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축

"한옥에 IT를 입혀 세계화… 그 가능성을 영월에서 봤다"[아무튼, 주말]

해암도 2025. 2. 15. 06:16

한옥 호텔로 베르사유賞 받은
IT 사업가 조정일 대표

 
강원도 영월 ‘더 한옥 헤리티지 하우스‘ 종택 툇마루에 걸터앉은 조정일 대표는 “한옥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대목(大木) 건축물”이라며 “한옥에 IT를 입혀 세계화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실내 환경을 관리하고 고급 욕실, 사우나, 미디어룸 등 현대적 편의시설이 구비돼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첩첩산중 강원도 영월에서도 한참 더 들어가야 하는 문개실 마을. 거대한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의 명승지 선돌이 굽어보는 서강을 건너 좁은 비포장도로를 올라갔다. 마을 언덕에 위풍당당한 한옥 세 채가 우뚝 서 있었다. ‘더 한옥 헤리티지 하우스(이하 더 한옥)’.

 

고택을 개조한 게 아니라 호텔로 사용하려고 한옥을 새롭게 짓는 중이다. 13만여 평을 다듬어 200여 평 규모의 대형 독채 한옥 리조트 세 채가 들어섰고, 6월 완공을 목표로 객실 14개를 품은 한옥 호텔 공사가 한창이다. 대목장(大木匠) 24명이 달려든 대한민국 최대 한옥 건설 현장. 2028년에 18개 구역이 모두 개발되면 세계 최대 한옥 호텔이 된다.

 

잘 지었다고 소문나면서 배우 고소영·장동건 부부, 이영애 등 유명 숙박객이 찾던 이 한옥 호텔이 지난해 말 ‘베르사유 건축상’ 호텔 부문 1위를 수상했다. 국내 호텔첫 수상이다. 유네스코와 국제건축가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베르사유 건축상은 매년 세계 건축물들을 대상으로 쇼핑몰·공항·스포츠 시설·호텔 등 8부문에서 시상한다.

눈이 소복이 쌓인 ‘더 한옥’의 종택 1·2동과 선돌정. /더 한옥 헤리티지 하우스
 

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은 IT 기업을 운영하는 조정일(64)씨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디지털 교통카드 시스템을 개발해 성공한 사업가다. IC칩 기반 신용카드 운영 체제와 지역 화폐 설루션으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코나아이 대표. 그가 지금까지 영월 더 한옥에 들인 돈은 1000억원이고, 2028년 완공까지 총 30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평일에는 서울에서 코나아이 업무를 보고, 주말은 더 한옥 현장에서 보낸다는 조 대표를 만나러 영월로 차를 몰았다. 평생 디지털로 돈을 벌어온 이 사업가는 왜 산골짜기에 한옥을 짓고 있을까. “인간은 오감이 만족했을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오감은 아날로그예요. 한옥은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아날로그식 나무 공간이라는 점에서 글로벌한 경쟁력이 있어요. 한옥에 IT를 입혀 세계화하는 게 제 꿈입니다.”

 

◇한옥의 매력에 빠져든 IT 사업가

-베르사유 건축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한옥에 대한 긴 고민과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개무량해요. 건축이 본업이었다면 제 상상력을 다 펼치지 못했을 거예요. 한옥을 몰랐기에 선입견 없이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유네스코와 국제건축가협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나요.

“‘전통 한옥의 미학과 현대적 공간 설계의 조화로 독창적 건축미를 구현했다고 하더군요. 자연과의 교감을 극대화하고,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지속 가능성을 높였으며, 섬세한 디테일과 실용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IT 사업가가 어쩌다 한옥 호텔에 꽂혔나요?

“80여 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해외 출장이 잦아요. 1년에 200일은 외국에서 보낼 겁니다. 역사가 오래된 나라마다 고성(古城) 등 고유한 문화양식이 담긴 건축물을 보존하고 지금까지 사용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신다면.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부터 중세·르네상스·바로크 시대 건물들이 지금 봐도 미학적으로 뛰어나잖아요. 오래된 성을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고택을 호텔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거다!’ 무릎을 쳤어요. 우리에겐 한옥이 있잖아요. 전국의 유명하다는 한옥 약 150곳을 보러 다녔어요.”

-둘러본 한옥의 현실은 어땠나요.

