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수천마리 문어 떼지어 한 곳에… 3200m 심해 비밀 풀렸다

해암도 2023. 8. 25. 21:03

“심해에 온천이…높은 수온에 문어알 빨리 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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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홀로 활동하는 문어가 수천 마리 떼지어 있는 모습이 미국 심해에서 포착됐는데, 해양 과학자들이 이 ‘문어 정원’의 비밀을 밝혀냈다.



2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만 국립해양보호연구소 연구원들은 3년전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의 약 3200m 심해에서 문어 군락을 발견했다.



앤드류 드보겔레어 연구원은 “진흙이 많은 해저에서 진주 처럼 보이는 공덩어리들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고 떠올렸다. 알고보니 이는 문어였다. 이곳에 최소 6000마리에서 많게는 2만마리가 모여있을 것으로 연구원들은 추정했다.

 

일반적으로 문어는 떼지어 살지 않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왜 그렇게 많은 문어가 차가운 심해에 모여 있는지 의아해 했다.

3년간 원격 카메라로 이 지역을 모니터링한 연구원들은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이 섞일 때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일대 지역에서는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즉 이곳은 온천 지대로 문어들이 ‘찍짓기’와 ‘둥지’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뜻한 물에 데워진 바위 위에 모여 알을 품고 있었던 것. 이곳은 오롯이 짝찟기와 알을 부화할 때만 쓰이는 장소였다고 연구원들은 밝혔다.



이곳에서 품은 알은 다른 곳보다 두 배 가량 빠르게 부화했다. 이곳의 알은 약 2년 만에 부화했는데, 이는 다른 심해 문어 알이 부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5년 이상)보다 훨씬 짧은 기간이다. 부화 기간이 짧으면 새끼의 생존률이 높아진다.

몬테레이만 해양연구소 짐 배리 연구원은 “심해나 극지방에서는 바닷물이 차가워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배아 성장과 발달 속도가 느려진다”며 “(이곳은) 따뜻한 물이 문어들에게 일종의 번식 이점을 제공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드보겔레어 연구원은 “심해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탐험되지 않은 바다의 한 구석을 조사한 이번 발견은 냉혈 동물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연구원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입력 202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