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국경없는 의사, 무신론자였다…정작 그에서 본 예수의 모습

해암도 2025. 1. 17. 16:13

#궁궁통1

가톨릭 정양모(90) 신부를
만났습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성서학자’입니다.


정양모 신부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에서 공부할 당시 그는 베르나르 쿠슈네르란 인물을 알게 됐다. 중앙포토

정 신부는
프랑스에서 3년,
독일에서 7년간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정 신부는
프랑스에서
아주 인상 깊은 인물을
알게 됐습니다.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난
베르나르 쿠슈네르입니다.

쿠슈네르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이름이 ‘베르나르’인 걸 보면
어릴 적에
가톨릭 세례를
받았을 겁니다.

정작
베르나르 자신은
생전에
“나는 무신론자”라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말하는
베르나르 쿠슈네르가
정 신부는
왜 그리
인상적이었을까요.

#궁궁통2

베르나르 쿠슈네르는
의사입니다.

그는
고민했습니다.

  “의사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스스로
답했습니다.

  “환자의 곁이다.”

다시 물었습니다.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이
   어디인가?”

답은 명쾌했습니다.

  “전쟁터다.”


쿠슈네르는 환자가 의사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전쟁터라고 생각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를 설립한 그는 세계 곳곳의 전쟁터를 찾아다니며 환자를 치료했다. 나중에는 프랑스에서 외무장관도 맡았다. 챗GPT, 백성호 기자

그길로
쿠슈네르는
‘국경 없는 의사회’를
설립했습니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과
경제적 여유를
마다하고
쿠슈네르는
전쟁터로 갔습니다.

죽어가는 환자가
가장 절박하게
의사를 찾는 곳.

그건 바로
전쟁터였습니다.

그가
직접 겪은
전쟁터는
참혹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신이 있다면,
어떻게
이토록 처참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쿠슈네르는
처음에
신을 원망했습니다.

  “주여,
   어찌하여
   이런 일을
   보고만 계십니까?”

그러나
신은 그에게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쿠슈네르는
“신은 없다”라고 말하며
스스로
무신론자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참혹성에 대한
절망.


절망의 끝에서
아무리 부르고,

불러도
침묵하는
신.


만약 신이 있다면 이토록 처참한 전쟁터의 현실을 보고서도 가만히 있을까. 그런 번민 속에서 쿠슈네르는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선언했다. 챗GPT, 백성호 기자

그렇게
쿠슈네르는
무신론자가 되었습니다.

#궁궁통3

정 신부는
그런
쿠슈네르의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쿠슈네르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무신론자다.
   죽은 후에
   허허하게 사라질 거다.
   내가 치료한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허허하게 사라질 거다.
   그런데도
   자꾸 내 안에서
   마음이 올라온다.
   의사는
   가야 한다는
   마음이 올라온다.”


쿠슈네르는 나중에 프랑스 외무장관을 맡아서 한국을 방한하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프랑스는 국장으로 그를 추모했다. 중앙포토

쿠슈네르가
세상을 떠났을 때
프랑스 정부는
국장(國葬)으로
그를 추모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서
전쟁터만 찾아다니며
환자들을
치료했으니까요.

정양모 신부가
말했습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에게도
   놀랐지만,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을 보면서도
   참 많이 놀랍니다.
   한국 사람도
   두 분의 의사가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더군요.
   한 분은
   에티오피아에서,
   또 한 분은
   남수단에서 말입니다.”

이 말끝에
정 신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쿠슈네르를 보면
   많이 부끄럽습니다.
   신앙은 없는 분이지만,
   그분의 삶이
   예수님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수처럼 사는
   무신론자도 꽤 많구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정 신부와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 나올 때,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말하지만
예수와
전혀 딴판으로 사는 사람들.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말하지만
예수처럼 살고 있는 사람들.

만약
예수께서
이 두 사람을 본다면
어디를 향해
미소를 지을까.

누구를 보며
더 흡족해할까.


크리스천은 '메시아를 닮고자 하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예수를 메시아로 보지 않는 유대인들은 기독교인을 '크리스천'이라 부르지 않는다. 렘브란트가 그린 예수의 초상화. 중앙포토

‘그리스도(Christ)’는
메시아란 뜻입니다.

‘크리스천(Christian)’은
그리스도를
닮고자 하는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여러분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누가

예수와 닮은 사람일까요.

우리는
누구를 통해
예수를 보는 걸까요.

이 한 마디!

베르나르 쿠슈네르는
스스로 무신론자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그는
휴머니스트이자
인도주의자였지요.

그가 세운
다섯 가지 계명이
있습니다.

하나.
한 사람 한 사람
중요하게 여길 것.
그래서 모은 사람을
한꺼번에 구할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먼저 도울 것.

둘.
우리가 도와야 할 사람을
우파니 좌파니 하며 분리하는
선악 이원론을 초월할 것.

셋.
말과 행동을 일치시킬 것.

넷.
너무 늦었다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갈등과 문제점들을
예방할 것.

다섯.
언제나 현장으로
달려갈 것.


저는
쿠슈네르가 세운
다섯 가지 계명을 통해
예수께서
산상수훈에서 설했던
사람들을 봅니다.

그게
어떤 사람들이냐고요?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에디터    백성호   [출처:중앙일보]      발행 일시202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