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 이 보고서 13포인트로 키워서 다시 출력해 줘
주변에서 임원 보고용 보고서를 10포인트 크기 글씨로 작성했다가 야단 맞았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50대 임원들은 이미 노안이 진행 중인데, 이를 간과한 30대 실무자가 실수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30대 노안도 흔해졌습니다. 과거엔 50대 중반이 넘어야 찾아오던 노안이,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이른바 ‘디지털 노안’이 30대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혹시 모니터를 보고 있을 때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뻐근한 느낌이 든 적 있으신가요? 혹은 저녁이나 밤에 시야가 더 흐릿하다고 느낀 적은요? 만약 스마트폰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고, 책이나 휴대전화를 볼 때 팔을 멀리 뻗어야 잘 보인다면 ‘노안 경고등’에 불이 켜졌다고 봐야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한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홍정기 차의과대학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은 "시각 운동은 이미 스포츠 의학계에선 널리 알려진 운동법"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노안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며 체념합니다. 하지만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 선수, 스켈레톤 전 국가대표 윤성빈 선수 등 세계 최정상 스포츠 선수들의 재활을 담당해 온 홍정기 박사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노화는 근육 운동으로 충분히 지연시킬 수 있다”고 자부하는데요. 오늘 ‘뉴스 페어링’에선 홍 박사에게 노안을 막고, 돋보기 없이 시력을 회복하는 눈 운동법을 알아봤습니다.
홍 박사는 최근 발간한 책 『저속노안』(타인의취향)에서 눈 안의 ‘이것’이 노안의 핵심 원인이라고 하는데요. 평소에 이 근육이 뻣뻣하게 경직되지 않도록 하루 3분만 운동해도 시력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특별한 도구는 필요 없습니다. 젓가락, 펜도 좋고요. 만약 아무것도 없다면 엄지손톱을 보면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홍 박사는 무엇보다 눈 운동이 중요한 이유로 “눈 문제가 온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데요. 시야가 흐려지면 뇌는 ‘위험 상황’으로 인식하고, 목·어깨·허리 등에 긴장을 유발해 통증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홍 박사의 환자들은 눈 운동 처방을 받은 뒤 “목이 편해졌다” “허리가 덜 아프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어떤 운동을 하면 되는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노안 핵심 원인 ‘이 근육’에 있다
📌눈 근육 뻣뻣하면 ‘이 통증’ 온다
📌눈 건강, 뇌 건강과 연결돼 있다?
📌맨 손으로 할 수 있는 ‘3분 운동법’
📌눈 운동으로 치매·낙상 위험 막기
※ 다음은 방송 전문 스크립트 입니다.
🎤진행: 이지상 기자
🎤답변: 홍정기 차의과대학 스포츠의학대학원장
기성용·윤성빈 선수 등 스포츠 선수들의 재활 담당으로 유명한데, 어떻게 ‘노안’ 관련 책을 쓰게 됐나
‘노안이 온다’는 것 역시 근육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안은 눈 안팎 근육이 힘과 탄력을 잃고 초점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온다.
스포츠 선수들이 특정 근육이 약해지면서 관절이 불안정해지고 부상을 당하듯, 요즘 많은 사람이 디지털 기기를 오래 보면서 눈 근육을 경직시키는 삶을 살다 보니 노안 문제가 빨리 온다. 그래서 눈 근육의 긴장을 풀고 탄력을 회복하는 쉽고 간단한 운동을 통해 노안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세계 최정상 선수들도 시각 운동을 루틴에 꼭 넣는다고 들었다.
눈의 위치를 조절해 시야를 이동시키는 외안근(Extraocular muscle)이라는 게 있다. 눈을 움직일 때 조절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근육인데, 이 근육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눈 위치 조절이 어렵다. 이런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선수들의 몸이 경직되고 빠르게 반응하지 못한다. 선수들은 (눈과 뇌의) 협응력이 제일 중요한데 눈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협응력도 좋을 수 없다.
그래서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도 시합에 들어가기 전 연습 코트에서 트레이너와 함께 반응 속도와 운동 신경을 올려주는 시각 운동을 진행한다. 스포츠의학 쪽에선 오랫동안 진행해 온 운동들이다.
눈에는 어떤 근육이 있나

