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치매 직전 뇌, 이 금속 없었다…“물 잘 마셔라” 뜻밖의 예방법

해암도 2025. 10. 9. 10:24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연구팀은 텍사스주 자살률, 살인율 데이터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식수에 든 어떤 금속 성분이 매우 낮으면 자살률·살인율이 치솟았던 것이다. 이 금속 성분은 양극성 기분 장애 치료제로 쓰인다.

식수에 타면 자살과 강력 범죄가 줄지 않을까. 하지만 다른 나라 데이터에선 일관된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텍사스의 데이터는 과학자 소수 집단에서만 돌던 신기한 일화에 불과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어떤 금속이 치매를 막는 열쇠를 쥐고 있을까. 그래픽 이민서



하지만 2017년 덴마크 과학자들은 그 금속에 치매 발생률을 갖다붙여 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식수에 든 그 금속 성분이 많을수록 치매 발생률이 뚝 떨어졌다. 인과관계가 확인된 게 아니고 농도가 더 높아지면 위험이 다시 커지는 U자형 신호도 보였지만, 금속 성분 리튬과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마리가 나온 것이다. 배터리에 쓰인다는 리튬이 우리 뇌를 충전이라도 해주는 걸까.


식수 속 리튬 농도가 높을수록 치매 발생률이 떨어지는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올라갔다. 그래픽 이민서



그리고 올 8월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에 학계를 뒤흔든 논문이 하나 발표됐다. 제목은 ‘리튬 결핍과 알츠하이머병 발병’. 학계 관심이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쓴 이 논문에 쏠렸다. 리튬이 부족한 게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논문이 증거를 제시했다.

리튬은 어떻게 왜 치매의 발병과 상관이 있다는 걸까. 치매 보충제를 당장 먹어야 할까. 전문의와의 자세한 인터뷰로 리튬과 치매의 얽히고설킨 관련성을 들여다봤다.

📋목차

① 피에선 정상인데, 뇌에만 없는 리튬
② 리튬 부족의 치명적 결과
③ 리튬, 당장이라도 먹어야 할까
④ 바쁜 분들을 위한 세 줄 요약

😵‍💫피에선 정상인데, 뇌에만 없는 리튬
알츠하이머병이 생기는 과정은 잘 알려져 있다.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축적되고 타우 단백질이 엉키면서 신경세포가 죽어가고, 뇌의 부피가 점점 줄어들면서 기억을 잃어간다.


아밀로이드는 애시당초 왜 쌓이는 걸까. 아직도 우리는 그 이유를 분명히 알지는 못한다. 그래픽 이민서



그런데 문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왜 생기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치매 학계가 파고드는 것도 이 지점이다. 대체 어디서 무엇이 잘못 돼 몹쓸 단백질이 생기는 걸까.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극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이 단계에서 급격한 변화를 알면 문제의 원인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환자의 알츠하이머병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 속 금속 농도 변화를 정상인과 비교해 봤다. 여러 금속들은 뇌 신경 전달을 돕기도 하고, 나쁜 단백질 축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조사 결과 총 27가지 금속 중 유일하게 정상인과 판이하게 다른 게 리튬이었다. 혈액검사에선 멀쩡했는데 치매 직전 뇌에선 리튬만 줄어 있었다. 뭔가 뇌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금속 중 리튬만 알츠하이머병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전전두엽 피질에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피와 소뇌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차트의 가로축은 변화 정도, 세로축은 통계적 유의성을 의미한다. 리튬만 가운데를 벗어나 왼쪽에 위치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세로축에서 높이 솟아 통계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데이터임을 보였다. 그래픽 박지은



그 많던 리튬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리튬을 붙잡아두기 때문에 뇌가 리튬을 충분히 쓰지 못한다는 걸 밝혔다. 치매가 심해질수록 리튬이 더 고갈됐다. 리튬의 결핍은 동물 실험에서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축적을 가속화하고 기억 저하를 일으키기도 했다.

🌀리튬 부족의 치명적 결과
리튬 결핍의 대가는 무서웠다.

연구팀은 치매 취약 유전자를 가진 쥐에게 리튬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먹이를 줬다. 처음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5주 정도 지나자 심각한 현상이 나타났다. 해마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잔뜩 끼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양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리튬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식단을 5주 이상 유지하면 뇌에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양이 급증하기 시작한다. 더 오래 지속할수록 가속됐다. 그래픽 이민서



그저 아밀로이드만 낀 게 아니라 인지 능력 자체도 현저히 떨어졌다. 쥐들은 목표 지점을 찾아가는 데 오래 걸렸고 새로운 물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는 “실제로 양극성 장애로 리튬을 오래 복용한 사람들은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가는 위험이 낮아졌다”며 “이번 실험 결과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저용량으로 투약해 보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리튬이 부족한 먹이를 먹은 쥐는 미로를 찾는 능력, 새로운 물체를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그래픽 이민서



쥐 뇌세포의 유전자를 조사해 보니 DNA 손상을 막고 세포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유전자의 전원이 꺼진 듯 무력해졌다. 대신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고 신경 퇴행을 유발하는 유전자 신호에 녹색등이 켜졌다.

그러면서 신경세포의 기능이 떨어졌고 세포들이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기능이 망가졌다. 뇌세포를 보호하는 세포들은 힘을 잃었고, 치매를 부르는 세포들이 날뛰었다.

