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육즙 터지는 만두, 게살 비벼 먹는 국수… 麵食 궁극의 맛은 이 도시에

해암도 2024. 1. 6. 06:23

[박정배의 아시아 면식기행]

중화요리 경연장, 상하이 만두& 국수

 
 

상하이는 중국 근현대의 상흔을 지닌 상업 항구도시이자 미식 중심지다. 도시의 역사는 1267년 개설된 상하이진(上海鎭)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인 발전은 난징조약에 의해 1843년 서양 열강에 개항하면서부터다.

상하이 음식은 19세기 말에는 상하이와 인접한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 안후이성(安徽省) 요리의 영향을 받았고 이어서 멀리 북쪽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요리가 성행했다.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탄생한 신해혁명(1911년) 이후에는 광둥성(廣東省)·푸젠성(福建省) 등 남방 요리와 서부 쓰촨성(四川省) 요리가 유행하는 등, 상하이는 중국 요리의 경연장이 된다. 1960년대 문화 대혁명기에는 음식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었으나,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중국 요리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상하이 요리는 진한 기름과 검붉은 간장을 사용한 ‘농유적장(濃油赤醬)’의 특성을 지닌다. 지난해 상하이에는 미슐랭 가이드 별점을 받은 식당이 총 50곳으로, 전 세계 도시 가운데 9위이자 중국 최고를 기록했다. 상하이는 만두·국수 등 다양한 면류(麵類·밀가루 음식)의 천국이기도 하다. 난징(南京)·쑤저우·창사(長沙)와 더불어 중국 4대 샤오츠(小吃·간식) 지역으로도 꼽힌다.

중국 상하이 대표 음식 샤오룽바오./게티이미지
 

◇톡 터지는 육즙이 일품 샤오룽바오

상하이 난샹진(南翔鎭)은 장쑤성 창저우(常州)시와 더불어 샤오룽바오(小籠包) 만두의 원조로 꼽힌다. 샤오룽(小籠)은 작은 찜기를 뜻하며, 바오(包)는 둥그런 만두를 말한다. 샤오룽바오를 샤오룽으로 줄여 부르거나 옛날 이름인 탕바오(湯包)로 부르기도 한다.

 

샤오룽바오는 깨물면 얇은 껍질이 찢어지면서 입안을 촉촉하게 적시는 풍부한 육즙이 일품인 탕(湯) 만두의 일종이다. 중국 남방 찜 요리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탕 만두는 북송 수도 카이펑(開封)의 관탕 만두(灌湯饅頭)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관장포(灌漿包) 또는 관탕포자(灌湯包子)로 불렸다. 현대적 형태의 샤오룽바오는 청나라 도광(道光·1821~1850) 시대에 창저우에서 시작돼 지역별 특색을 형성하며 발전했다. 상하이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창저우의 샤오룽바오는 짭짤하고, 난징(南京)의 것은 깔끔하며, 우시(無錫)는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난샹의 샤오룽바오는 ‘난샹 다러우(大肉) 만터우’ ‘난샹 다만터우(大饅頭)’라고도 부른다. 다른 지역의 샤오룽바오보다 두 배 정도 크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껍질이 얇고 소로 들어간 돼지고기가 부드럽고 육즙이 많다. 난샹 샤오룽바오의 소는 돼지고기 다리살과 껍질로 만든 젤라틴에 간장, 설탕, 소금, 생강을 섞어 만든다. 샤오룽에 담아 찌는 과정에서 소로 넣은 젤라틴이 녹아 고소한 육즙으로 변한다. 반면 쑤저우나 창저우에서는 주로 사치스러운 민물 게를 샤오룽바오 소로 사용한다. 상하이보다 국물이 적고, 크기도 작아 한입에 먹기에 편하다.