“문제투성이였죠. 틀어지지 않고 반듯한 한옥은 하나도 없어요. 방음·단열이 안 되고, 겨울에는 외풍이 심하고. 대목장·도편수들을 만나 물으면 하나같이 ‘한옥은 원래 그래요’라고 답해요. ‘아니,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라는 반발심이 생겼습니다. 한옥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해결해보기로 했지요.”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
 

-물리학도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답군요.

“물리학은 공식 하나로 세상을 함축해 설명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옛 대우그룹 산하 대우정보통신 기술연구소에 취직해 컴퓨터 개발에 참여했지요.”

-1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계기가 전세 사기라면서요?

“전세 자금을 홀랑 날리고 도망치듯 본가로 들어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죠. 가족을 책임지려면 나만의 비즈니스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창업한 게 코나아이인가요.

“1997년 창업 당시 회사 이름은 KBT였는데 나중에 코나아이로 바꿨죠.”

코나아이는 버스 회수권을 쓰던 시절 교통카드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주력 사업은 디지털 정보 위·변조를 막는 스마트 IC칩이다. 조 대표는 “전 국민이 신용카드·전자 여권·휴대전화 등 우리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2~3개씩 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 IC칩 운영체제 점유율이 세계 4위로, 매출(2023년 2802억원)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선 경기지역화폐와 부산 동백택시 운영 대행사로 이름이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적이 있지요?

“(단호하게) 지역화폐 운영 과정에서 낙전 수익이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첫째, 선불 충전금의 낙전 수익은 최소 5년이 지나야 발생할 수 있는데, 코나아이의 지역화폐 운영 계약 기간은 2019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였어요. 둘째, 2021년 10월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2022년 4월 시행되면서 선수금 운용 주체가 지자체로 변경됐습니다. 법적으로 코나아이에 낙전 수익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거죠. 셋째, 재난지원금이나 정책지원금 같은 경우 사용 기한이 정해져 있으며 낙전은 지자체로 귀속됩니다.”

-기업가로서 본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장점은 뭔가요.

“잘 몰라요. 만나본 적도 없어요.”

-경기지역화폐에 대한 오해가 억울합니까.

“지역화폐 이전에 사용하던 지역사랑·온누리 상품권은 시민들은 가지고 다녀야 하고, 소상공인들은 모아뒀다가 농협에 가져가 돈으로 바꿔야 하는 등 불편했어요. 지역화폐는 신용카드 결제하듯 쓸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해요. 경기도는 우리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프라에 투자할 때 10만원 이상 준 게 없어요. 플랫폼은 우리가 다 투자했는데 무슨 특혜예요? 특정 당과 무관한 중립적인 기업일 뿐인데, 대권 프레임 싸움에 끼어서 피를 본 거죠. 서로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치 말씀인가요.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어요? 제가 알던 모든 물리학 이론은 다 부정당했어요. 뉴턴이니 아인슈타인이니 전부요. 지금 맞다고 생각하는 이론들도 또 뒤집힐 거예요. 물리학 이론으론 자연의 일부만 설명 가능한 것처럼, 정치적 주장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옥의 고질적 문제, 과학으로 해결

그를 따라 더 한옥의 대표 건물인 ‘종택’에 들어섰다. 갓 깎은 연필처럼 상쾌한 나무 향이 가득했다. 한옥은 대들보나 서까래가 뒤틀린 경우가 많은데, 이곳 종택은 모든 목재가 반듯한 일직선이었다. 겨울철 한옥은 방바닥에 앉기 힘들 정도로 뜨겁게 불을 때도 코끝은 시린 경우가 대부분이나, 여기는 외풍 없이 집 안 전체가 고루 따뜻했다. 조 대표는 “한옥은 단열·방음이 안 된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했다.

-한옥이 가진 문제들의 원인은 뭐였나요.

“음식도 재료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한옥의 핵심 재료인 나무 자체가 엉망인 거죠. 목재 관련 연구가 별로 이뤄지지 않은 국내와 달리 미국, 러시아 논문들이 꽤 있었습니다. 싹 다 구해다가 읽었죠. 제대로 건조하지 못한 목재로 한옥을 지었기 때문에 틀어지고 틈이 생겨 단열·방음이 되지 않고 곰팡이가 발생하면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 거였어요.”

 

-목재를 얼마나 말려야 하나요.

