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늙어서 아프다? 아파서 늙어요... 노화 상식부터 리셋하라"

해암도 2025. 10. 15. 05:42

'에이지 리셋' 연재하는 장일영 교수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장일영(42)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겸임교수(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는 진료 현장에서 다른 결론을 내렸다. “늙어서 아픈 게 아니라, 아프니까 늙는다.”

 

사람의 몸은 세포 수십조 개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작동한다. 건강은 이 세포가 얼마나 활발히 기능하느냐의 총합이다. 보통 에너지의 정점은 30대 중반에 도달한다. 이후 장기별로 서서히 저하가 시작된다. 그러나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급속 노화냐 감속 노화냐로 갈라진다.

 

장 교수는 “나이에 맞는 생활 리듬이 자리를 못 잡거나 에너지 결핍이 반복되면 회복력이 떨어지고, 몸 전체가 가속 노화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노화는 단순한 근력 문제를 넘어 면역, 소화, 순환, 신경계 전반의 ‘도미노식 붕괴’로 이어진다.

 

노인이라 아픈 게 아니라 ‘아파서 노인 된다’

 

물을 제외하면 우리 몸의 절반 이상은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단백질은 세포와 근육, 장기의 재료이자 호르몬·면역·효소·신경전달물질의 근간이다. 특히 근육은 가장 큰 장기로, 에너지 저장소이자 면역 방어선이다. 근육이 줄면 당뇨병, 치매, 암 등 거의 모든 질환이 빠르게 진행된다. 근육은 하루 300~400g가량 단백질을 분해하고 새로 합성한다. 이때 필요한 영양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몸 전체 회복 기능부터 떨어진다.

 

장 교수는 ‘단백 공백’을 걱정한다. 적지 않은 사람이 저녁에 몰아 먹고 아침을 거른다. 식사로 단백질을 공급하지 않으면, 과식한 뒤라도 6~12시간 지나면 결핍 상태로 접어든다. 이때 찾아오는 게 ‘단백 공복’, 즉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의 부족이다. 필수 아미노산은 몸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 내 9가지 아미노산을 말한다. 공복이더라도 간이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을 알아서 맞바꿔 균형을 맞춰주지만, 필수 아미노산은 간에서 교환이 안 된다.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다.

 

장 교수는 “오후 3~4시 극심한 피로, 감기 후 느린 회복, 운동 효과 감퇴, 탈모나 피부 탄력 저하가 있다면 ‘단백 공복’을 의심하라”고 조언한다. 30대의 노안(老眼), 잦은 건망증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원래 암을 전공하려던 내과 의사였다. 그러나 병을 이기고도 원래 삶의 패턴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인들을 보며 깨달았다. “건강은 사후(事後)가 아니라 사전(事前)의 문제다.” 예방적 관리가 잘된 사람은 병도 늦게 오고, 회복도 빨랐다.

 

이 생각은 그를 노년내과로 이끌었다. 공중보건의 시절(2014~2017)부터 평창군과 함께 진행한 ‘평창 노인 코호트 연구’는 그 결과물이다. 노인 약 1950명을 추적하며 고위험군 187명에겐 근력·유산소·균형 운동, 단백질 영양, 우울증 관리, 복약 조정, 주거 개선을 통합한 ‘노쇠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참여 노인들은 요양 병원 입원율이 급감하고, 신체 기능과 삶의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에너지와 필수 아미노산 부족이 노화 주범

 

장 교수는 “건강 세계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 세계관이란 질병 예방이나 검사 수치에 매달리는 사고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위험 비중을 올바르게 설정하고, 몸·마음·관계·삶의 의미를 함께 바라보는 관점이다.

 

많은 사람은 인터넷 정보나 유명 의사들 조언, 가족 병력에 휘둘린다. “치매만 안 걸리면 된다” “혈당만 잡으면 오케이” 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는 “건강은 총점의 문제”라고 본다. 당뇨 수치만 보고 달리다 근육이 줄면 오히려 고지혈증은 더 쉽게 생기고, 공복 혈당은 더 올라간다. 절식과 단식이 맞지 않는데, 고집하다간 더 일찍 치매를 맞이한다.

 

사회적 관계 단절, 왜곡된 자기 해석에 우울감이 겹치면 아무리 챙겨도 건강은 멀어진다. 신체, 마음, 관계, 삶의 의미 — 이 네 축은 건강 포트폴리오의 핵심 역량이면서 하나라도 무너지면 똑바로 설 수 없는 의자 같은 구조다.

 

장 교수는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활력이 넘치는가? 회복력은 안정적인가? 언제 피로가 몰려오고 에너지 흐름이 끊기는 원인은 뭘까? 이 질문은 단순한 습관 점검이 아니라, 스스로의 건강 세계관을 재설계하라는 초대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장 교수는 “건강 세계관은 관리의 언어이며, 삶의 태도”라고 했다. 세계관을 고치면 몸이 그 언어를 따른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매주 조선일보 멤버십 회원에게 노년 내과 진료와 연구 성과, 건강 노하우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위재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