 

난샹 만터우(南翔饅頭店(豫園店)): 난샹진에서 가장 오래된 샤오룽바오 식당이다. 1871년 영업을 시작했다. 상하이 최대 관광지인 청나라 시대 정원 ‘예원(豫園)’ 바로 앞이라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댄다. 上海市 黄浦區 豫園老街87號, 오전 9시~오후 9시

 

둥샤오완 샤오룽 뎬신(董小婉小籠点心): 다양한 색의 피를 사용한 현대적인 샤오룽바오를 파는 식당이다. 7가지 색깔의 샤오롱바오를 모던한 분위기의 식당 안에서 판매하고 있다. 두 가게 모두 현장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다. 上海市 浦東新區 浦東南路899號 陸家嘴中心, 오전 10시~오후 10시

난샹만터우(왼쪽)와 샤오완샤오룽뎬신의 샤오룽바오./박정배
 

◇상하이 대표 국수 양춘미엔·대파기름 국수·게살 국수

양춘몐(陽春麵)과 대파 국수(蔥油拌麵), 게살 국수(蟹粉麵)는 상하이를 대표하는 전통 국수 삼인방이다.

양춘몐은 상하이에서 음력 10월을 ‘샤오양춘(小陽春)’ 즉 작은 정월(正月)이라 부르는 데서 비롯됐다. 예전에는 이 국수를 한 그릇에 10원[文]에 팔았다고 해서 양춘몐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국물이 맑다 하여 ‘칭탕광몐(淸湯光麵)’, 국수가 눈처럼 희다 하여 ‘양춘바이쉐(陽春白雪)’라고도 불렀다. 이름처럼 맑은 노란빛 국물에 가는 면이 단정하게 나온다. 면발은 매끄럽고 쫄깃하며, 국물은 감칠맛이 깊게 나면서도 깔끔하다. 면은 달걀과 밀가루를 섞은 반죽으로 뽑아 단맛이 난다. 국물은 닭 국물에 간장을 가미한다. 면과 국물의 조화가 아름답다.

 

충유반몐(蔥油拌麵) 즉 대파기름 국수을 주문하면 간장에 비빈 국수와 가늘게 채 썬 대파만 달랑 나와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먹어보면 인상이 대번에 바뀐다. 탄력 있고 쫄깃한 면과 고소한 대파 기름, 간장의 단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입과 혀를 행복하게 만든다.

 

게살 국수는 상하이와 그 주변 지역에서 민물 게를 즐기는 식문화에서 비롯된 면 요리이다. 늦가을이 제철인 민물 게는 상하이의 명물이다. 상하이 주변에는 호수가 많아 민물 생선과 게를 이용한 음식이 많다. 게살 국수에는 문화 혁명과 얽힌 재미난 일화가 있다. 1976년 가을 문화 혁명 4인방이 실각했다. 사람들은 제철을 맞은 민물 게에 4인방을 비유하며 게를 삶아 발라 먹고 술을 마시면서 이들의 실각을 축하했다. 진전 없이 옆으로 가는 4인방을 게에 비유한 것이다. 이후 민물 게는 더욱 인기를 얻게 된다.

 

이구이허(逸桂禾): 양춘몐으로 이름난 식당이다. 하얀 벽, 붉은 글씨가 인상적인 실내에 들어서면 입구에 붉은 글씨로 쓴 메뉴가 촘촘하다. 양춘몐이 시그니처지만 대파 볶음면도 유명하다. 上海市 黄浦區 西藏南路686號 南六庵場1樓107B號, 오전 8시~오후 9시

 

완서우자이(万壽齋): 상하이에서 대파기름 국수를 최고로 잘하는 가게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가격은 저렴한 가성비 최고의 식당이다. 대파기름 국수뿐 아니라 샤오룽바오와 완탕 만두도 잘한다. 이 가게 샤오룽바오는 게 내장을 소로 사용한다. 난샹 샤오룽의 반 정도 크기라 한입에 먹기 좋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회전이 빨라 20분 안에 먹을 수 있다. 上海市 虹口區 山陰路123號, 오전 5시~오후 10시

 

좡스룽싱(莊氏隆興): 입구에서 하루 종일 게살을 발라내는 종업원들을 볼 수 있다. 그만큼 게살면으로 알려졌다. 게는 발라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식당에서 종업원이 게를 대신 발라주거나 발라낸 게살과 내장을 샤오룽바오에 넣거나 면에 비벼 먹는 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上海市 黄浦區 南京東路街道 浙江中路441號, 월~목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2시 30분·오후 5~9시, 금~일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30분

'이구이허'의 양춘몐과 '완서우자이'의 대파기름 국수, '좡스룽싱'의 게살 국수(왼쪽부터)./박정배
 

◇상하이식 만둣국 훈툰과 군만두 성젠

한국에서는 구별하지 않고 모두 만두라고 통칭하지만, 중국에서는 아니다. 발효된 반죽으로 피를 만들어 소를 넣으면 만터우, 발효하지 않은 반죽으로 만든 피에 소를 넣으면 자오쯔(교자·餃子)라고 한다.

