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200만원 효도배틀 쓸데없다” 의사가 알려준 필수 건강검진

해암도 2024. 12. 2. 06:20

벌써 12월입니다. 미뤄왔던 건강검진을 신청할 때가 된 것인데요. 검진 항목을 선택하려니 수많은 ‘택 1’ 사이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합니다. 온몸 구석구석을 보는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검사(MRI)부터 최근엔 유전자나 비타민 수치까지 검사해준다고 하죠. 이중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검사는 무엇일까요?

검사 부작용도 걱정입니다. 실제로 한국인이 지나치게 많은 의료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지난 2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의료방사선 노출 빈도는 7.7회로 스위스(1.1회‧2018년) 등 의료 선진국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았습니다. 방사선 피폭선량은 평균 3.13밀리시버트(mSv)로, 유엔과학위원회(UNSCEAR)가 조사한 58개국 평균 0.57mSv의 5배가 넘죠.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 회장이 26일 중앙일보를 찾았다. 그는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자 대학민국의학한림원 총무이사로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 개발에 참여했다. 장진영 기자

오늘 ‘뉴스 페어링’에선 정승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와 함께 어렵게만 느껴진 ‘건강검진 제대로 받는 법’을 전달해 드립니다. 정 교수는 지난해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발간한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권고문〉 개발에 참여했는데요. 그는 “유방 촬영처럼 검사 자체가 암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 만큼, 무조건 다양한 부위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그럼 검진 항목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요? 정 교수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해 스스로 계획을 짜는 게 쉽지 않다”며, 대신 ‘이 방법’을 추천했습니다. 검진 받기 전 알아야 할 것부터, 장기적으로 검진 계획 짜는 법까지 팟캐스트를 통해 확인하세요.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묻지마 건강검진’ 오히려 암 발생시키는 이유
📌내시경만 하면 나오는 용종·위염, 얼마나 위험할까
📌“미리미리 MRI 찍으면 예방 되나요?” 의사 대답은
📌‘2030, 4050, 60+’ 진짜 필요한 검사 한방 정리
📌“검진 항목 왜 본인이 고민해요?”…계획 짜는 법


사진 pixabay

연말이 되면 검사 내용도 잘 모른 채 건강검진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방암 검진이다. 유방촬영(X-ray) 검사에선 방사선 피폭이 발생하는데, 검사가 오히려 유방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근거가 확립되어 있다. 때문에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40대 이상의 여성은 검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그 이하의 나이에선 가족력이 있거나 멍울이 만져지는 것이 아니라면 검사할 필요가 없다. 건강검진 패키지에 들어있으니까 ‘안 하면 손해지’하는 생각에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하면 손해’가 되는 검사인 것이다.

의료 방사선은 얼마나 위험한가
유방의 경우 방사선을 활용한 검사가 암을 만든 케이스가 있다고 밝혀져 있다. 그 외 방사선을 활용한 다른 검진의 경우 100mSv 이하의 저선량에선 암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확실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밝혀진 바도 없기 때문에, 굳이 특정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될 연령인데 매년 몸을 방사선에 노출 시키는 검진을 추천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부작용이 있어도 고민 않고 시행해야 한다.

유난히 방사선 노출이 많은 검진도 있나
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PET-CT) 같은 검사들이 그렇다. 검사 한 번에 20~30mSv에 노출되는 피폭량이 높은 검사다(한 사람이 1년간 일상생활에서 받는 자연 방사선은 3mSv 수준). PET-CT는 ‘온몸에 있는 암을 발견한다’라는 개념으로 홍보되면서 많은 민간 건강검진 패키지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검사는 암 환자의 신체 어디에 암이 번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는 검사다.

초기 암 환자도 이 검사를 잘 하지 않고 암 유형에 따라서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건강한 일반인이 할 필요가 없다. PET-CT 검사는 병이 없는데 있다고 결과가 잘못 나오는 ‘위양성(偽陽性)’ 문제도 자주 발생한다. 세상에 완벽한 검사는 없는데, PET-CT 검사는 확인하는 범위가 넓으니 암으로 추정될 수 있는 부위들도 더 많이 나온다. 문제는 이 부위들에 대해 조직 검사 등 추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검사는 고통이 따를 뿐 아니라, 출혈과 감염이 발생하는 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고 드물지만 사망하기도 한다.

