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중심 낮은 들배지기가 특기… 작년엔 37년만에 ‘대학생 천하장사’
‘롤모델’ 이만기와 첫 만남도 가져… “선배처럼 ‘씨름하면 김민재’ 되고파
‘직관’ 매력 느낄수있게 최선 다할것”
차세대 씨름 스타로 주목받는 김민재(영암군민속씨름단)가 1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스튜디오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채 두 주먹에 불끈 힘을 쥐어 보였다. 현재 천하장사 1회, 백두장사 3회의 타이틀을 보유한 김민재는 스쾃,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1회 기준)를 합쳐 780kg을 드는 ‘장사’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민재(21·영암군민속씨름단)는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77)에게 ‘씨름계의 보물’이라고 불린다. 그럴 만도 하다. 김민재는 올해 설날, 문경장사대회에서 연달아 백두장사를 차지하면서 지난해부터 개인전(17전 전승)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대 2학년이던 지난해에는 1985년 이만기 인제대 교수(60·당시 경남대 4학년) 이후 37년 만에 ‘대학생 천하장사’ 타이틀도 얻었다.
김민재는 17일 서울에서 열린 ‘씨름 진흥 활성화 간담회’에 현역 선수 대표로 참석하면서 이 교수와 처음 만났다. 이 교수는 김민재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한눈팔지 않고 씨름만 보고 간다면 10년을 가는 대스타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김민재는 “선배님이 그랬듯 누구나 ‘씨름 하면 김민재’를 떠올리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무게중심 낮은 김민재만의 들배지기
키 189cm, 몸무게 140kg인 김민재의 특기는 들배지기다. 들배지기는 상대 선수 샅바를 잡고 배 높이까지 들어 올린 뒤 자기 몸을 살짝 돌리면서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이다.
천하장사를 3번 차지했던 이태현 용인대 교수(47)는 “김민재의 들배지기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다”며 “가슴을 잡는 것보다 아랫배를 잡아 들어 올렸을 때 더 큰 힘을 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더욱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문자 그대로 “힘이 장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민재는 최대 중량 기준으로 스쾃 290kg, 데드리프트 290kg, 벤치프레스 200kg(1회 기준)을 들어 올린다. 전남스포츠과학센터 측정 결과 김민재의 배근력(등 근육으로 들어 올리는 힘)은 276kg에 달했다. 김태완 전남스포츠과학센터장(이학박사)은 “육상 투척 선수들을 뛰어넘는 우리 센터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
힘만 좋은 건 아니다. 소리에 대한 반응 속도 역시 0.229초로 단거리 육상 선수 수준이다. 김민재는 또 백두급 선수치고는 발놀림이 좋아 상대를 따라다니면서 몰아붙이는 기술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 “일단 천하장사 다섯 번”
17일 서울에서 열린 씨름 진흥 활성화 간담회에서 만난 이만기 인제대 교수(오른쪽), 이태현 용인대 교수(왼쪽)가 김민재를 격려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천하장사에 오른 김민재까지 합쳐 세 명의 천하장사 타이틀(이만기 10회, 이태현 3회)만 총 14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