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건축

폭격? No! 갓 지은 건물입니다

해암도 2022. 4. 18. 06:56

이 한장의 사진

 

/사진가 마르셀 스타인바흐·MVRDV

반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떠올리지 않았는가. 다행히도(?)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이 아니다. CG로 가공한 이미지도 아니다.

올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업무 지구에 들어선 주상복합건물 ‘밸리(Valley)’다. ‘골짜기’란 뜻의 이름처럼 건물이 움푹 팼다. 전체적으로 세 개 봉우리가 솟은 형태. 가장 높은 봉우리는 100m 가까이 된다. 오피스, 아파트, 상점, 문화 시설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건물을 설계한 곳은 네덜란드의 스타 건축가 그룹 MVRDV.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 혁신적 형태를 이끌어내는 ‘데이터스케이프(Datascape)’로 유명하다. 보드게임 ‘젠가’처럼 여기저기 블록이 툭 튀어나온 듯한 외관이 트레이드마크. ‘테트리스 건물’이란 별명이 따른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서울역 앞 고가를 리모델링한 ‘서울로 7017′, 안양예술공원 전망대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워낙 파격 실험을 즐겨 갑론을박을 몰고 다니는 그룹이다. 2011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이들이 지으려고 했던 고층 건물 ‘더 클라우드’는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폭발하는 장면을 연상시켜 외신까지 달궜다.

이번 ‘밸리’는 2015년 시작한 대규모 프로젝트지만 완공 시점에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사진이 공개되자 ‘전쟁 떠올리는 건물을 왜 지었느냐’ ‘상처를 들쑤시는 디자인’이라는 비난이 빗발친 것. 하지만 MVRDV는 우크라이나 사태 초반 연대를 표시하며 일찍이 러시아 프로젝트를 모두 중단한 곳. “건축가이자 도시주의자로서 국제 평화를 바란다”며 모스크바 복합 건물 ‘Red7 타워’,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사 지구 마스터플랜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접었다. 전쟁이 만든 감정의 골이 아물 때쯤, 이 ‘골짜기’ 건물도 재평가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