냈다

해암도 2026. 10. 31. 20:17

 

3줄 요약

서울아산병원 연구팀 AI 혈액진단 민감도 90.4%

기존 대변검사 대비 높은 진단 정확도

검사 부담 낮춰 대장암 검진 참여 기대

 

 

홍승욱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대장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대장내시경, 대변 검사 같은 번거로운 검사 대신 채혈만으로 대장암을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검사법이 제시됐다.

 

27일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홍승욱 교수팀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을 통해 대장암 환자를 찾아낸 비율(민감도)이 90.4%에 달했다고 밝혔다. 민감도란 실제 질병이 있는 환자를 검사했을 때 놓치지 않고 양성으로 분류해 내는 진단 정확도를 뜻한다. 대장암 환자 10명 중 9명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뜻이다.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의 기본 원리는 혈액 속에 떠돌아다니는 미세한 유전 물질을 분석하는 것이다. 암세포는 잘게 부서진 DNA 조각들을 혈액 속으로 흘려보낸다. 이렇게 세포 밖으로 나와 피 속에 떠다니는 DNA 조각을 ‘세포유리DNA’라고 한다.

 

연구팀은 채혈한 혈액에서 세포유리DNA를 추출한 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실시했다. DNA 조각의 길이와 말단 구조, 유전체 분포 등을 분석해 AI 딥러닝 모델로 대장암 여부를 판별했다.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DNA 조각은 정상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과 비교할 때 길이나 잘려나간 위치, 말단 구조가 뚜렷하게 다른데, 학습된 AI가 이를 판별하는 것이다.

 

이번 분석 대상은 대장암 환자 302명,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진행성 대장 용종 환자 108명, 대장 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정상 대조군) 1267명 등 총 1677명이었다.

 

분석 결과, 대장암 진단 민감도는 90.4%로, 현재 국가 암 검진 등에서 쓰이는 대변 검사(분변잠혈검사)의 민감도인 약 70~80%보다 높았다. 병기별 민감도는 1기 84.2%, 2기 85.0%, 3기 94.4%, 4기 100%였다.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초기 대장암은 90%의 민감도로 찾아냈다.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진행성 대장 용종의 민감도 역시 58.3%로 나타났다. 기존 분변잠혈검사의 진행성 대장 용종 민감도가 25~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병이 없는 정상인을 건강한 것으로 확실히 걸러내는 확률인 ‘특이도’도 94.7%로 나타났다. 암이 없는 사람 100명 중 95명을 정확하게 정상으로 구분해 냈다는 뜻이다.

 

대장암은 국내 암 발생률 3위인 암종으로, 국가 대장암 검진은 분변잠혈검사가 기본이다. 양성일 경우 대장내시경이 권고된다. 하지만 번거로운 절차 등 때문에 현재 국가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40%대로, 주요 암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혈액 검사가 실제 국가 검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기존 검사에 대한 부담을 낮춰 검진 참여를 높일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변정식 교수는 “환자들이 기존 검진 과정에서 느꼈던 부담을 줄이고 혈액 검사만으로 편리하고 정확하게 대장암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며 “특히 20~40대에서도 대장암 발생이 늘고 있는 만큼 혈액 진단의 편의성과 AI 기술이 결합하면 더 편리한 검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