자오쯔는 과거 중국에서 ‘훈툰(餛飩)’이라 불렀다. 훈툰이라는 말은 당나라 시대 문인 단공로(段公路)가 쓴 지리서 ‘북호록(北戶錄)’(871년)에서 “지금의 훈툰은 반달을 닮았다. 세상이 즐기는 음식이다(今之餛飩,形如偃月,天下之通食也)”에 처음 나온다. 오늘날 중국에서 훈툰은 국물에 자오쯔를 넣어 먹는 걸 말한다. 상하이의 훈툰은 날개(피)가 작고 소가 커서 ‘다훈툰(大餛飩)’, 쑤저우·양저우(揚州)의 훈툰은 날개가 길고 소가 작아 ‘샤오훈툰(小餛飩)’이라 부른다. 다훈툰은 소를 중요시하고, 샤오훈툰(小餛飩)은 얇은 피를 중히 여긴다.

 

상하이에서 훈툰이 유행하게 된 것은 청나라 말에서 민국(民國·1911~1949년) 시기를 거치면서다. 당시 상하이에서 훈툰은 주로 양쪽에 커다란 통을 짊어진 형태의 이동식 간이 식당에서 팔았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장작을 가지고 다니며 불을 지펴 훈툰 국물을 데워 팔았고, 이것을 ‘차이반훈툰(柴爿餛飩·장작 훈툰)’이라 불렀다. 현재 상하이에는 샤오훈툰과 다훈툰이 고루 발달해 있다.

 

‘성젠(生煎)’은 발효 반죽에 소를 넣고 먹는 바오쯔(包子)의 상하이식 변형으로, 아침 식사 겸 간식으로 주로 먹는다. 성젠만터우(生煎饅頭)의 준말이다. 찻집에서 차와 곁들여 먹는 딤섬의 일종이었는데, 인기가 높아지면서 독자적 음식이 됐다. 섭씨 30도 정도 물에 밀가루와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피에 돼지고기와 육즙을 넣어 만든다. 철판에 기름을 약간 붓고 약한 불에서 밑바닥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지진 뒤 파와 참깨를 친 후에 잠깐 식혀서 먹는다. 바닥이 두껍고 바싹 마른 것은 불량품으로 여긴다.

 

성싱뎬신뎬(盛興点心店): 상하이에는 훈툰 명가들이 즐비하다. 성싱뎬신뎬은 1935년 세워진 노포로 상하이를 대표하는 훈툰집이다. 좁은 가게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셰펀셴러우샤오훈툰(蟹粉鮮肉小餛飩·게살 돼지고기 훈툰), 차이러우다훈툰(菜肉大餛飩·야채 돼지고기 훈툰)이 유명하다. 닭고기를 맑게 걸러낸 칭탕(清湯)에 돼지 기름과 쪽파, 훈툰을 넣어 먹는다. 국물이 맑지만 육향이 진하다. 이 밖에 ‘얼광훈툰(耳光餛飩)’은 상하이에서 다훈툰(大餛飩)의 대명사로 통하며, ‘멍화제훈툰(夢花街餛飩)’은 샤오훈툰(小餛飩)의 명가이다. 上海市 盧灣區 順昌路528號, 오전 6시~오후 5시

 

다후춘(大壺春): 상하이 최고의 성젠을 낸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가게다. 표면은 바삭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부드럽고 폭신한 피에서 효모 특유의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上海市 黄浦區 雲南南路89號, 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

'다후춘'의 성젠(위)과 '성싱뎬신뎬'의 훈툰./박정배
 
 
상하이=박정배 음식작가     조선일보     입력 202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