눈의 표면에는 투명한 '각막'이 있고, 그 안쪽에 '수정체'가 있다. 수정체가 카메라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더 안쪽에 있는 '망막'은 이미지를 비추는 스크린 역할을 한다. 사진『저속노안』발췌
외안근은 눈의 6개 근육으로 눈을 위아래 좌우 대칭 사선으로 움직인다. 상직근, 하직근, 내직근, 외직근, 상사근, 하사근으로 구성돼 있다. 섬모체근은 안구 앞쪽에 위치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해 초점 조절을 담당하는 내안근(안구 내부의 근육)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게 수정체를 에워싸고 있는 섬모체근이다. 멀리 봤다 가까이 봤다 조절해 주는 근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위 ‘노안이 왔다’고 할 때는 이 섬모체근의 탄력이 떨어질 때를 뜻한다. 근육 조절이 잘 안 되고 경직되는 현상이다. 눈을 움직이지 않고 가까운 물체를 오랫동안 응시하면 조절근이 수축한 채 고정되고, 이 상태를 지속하게 되면 탄력을 잃는다. 결국 초점을 맞추는 조절 능력이 떨어져 가까운 거리의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노안이 온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약화되는 경우도 있고, 한쪽만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다.
즉 노안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섬모체근의 근력에 달렸다. 시력은 단지 ‘얼마나 잘 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유연하게 볼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 유연성은 눈 근육의 움직임과 탄력성에서 나온다. 눈 근육을 적절한 루틴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국제자세학회에서는 한두 시간 동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경우 눈에 ‘불기능이 올 수 있다’고 표현한다.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먼 곳을 바라봐서 근육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 디톡스(eye detox)’할 시간이라고도 표현한다.

홍정기 박사는 "노안이 찾아오면 줄과 줄 사이 시선을 안정적으로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 읽기가 불편해진다"며 "줄을 건너뛰며 읽거나, 같은 줄을 반복해서 읽으며 헤매다보면 학습기피와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눈은 뇌와도 연결돼 있지 않나
눈은 외부에 노출된 감각기관이지만, 해부학적으로는 뇌에서 뻗어나온 연장선상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눈과 뇌는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한다. 두 기관은 ‘시신경’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눈은 망막을 거쳐 들어온 이미지를 뇌 뒤쪽인 후두엽으로 전달한다. 후두엽은 시각을 담당하는 부위인데, 여기서 다시 근육을 움직여줄 수 있는 대뇌 운동 피질로 정보를 보낸다. 날아오는 공을 피하는 것 역시 눈으로 본 정보를 뇌에서 판단해 근육으로 정보를 전달하기에 가능한 행동이다.
만약 글을 읽는다고 해보자. 눈을 통해 책을 보는데, 글자가 잘 안 보인다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해지지 않겠나. 글 읽는 행위 자체는 편안해야 하는데 잘 안 보인다면 뇌는 ‘이게 무슨 글자지?’라며 이를 해석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 이어 글자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이를 근간으로 판단하거나 해석해야 할 부분에 쓸 에너지가 부족해진다. 자연스레 집중력이 저하되고, 심하면 난독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라식 수술을 했거나 이미 노안이 온 사람도 눈 운동이 도움될까
이 책이 나오기 전 주변 지인들에게 눈 운동을 소개해 왔다. 라식 수술을 했는데 다시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찾게 됐다거나, 이미 노안이 와서 돋보기안경을 챙겨야 해서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이었다. 이들이 눈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안경을 찾지 않게 됐다고들 한다. 스마트폰을 볼 때도 예전처럼 안경을 찾지 않고도 계속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변 피드백을 꽤 받고 있다. (눈 운동법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연락하는 분들도 있다.
임상 연구상 수치로 증명된 바도 있나
스탠퍼드 의대 안과 제프리 골드버그 교수 연구에 따르면, 간단한 시각 추적 운동만으로도 시력이 0.6에서 0.83으로 회복될 수 있다(4주 기준)는 연구 결과도 있다.

눈이 잘 안보일 경우 뇌는 '위험 상황'이라고 인지해 몸 전체가 위축되고 경직된다. 오랫동안 경직된 근육은 어깨나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허리, 어깨 통증도 눈과 연결돼 있다?
우리가 눈이 잘 안 보인다고 가정해 보자.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 같나? 불안하니 보폭을 줄이고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넘어질 수 있다’ ‘부딪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야말로 몸 전체가 위축된다. 실제 한 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시력이 떨어지면 보행 속도와 하지 근력이 동반 감소하며 낙상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력 저하가 단순히 눈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운동성과 직접 연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또 허리나 목 통증 환자들에 대한 임상 연구를 보면, 통증과 진단이 관계없는 경우가 꽤 많다. 실제로 추간판 탈출(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은 환자 100명을 조사해 보면, 디스크 때문에 허리 통증을 겪는 확률은 10%도 안 된다. 그럼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가?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핵심은 ‘근육 경직’이다. 근육이 너무 뻣뻣해지는 거다.
시야가 흐려지고 초점이 안 맞으면 몸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인식한다. 또 뇌는 시차를 보정하려고 시도하면서 목이나 어깨, 허리 등 다른 부위에 긴장을 유발한다. 특히 목은 시야가 잘 안 보이면 바로 영향을 받는다. 또 양안이기 때문에 한쪽만 잘 보이면 그쪽으로 보려고 하다가 한 쪽 목 근육만 쓰게 된다. 그 행동을 하루에 2000~3000번 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근육의 불균형이 오고, 목이 아픈 거다. 그래서 시각이 좋지 않은 게 근골격계 통증까지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환자 중에 “눈 운동을 했더니 목이 편해졌다” “움직임이 좋아졌다”는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운동이 필요한가
쉽고 간단하다. 첫 번째는 ‘눈 주변 눌러주기’다. 두 손가락으로 눈 밑 부위, 눈 테두리 뼈(안와)를 따라 지압하면 된다. 이 부분에 신경세포가 많은데,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U자 모양으로 다섯 번 혹은 여섯 번씩 눌러주면 된다. 세기는 가장 센 걸 10이라고 가정하면, 4~5 수준이면 충분하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한 번씩 눌러주면 눈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눈을 한 번 꾹 감았다가 펴주는 것도 좋다.
눈동자 운동법
① 눈에서 20~30cm 떨어진 지점에 차트를 놓는다.
② 중앙에서 시작해 방사형으로 뻗은 모든 선을 끝까지 눈동자로만 따라간다.
③ 선을 따라 위·아래, 좌·우, 대각선으로 각각 5~6초에 걸쳐 눈동자를 움직인다.
④ 10초간 눈을 감고 휴식한다.

