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미국 영국이 놀랐다, 한국인이 만든 세계 최초 자전거

해암도 2021. 9. 3. 13:23

[스타트업 취중잡담] 다칠 위험 없이 실감 나는 실내 자전거 레이싱...삼성 출신 의기투합 美·EU 등 특허, CES 혁신상도 받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경기 수원 동탄 리얼디자인테크 사무실에서 만난 이중식 대표. 리얼디자인테크에서 개발한 실내 사이클링 기구 '얼티레이서' 위에 장착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더비비드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호황을 맞은 분야가 자전거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BIS World가 올해 4월 출간한 자전거 생산 관련 산업보고서를 보면 2021년 미국 자전거 제조시장 규모는 약 100억 달러(약 11조 34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새로운 홈 사이클링 개념을 개발한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2018년 2월 이중식 공동대표와 삼성전자 출신 공원근 공동대표가 창업한 리얼디자인테크(RDT)다. 자전거를 타던 이 대표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떠올린 ‘실내 사이클링’ 아이디어를 ‘얼티레이서’로 실현했다. RDT가 만든 얼티레이서는 세계가전전시대회(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영국 BBC 등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대표를 만나 얼티레이서 개발기를 들었다.

 

◇스피닝 강사도 10분 탔더니 땀 뻘뻘

 

얼티레이서가 작동하는 모습. /이중식 대표 제공

 

 

얼티레이서는 밖에서 타는 내 자전거를 장착해 실내에서 탈 수 있도록 만든 운동기구다. 판 위에 장착해서 페달을 굴리면 꼭 야외에서 타는 것 같은 현장감이 난다. 양옆 등 여러 방향으로 자유자재 움직인다. 운동 효과는 야외에서 사이클링 하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

 

“기존 실내 자전거는 재미가 없죠. 페달이 돌아가도록 밟는 것에 불과합니다. 얼티레이서에선 밖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똑같이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자전거가 코너를 돌 때 느낌, 위아래로 움직이는 느낌도 구현해냈어요. 스피닝 강사분이 얼티레이서를 탄 지 5분 만에 땀을 뻘뻘 흘리시더군요. ”

 

디캠프와 롯데그룹이 공동 개최한 3월 디데이에서 RDT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중식 대표 제공

 

 

그러면서 야외에서 타는 것보다 안전하다. 균형을 잡지 못하면 비틀거릴 뿐 넘어지지 않도록 설계한 ‘버티컬 서포트’라는 특수 장치가 핵심이다.

 

“얼티레이서는 페달을 밟을 때만 바퀴가 움직이기 때문에 7살 아이나 70대 노인이 타도 될만큼 안전합니다.” 각종 게임에 연동할 수 있다. TV 화면을 통해 레이싱 게임을 하면서 실감나게 탈 수 있다.

 

지하철 한티역에 있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얼티레이서를 체험할 수 있다. /더비비드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하이마트 수지 롯데몰점에서 얼티레이서를 체험할 수 있다. “타보기 전엔 ‘뭐가 다를까’ 의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한 번 타보시면 누구나 ‘다르다’고 말씀하세요.”

 

◇5개월만에 20kg 불어난 몸…살 빼려다 큰 일 날 뻔

 

영국의 사이클 선수 조 브라운과 함께. /이중식 대표 제공

 

 

이 대표는 원래 자전거와 거리가 멀었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 석사 졸업 후 부동산개발사업을 했다. 자전거와 인연은 대학원에 다니던 2013년 ‘대학 기숙사비의 결정 요인에 대한 연구 논문’을 쓸 때 시작됐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더니 5개월 만에 몸무게가 20㎏이나 불었어요. 키 174㎝에 90㎏을 넘었죠. 허리 36인치 바지가 안 맞았어요.”

 

급하게 살이 찌니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심장, 간, 폐, 신장, 무릎 등에 이상이 왔고 당뇨, 고혈압 증세도 왔다. “의사가 말하길 ‘이 검사 결과만 보면 지금 환자분이 문 열고 나가다 갑자기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더라구요. 살을 빨리 빼야 한다고, 그 정도로 위급하다고 했죠.”

 

이중식 리얼디자인테크 대표. /더비비드

 

 

의사 추천으로 자전거를 탔다. 3개월 만에 26㎏을 뺐다. 이후 자전거 타기가 취미가 됐다. “여느 때처럼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였어요. 당시 집 근처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덤프트럭이 자주 왔다

 

갔다했죠. 교차로에서 덤프트럭이 달려오는데 그날따라 속도를 안 줄이더라고요. 트럭을 피하려고 왼쪽으로 급하게 손잡이를 확 틀면서 주욱 미끄러졌죠. 버스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다행히 뼈가 부러지는 중상은 아니었지만 왼쪽 팔에 큰 흉터가 남았다. 트라우마가 생겨 이후로 밖에선 자전거를 못타게 됐다.