대장내시경은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국가건강검진에선 50세 이상부터 분변 잠혈검사를 통해 장에서 피가 나오는지 확인하고, 확인될 경우 이차적으로 대장내시경을 하게 되어 있다. 다만 최근 젊은 층에서의 대장암 발생이 많아져서 불안하신 분들도 많고, 학계에서도 검사 기준을 45세로 낮춰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다. 조금 일찍 알아보고 싶다면, 45세 정도부터는 분변 잠혈검사가 없이 바로 대장내시경을 시작하셔도 괜찮다. 검사 후 폴립(용종)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 뒤로는 5년 주기로, 용종이 발견됐을 경우엔 3년 주기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시면 된다. 또 대장내시경의 경우 검진을 시작하기 전에 용종 제거 여부를 묻는데, 용종은 발견되면 매번 제거하는 것이 좋다.


대장내시경 검사의 경우 50세 이상 분변잠혈검사 양성일 경우 국가검진이 시행되나, 우려될 경우 45세부터 5년 주기로 검사 받는 것이 좋다. 인성욱 객원기자

위내시경을 하면 매번 위염 진단이 나온다.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위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부분도 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이 40세 이상이라면 2년에 한 번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된다. 문제는 ‘장상피화생’이 발견됐을 경우인데, 이 경우엔 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매년 내시경을 해보길 추천한다.

건강에 위해가 없는 검사는 미리 해도 괜찮은 건가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은 “그럼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는 검사들은 미리 해도 괜찮아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 한 번은 19세 청소년이 유방 초음파 검사를 하고 발견된 것이 있어 조직 검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초음파 검사를 받은 이유가 궁금해서 증상이 있었는지 확인해봤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머니가 유방 건강 상태를 한 번 확인해보라고 해서 검사를 한 것이다.

문제는 초음파 검사에서도 꼭 암이 아니어도 뭔가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럼 대부분 양성 종양일 텐데 아프게 조직 검사하고, 다음엔 추적 검사도 해야 하고, 본인도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다. 말하자면 ‘악의 소굴’로 들어가는 길이 될 수 있다. 젊은 나이엔 증상이 없다면 광범위한 건강검진을 받을 필요성이 크지 않다.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나
초음파 검사는, 사진을 찍은 뒤 의사가 판독하는 CT 검사와 달리 검진과 진단이 동시에 이뤄진다. 누가 검진하는지가 중요한 거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 병이 있는데 발견하지 못하는 ‘위음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병이 없는데 있다고 하는 ‘위양성’이 발생하면 필요 없는 추가 검사를 반복하게 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는 건강검진 기관을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초음파 검사의 경우 검진과 진단이 동시에 이뤄지기에 검사자의 경험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최근엔 암 발생 위험을 알려주는 유전체 검사 등도 있다
유전체 검사의 경우 아직 그 정확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피 검사를 해서 DNA 변형 여부를 알아내 암 발생 등 위험을 판단하는 것인데, DNA는 일상생활에서도 변형이 된다. 우리 몸은 이런 변형 유전자를 청소하기도 하고, 새로 만들기도 하면서 정상을 유지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실패할 경우 암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변형된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통해 질병으로 나아갈지 판단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유전자 검사로 질병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자신을 환자처럼 생각하기 쉽다. 생길지도 모르는 암 걱정에 마음 졸이면서 살 필요가 없기에 특별히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뇌혈관 질환은 무서운데 MRI와 MRA의 차이를 몰라 신청이 어려웠던 기억도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은 뇌 전체를 보고,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은 뇌혈관을 더 자세히 보는 검사다. 상호보완의 측면이 있어서 혈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60세 이상의 경우 한 번 정도는 동시에 검사를 진행해도 괜찮다. 마찬가지로 기저질환이나 가족력 등이 없다면 증상이 없는 경우 이른 나이에 시행할 필요는 없다.

격렬한 운동을 자주 하는 경우 예방 차원에서 허리 MRI를 찍기도 한다
크게 의미가 없다. 척추나 디스크에 문제가 발생하면 증상이 빨리 나타난다. 예방적 차원에서 비싼 돈을 들여 검사할 필요가 떨어진다. 또 “얼마 전에 허리 MRI 찍었는데 문제가 없었으니까 지금처럼 과하게 운동해도 괜찮나 보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이러다 나중에 병이 생길 수 있다.


