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 이야기]
우리는 얼굴을 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은 모양새로 암수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생식기를 봐야 알 수 있다. 기러기 독수리 등 조류도 마찬가지다. 병아리 감별사는 항문과 날개 모양의 미세한 차이로 암수를 구별하는데, 그것도 오래 훈련해야 한다.

남자와 여자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손만 봐도 안다. 남자는 둘째 손가락 검지가 넷째 손가락 약지보다 짧다. 여자는 두 손가락의 길이가 비슷하다. 지금 손을 바닥에 대고 확인해 보시라.
학자들 간에 원인에 관한 논쟁은 있는데, 검지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약지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받는다는 영국 리버풀대 존 매닝 교수 연구가 가장 많이 인용된다. 검지 약지 길이 차이는 생후 2년 된 어린아이에게서도 나타나는데, 태아가 자궁 안에서 테스토스테론에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으로 본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 유럽 고대 동굴 벽화의 75%는 여성이 그렸다는 연구가 발표된 적이 있다. 고대인들은 그림 옆에 물감을 뿜어 손의 윤곽을 그리는 방식으로 손자국을 남겼는데, 검지 약지 길이 차이로 그린 사람의 75%가 여성임을 밝혀냈다.
이 논문으로 벽화를 그린 사람은 당연히 남성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남녀 차이는 성염색체 Y의 존재 차이다. 여성은 XX, 남자는 XY다. Y염색체는 X보다 크기가 작다. 유전자 수도 78개로 2000여 개인 X염색체의 20분의 1도 안 된다. 남자는 약지가 길지만, 유전자 수로만 보면 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조선일보 입력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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