“정부는 문화재 복원 시 허용되는 함수율(목재 내 수분 비율)을 25%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형식적이에요. 현장에선 목재 표면만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표면 함수율이 25%이면 가운데 심재부는 60%거든요. 우리 더 한옥은 목재 전체 함수율이 15%입니다.”

-목재 건조 장비를 직접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다면서요.

“시행착오를 거쳐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마이크로파를 쏴 목재 속 물 분자를 운동시키면 뜨거워지면서 증기로 변해 빠져나가게 하는 방식이에요.”

-쉽게 말해 거대한 전자레인지네요.

“그렇죠. 이 기계를 사용하면 건조 시간이 10분의 1로 단축됩니다. 이렇게 말린 목재를 2년 반쯤 자연 건조해 총 7년간 말려서 쓰고 있습니다.”

그는 2012년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강원도 동해에서 목재 건조 공장을 빌리고, 대목장을 월급제로 고용해 7년 넘게 목재 건조 연구만 했다. 나무를 제대로 말리니 돌처럼 단단했다. 기존 방식대로 사람이 톱으로 자를 수 없어서 단양과 제천에 제재 공장도 운영한다. 실험한다고 한옥 두 채를 지었다가 부수기도 했다. “내가 살 한옥을 지으려던 투자가 집 한 채 지을 수준을 넘어섰어요. 이참에 한국을 대표할 문화 공간으로 제대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더 한옥' 종택 내부.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
 

-왜 영월인가요. 고향도 아닌데.

“처음엔 수도권에서 찾았지만 구상을 실현할 땅이 없었어요. 부지가 5만평 이상이고 사람이 살기 쾌적하다는 해발고도 300~500m인 땅을 찾아 경기도 양평·가평, 강원도 홍천·평창 등을 3년간 돌아다녔습니다. 우연히 영월로 내려오게 됐어요. 인터넷에서 눈여겨본 ‘선돌 명승지’에 올라갔는데 강 건너편에 보이는 땅이 마음에 쏙 드는 거예요. 4년간 30번 넘게 오면서 부지를 매입했지요.”

-설계도 직접 하셨다면서요.

“건축 모델링 프로그램 ‘스케치업’을 유튜브로 배웠어요. 인허가 과정만 건축사를 써서 했지요. 한옥은 설계도가 없거나, 있더라도 대목들은 참고만 하고 알아서들 지어요. ‘어차피 한옥은 다 안 맞는 거니까’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현장서 실측해보고 임기응변으로 만드는 겁니다. 저는 최초의 의도를 반영한 한옥을 짓고 싶어서 설계까지 하게 됐죠.”

-자존심 센 대목장들이 쉽게 따르지 않았을 텐데요.

“평생 일해온 방식과 다르니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해도 되네, 문제없네, 더 좋네’를 제가 보여줘야 했어요. 한옥 두 채를 함께 짓고 실험하니 그제야 받아들였지요.”

더 한옥 건설 현장에서 만난 대목장 정영대씨는 “전국 대목장들 사이에서 이곳은 ‘내 이름이 기록으로 남을 만한 한옥’으로 소문나면서 서로 들어오고 싶어 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한옥을 짓는다는 자긍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IT 전문가라는 경력이 한옥 짓는 데 도움이 되나요.

“한옥 프로젝트가 거꾸로 IT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저희가 몇 가지 서비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명 등을 IoT(사물인터넷) 기술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호텔 등에 제공하는 건데, 더 한옥 프로젝트가 IoT 플랫폼 고도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IoT라는 게 현장 노하우를 많이 필요로 하는데, 이곳에 설치해 검증하고 있지요.”

-한옥 프로젝트를 후회한 적은 없나요.

“지자체 인허가 과정이 그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울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이 한옥을 보면 잘 지었다 싶죠. 소프트웨어는 1000억원을 투자해도 소스 코드밖에 남는 게 없지만, 여기는 후손에게 남길 멋진 건축물이 만들어지고 있잖습니까.”

-1박에 무려 1320만원인데 ‘부자만을 위한 고급 한옥’ 아닙니까?(영월 종택 1·2동이 각각 주중 990만원·주말 1200만원, 선돌정이 주중 1200만원·주말 1320만원이다).