신재민 기자

나잇대별로 필요한 꼭 필요한 검사를 정리해본다면
20·30세대 여성은 자궁경부암 검사를 꼭 받으시길 바란다. 이외 가족력이나 기저질환 등으로 자세히 보면 좋을 곳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을 때는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검사는 없다. 다만 국가건강검진이나 회사에서 해주는 검진이 있으면 챙겨서 받으면 좋다. 피 검사 같은 기본 검진은 혈당 등이 잘 관리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40대 이상이 되면 검진해야 하는 질병들이 생긴다. 당뇨가 있으면 췌장을 먼저 봐보거나, 흡연하는 분이라면 폐 CT 검사를 해보는 등 확인이 필요하다. 또 60대의 경우 혈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뇌 MRI, MRA 등 한 번 쭉 보시면 좋다. 문제는 과도하게 건강검진을 받으시는 분들도 있지만, 국가에서 해주는 무료 검진조차 받으시지 않는 분들이 있다. 이럴 경우엔 병을 키울 수 있어 위험하다.

국가건강검진 항목🏥

-일반 검진: 만 20세 이상 성인 대상으로 2년마다 실시(직장가입자 중 비사무직 1년 1회)
-위암: 만 40세 이상(2년마다 위 내시경 또는 위장 조영술)
-간암: 만 40세 이상 중 간암 고위험군(6개월마다 간 초음파 및 혈액 검사)
-대장암: 만 50세 이상(매년 분변 잠혈 검사, 양성일 경우 대장 내시경)
-유방암: 만 40세 이상 여성(2년마다 유방 촬영 검사)
-자궁경부암: 만 20세 이상 여성(2년마다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
-폐암: 만 54~74세 중 고위험군(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
-노인 인지 기능 검사: 만 66세 이상(2년마다 치매 검사)
개인이 자신의 건강검진 계획을 짜는 것이 가능한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은 국가검진이 제시하고 있다. 다만 기저질환이나 가족력에 따라서 필요한 검사가 다를 수 있다. 민간 검진을 매년 받는 경우 어떤 검사를 어떤 주기로 신청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개인이 결정하긴 어렵다. 이를 알기 위해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활용하는 분도 있는데, 보통 과잉으로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슬기로운 건강검진 계획을 짜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서양권에선 ‘주치의’ 개념이 있어서, 주치의가 개인의 건강을 평가하고 필요한 검사들을 추천한다. 평소 고혈압이 있다면 혈관 검사를 어느 주기로 시행할지 권고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주치의 제도가 없고, 건강검진 내용을 상담하려고 병원에 가더라도, 관련해서 수가 체계가 없어 요구하기 쉽지 않다.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도 이렇게 한번 해보시라. 40대 정도 되면 자주 가는 병원이 한 두 곳은 생기지 않나. 진료를 받을 때 정기 검진에서 어떤 곳을 검사하면 좋을지, 검사 결과가 나왔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상담해볼 수 있다.


정승은 교수는 "일반검진을 통해서도 혈당 등 건강의 많은 부분을 점검할 수 있기에 2년에 한 번 이뤄지는 국가건강검진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세브란스 병원

건강검진 받을 때 가장 피해야 할 것은
갑자기 비싼 건강검진 프로그램 신청해서 온몸 구석구석 다 점검하겠다고 크게 검사를 진행하시는 분들이 있다. 정말 아무 효과가 없는 방법이다. 비싼 프로그램을 받는다고 정말 온몸 구석구석까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받는다. 진료와 검진은 다른 것이다. 증상이 있다면 증상에 대해 진료를 본 뒤 치료를 해야 한다. 건강 검진은 구체적인 목표를 두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의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은퇴한 부모님의 경우 건강검진을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효도 경쟁’이 붙는 경우가 있다. ‘누구 집 자식이 200만원짜리 검사해줬대’ 하면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노년이라고 매년 추가 검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인식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전화 한 통 더 거는 것이 더 큰 효도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해드리고 싶다면 뇌혈관 정도는 한 번 자세히 보시고, 대장내시경도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정승은 교수는 "건강검진 항목은 발병률이 높고, 조기 발견하면 사망률을 낮추는 질환에 맞춰져 있다"며 "내 몸의 모든 질환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니 진료가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건강검진은 언제까지 받아야 할까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이미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해서도 건강검진을 진행한다는 게 현재 검진 체계의 문제 중 하나다. 대장내시경의 경우 장을 비워야 하기에 검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이가 많은 분은 체력을 더 잃기도 하는데 말이다. 기본적으론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일 경우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에 대한 검진은 권고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언제까지 사실 줄 모르는 것이니 정확히 언제까지 건강검진 받으라는 나이를 정하긴 어렵지만, 고령층이라면 무리하게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김홍범     중앙일보 기자   발행 일시202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