한지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리튬은 아밀로이드 축적을 저해하는 동시에 타우 단백질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며 “염증을 줄이고 신경을 보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리튬이 부족할 때 활성화되는 유전자와, 비활성화되는 유전자. 뇌에 리튬이 부족하면 치매에 매우 취약해진다. 그래픽 박지은



리튬 부족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직행하는 신호라는 게 쥐 실험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리튬을 먹어도 아밀로이드가 이미 있으면 포섭돼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진퇴양난의 상황, 해결책은 없을까.

💊리튬, 당장이라도 먹어야 할까

리튬이라고 다 똑같이 아밀로이드에 자석 이끌리듯 달라붙는 건 아니다. 리튬이 어떤 다른 화합물과 붙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붙는 강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리튬이 탄산염과 붙어 있으면 아밀로이드에 잘 달라붙지만, 오로테이트라는 화합물과 붙으면 달라붙는 성질이 확 죽는다.

연구팀이 쥐가 마시는 물에 리튬 탄산염과 리튬 오로테이트를 타서 먹여봤다. 리튬 탄산염을 마신 쥐의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는 리튬을 여전히 상당 부분 빨아들였다. 이러면 뇌 속 리튬 공급이 줄어들면서 신경 퇴행이 지속된다. 반면에 리튬 오로테이트를 투여하자 리튬은 아밀로이드에 잘 달라붙지 않았고, 뇌가 이용 가능한 리튬이 충분히 보존됐다.

쥐 실험에선 리튬 오로테이트가 아밀로이드와 타우 축적을 줄이고 기억 지표를 상당 수준 회복시키는 전임상 결과가 나왔다.


리튬오로테이트를 먹은 쥐는 아밀로이드 속 리튬 농도가 낮아졌고 대신 뇌가 활용하는 리튬이 많아졌다. 그래픽 박지은



그럼 리튬 오로테이트 보충제를 먹어야 할까.

사실 리튬이 아밀로이드에 포획되는 상황이 연출된 건 연구팀이 치매 취약 유전자를 가진 쥐를 실험에 썼기 때문이다. 뇌에 아밀로이드가 너무나 잘 생성되는 쥐이기에 리튬이 더 확연히 줄어들고 인지 기능의 퇴행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극단적 상황일 뿐 정상인이라면 식단으로 리튬을 보충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 리튬은 과하게 섭취하면 독성을 나타날 수 있는 물질이다. 앞서 덴마크 연구에서 리튬 농도가 어느 수준 이상 높아지면 오히려 치매 발병이 높아진 게 독성 때문일 수 있다.


묵인희 교수는 “양극성 장애 환자에게 처방하는 건 리튬탄산염이고, 이 역시 정상인에게는 부작용과 독성을 일으키는 게 알려져 있어 보충제로 먹는 건 난센스”라며 “리튬오로테이트는 임상이 된 게 없어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그래픽 박지은



리튬을 고용량으로 오랜 기간 먹으면 심장·난소·신장·갑상샘의 기능을 악화시킨다. 신장은 금속 농도에 매우 예민한 기관으로 리튬때문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받으면 투석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리튬을 양극성 기분 장애 치료로 쓸 때에도 농도를 정확히 지키며 혈액 속 농도를 철저히 모니터링한다.


한지원 교수는 “리튬을 과용하면 손떨림이 나타나고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기도 하며 신장이 망가져 투석까지 가기도 한다”며 “양극성 장애에 처방할 때에도 매번 혈액검사로 체크해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박지은



따라서 다양한 식품으로 리튬을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식품 속 리튬의 농도는 땅이나 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리튬이 풍부한 흙에서 물을 머금고 자라난 채소는 농도가 진할 수 있지만, 그 반대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식품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게 가장 좋다. 특히 뇌 아밀로이드 축적에 취약해지는 50대 이상에선 특히 식단을 정갈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리튬은 고기보다 생선, 버섯보다 채소에 많이 들어 있다. 견과류와 곡물에도 풍부하다. 그래픽 박지은



일반적으로 리튬이 많이 든 식품으로 알려진 것들이 있긴 하다. 폴란드 과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리튬이 풍부한 식품은 곡물·견과류·감자·토마토·양배추 그리고 미네랄 워터다. 육두구·고수씨앗·쿠민(쯔란)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들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품이 ㎍ 단위의 미량만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리튬 섭취에 도움이 된다. 토양을 통해 리튬이 물에 많이 녹아들기 때문이다.

묵인희 교수는 “리튬은 워낙 작은 분자라 뇌혈관 장벽을 잘 통과해 뇌로 들어간다”며 “콩·견과류·생선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처럼 골고루 좋은 영양을 섭취한다면 충분한 양의 리튬이 뇌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바쁜 분들을 위한 세 줄 요약

① 리튬은 알츠하이머병 직전 단계 환자의 전전두엽피질에서 유의하게 줄어든 유일한 금속이다. 리튬이 부족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앞당길 수 있다.

② 쥐 실험에서 리튬이 결핍되면 아밀로이드ㆍ타우 축적이 가속화되고 기억이 저하됐다. 반면 리튬 오로테이트는 아밀로이드에 붙잡히지 않아 뇌가 쓸 수 있는 리튬이 충분해지면서 병리를 없애고 기억력을 회복시켰다.

③ 리튬을 보충제로 섭취하는 건 갑상선·신장 독성과 부작용 위험이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양배추·감자·토마토·견과류 등 리튬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것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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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정봉     정수경     박지은     이민서     [출처:중앙일보]  202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