“객실 하나 가격이 아니라 독채 한옥 리조트를 통으로 이용하는 가격입니다. 종택은 침실이 3개, 선돌정은 4개라 3~4가족·세대가 함께 쓸 수 있어요. 풀코스로 나오는 저녁과 아침, 미니바도 포함됩니다. 참고로 서울 신라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가 900만~1600만원대입니다. 6월 완공 예정인 한옥 호텔 객실 요금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질 거예요.”

◇“이건희 회장 1조짜리 한옥 남겼어야”

조 대표는 2022년 ‘대한민국의 붕괴’라는 책도 펴냈다. 교수와 박사급 연구진으로 팀을 구성해 인구 문제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대한민국 인구는 2060년 3500만 명으로 급감하고, 2100년에는 1300만 명까지 줄어드는 ‘국가 소멸’이 우려된다. 학령인구 감소, 생산연령인구 감소, 내수 시장 축소,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이어지면서 주요 시스템이 모두 무너진다.

-인구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라면.

“10년 전부터 IT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MZ 세대가 전통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경험할 나이에 접어든 2015년과 겹쳐요.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 분석해보니 큰일 났다 싶었죠. 천연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은 인적 자원이 소멸되면 치명적이잖아요. 경고해야겠다 싶어 책을 썼습니다.”

-원인은 뭐라고 파악했나요.

“보육 시스템 부재입니다. 아이 낳고 키우는 비용이 너무 들어요. 이게 뭐하고 맞물렸냐면, 베이비붐 세대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태어났어요. 그런데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 인구는 늘고 젊은 층은 줄어요. 인구학적 사회 구조가 역삼각형이에요. 젊은 세대가 사회적 비용을 4배까지 부담해야 해 살 수가 없게 됩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옛날에는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는 누구 집 아이든 보호하고 챙겨줬어요. 이젠 보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교육시키는 경제적 부담을 없애줘야 합니다. 결혼해도 개인의 삶에 손해로 작용하지 않고, 가족이 긍정적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사회문화적 변화를 끌어내는 정책과 캠페인이 필요해요. 제가 주장하는 건 ‘의무 보육제’입니다. 20대 남자들이 군 복무하듯, 60이 넘으면 남자든 여자든 일주일에 몇 시간은 아이를 돌보도록 의무화하는 거예요.”

조정일 대표는 “후손에게 돈이나 주식을 물려줄 게 아니라 한옥을 잘 지어서 남겨야 한다”며 “회장님들 만나면 ‘노하우 알려드릴 테니 한옥 지으시라’고 권한다”며 웃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파격적인 아이디어입니다.

“부(富)가 젊은 층으로 이동하기 쉽도록 해야 합니다. 자산의 70%를 우리 세대가 가지고 있거든요. 증여세·상속세를 없애야 합니다. 지금은 물려주기가 너무 어렵게 돼 있어요. 부를 움켜쥐고 있지 말고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기부뿐 아니라 여러 방법이 있어요. 저는 회장님들 만나면 ‘노하우를 다 알려드리고 도와드릴 테니 한옥 지으시라’고 말해요.”

-한옥 짓기가 사회 환원이라고요?

“돈 있는 사람은 건축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손에게 돈이나 주식이 아니라 좋은 공간과 콘텐츠를 물려주는 거죠. 이건희 회장 정도면 ‘1조원짜리 한옥’ 하나는 남겼어야 해요. 지어 놓으면 죽을 때 가져가겠습니까? 이탈리아 사람들은 조상 덕에 먹고산다고 하잖아요.”

-한옥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한옥을 잘 지어서 남겨 놓으면 전 세계 사람들이 엄청나게 올 겁니다. 외국 손님들을 초대해 하룻밤 재우면 ‘원더풀!’ 난리예요. 한옥 같은 대목(大木) 건축물은 세계에 없어요. 이건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닙니다. 서울에서도 한옥 스테이를 해보고 싶고, 뉴욕이나 파리에도 한옥을 지어 미술과 공연 등 한국 콘텐츠를 알리는 플랫폼으로 운영해보고 싶어요. (한옥을 가리키며) 그 가능성을 저는 영월에서 봤습니다.”

'더 한옥' 종택과 선돌정은 전통 한옥 구조를 고스란히 살린 지상층과 현대적 편의시설을 설치한 지하층으로 이뤄진 복층 구조다.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