출처 책 『저속노안』
그다음은 ‘눈 깜박이기’다. 천천히 5~6번만 반복해도 눈물샘이 자극되고 시원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빠르게 10초 동안 10번 깜박이는 운동도 있다. 이 운동은 망막과 시신경 전체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리듬을 맞춰 감았다 뜨는 게 쉽지 않다. 그만큼 눈이 뻣뻣하다는 뜻이다.
‘시선 추적 운동’도 있다. 엄지손톱을 눈에서 40~50cm 떨어진 곳에 두고 오른쪽, 왼쪽, 위, 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며 눈으로만 따라가 보는 것이다. 고개나 몸이 움직이면 안되고, 오롯이 눈동자만 따라가야 한다. 만약 몸이 자꾸 따라가려고 하면 눈 근육이 경직돼 다른 근육을 쓰려고 하는 것이다. 눈 근육이 경직돼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보상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눈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좋아진다. 사방팔방 눈을 움직이며 근육에 기름칠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눈 모으기’ 운동도 중요하다. 엄지손톱을 응시하면서 손톱을 눈 가까이 가져왔다 다시 멀리 가져가는데 손톱이 움직이는 대로 눈동자가 따라가는 게 핵심이다. 멀리서 초점을 맞추고 있다가 엄지손톱이 눈 가까이 오면 초점이 잘 안 맞는 분들이 많다. 안과에선 이를 ‘모음근 불기능’이라고 한다. 이 역시 눈 운동으로 개선할 수 있다.

홍정기 박사는 "눈 운동을 하며 양쪽 눈 움직임 정도가 다르다고 느낀다면 한쪽 눈을 가린채 따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 운동을 하루에 언제, 몇 번씩 해야 하나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3분 정도 하면 된다. 알려드린 동작 중 세 가지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하루 9분 정도로 눈의 피로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생활 습관도 시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칠 텐데
그렇다. 하루 10시간씩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보면, 블루라이트도 문제지만 초점을 한 곳에 고정하는 게 더 문제다.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7시간 내내 앉아 있는 것과 같다. 근육이 경직될 수밖에 없고, 경직된 근육은 더 빨리 감소한다. 그래서 눈도 위아래 포함 사방으로 다양하게 움직여줘야 한다. 병원을 찾아오는 분 중에 30대 중반인데 한강 러닝 한 번 하고 3년째 걷기 힘들어하는 분도 있었다. 몸 상태를 체크해 보니 시각 기능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결국 눈과의 균형, 협응력 저하에서 비롯된 셈이다.

홍 박사는 "눈의 피로도가 높을 때는 눈을 진정시키고 시야를 회복시키는 음료가 훨씬 효과적"이라며 "졸음이 올 때는 커피 대신 카페인은 적고 루테인이나 안토시아닌 같은 황산화 성분이 풍부한 허브차와 블루베리즙, 당근사과즙 등이 좋은 선택지"라고 추천했다. 사진 픽사베이
소위 눈에 좋다는 연어, 결명자차, 루테인 먹으면 도움될까?
안과 전문의들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눈에 좋을 수 있다면 먹어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다. 루테인, 오메가3, 비타민 A·C·E는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황록색 채소, 견과류, 블루베리도 좋다. 나 역시 아침에 견과류 한줌을 먹거나 요구르트에 블루베리를 넣어 먹곤 한다.
마지막으로, 노년에도 꼭 눈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면?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시력이 많이 떨어진 분들이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치매로 갈 확률이 높다. 눈이 뇌 신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또 시력이 나빠지면 운동 기능도 떨어지고, 협응력이 줄어 낙상 위험이 커진다. 혹여 낙상으로 인해 고관절 골절이 생기게 되면 1년 안에 절반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서 시각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낙상도 예방하고 인지 기능도 유지할 수 있다. ‘나이 들었는데 새삼스레 뭘 눈 운동이야’ 하지 말고, 꼭 챙겨서 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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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지상 중앙일보 발행 일시202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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