 

“할 수 없이 실내 자전거를 탔는데 너무 지루했어요. 밖에서 타는 것보다 운동 효과도 덜 했고요. 자전거를 얹어서 타는 사이클링 ‘롤러’라는 게 있긴 한데, 너무 위험해요. 야외에서 타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 자전거가 고정되지 않다보니 자전거가 좀만 휘청하면 낙상 위험이 크죠. 전문 선수도 넘어지면 크게 다친다더군요.”

 

◇’내가 타려고 만든 자전거’, 세계에서 주목받기까지

 

이중식 대표가 서울 성수동 철공소를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만들었던 얼티레이서 전신인 실내 사이클링 기기. 길이 2m70cm, 높이 70cm, 700kg으로 '쇳덩이'와 같다. /이중식 대표 제공

 

현재 얼티레이서 /RDT

 

 

‘집에서 안전하고 재밌게 탈 것’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원하는 모양의 실내 사이클링 장비를 그려서 서울 성수동 철공소를 찾아갔어요. 여러번 시도 했는데 원하는 모양이 안 나오더라고요. 연구에 연구를 했습니다. 그러다 특허까지 내게 됐습니다. 제가 원하는 자전거 하나 만들겠다고 하다가요. 아내에겐 비밀인데 돈이 정말 많이 깨졌습니다.”

 

미국에서 사업하는 친구 제안으로 사업화를 해보기로 했다. “북미는 워낙 자전거를 많이 타니까 잘 될 가능성이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PCT 특허를 냈죠.” PCT(Patent Cooperation Treaty)는 하나의 출원서로, PCT 회원국(153개) 전체에 특허 출원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제도다.

 

CES2020에서 얼티레이서를 취재한 BBC 크리스 폭스 기자와 이중식 대표. /이중식 대표 제공

 

 

특허 낸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자가 필요했다. 삼성전자 출신 공원근 공동대표, 한국 야마이치 공업 기술개발 이사 출신 최부식 공장장, 사오정 전화기를 개발한 이철형 개발 실장이 합류했다. “공 대표님은 27년 삼성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퇴직을 앞두고 있었어요. 최 공장장님은 40년 경력의 기계 분야 장인입니다. 공 대표님 제안으로 합류했어요.”

 

최고 기술자가 모이자 이 대표가 고군분투 하던 때와는 다른 차원의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제품을 만들 때까지 22개 시제품을 만들었어요. 2년 6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 EU, 일본, 중국 등에서 다시 특허를 출원했어요.”

 

이중식 대표의 딸이 얼티레이서를 타며 춤추는 모습. /이중식 대표 제공

 

 

제품의 가능성을 인정받기 위해 유로 바이크 2019, CES(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시회) 2020에 참가했다. “전시회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타보고 신기해 했어요. 그 중에서 한 사람이 갑자기 와서 얼티레이서를 타보더니 자신이 BBC 기자인데 기사에 싣겠다고 하더군요.” 이 CES에서 RDT는 결국 혁신상까지 받았다.

 

혜성처럼 등장한 얼티레이서를 보고 각종 기업과 기관, 병원 등에서 문의가 오고 있다. 전세계 모든 인구를 목표로 한다. “자전거 타기는 완벽한 운동에 가장 가깝습니다. 치매, 당뇨, 척추재활치료, 성장발육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요.

 

치매를 예방하려면 최대심박수를 올리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어르신은 뛰질 못하죠. 자전거를 타자니 넘어지면 더 큰 병을 얻을 수도 있고요. 얼티레이서는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지만 넘어지지 않으니 안전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강점

 

CES2020에서 얼티레이서를 체험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이중식 대표 제공

 

 

얼티레이서는 일반형, 어린이용, 고급형 등 총 3개 라인업으로 개발됐다. 일반형(396만원)은 장비와 함께 스마트폰·TV와 연동할 수 있는 무료 콘텐츠 6종으로 구성돼 있다. TV 화면에 콘텐츠를 연동해서 실감나게 탈 수 있고, 게임 속 세상을 구현해서 즐길 수도 있다.

 

비싼 가격임에도 대중화에 자신 있다. “세계적인 사이클링 회사 펠로톤이나 즈위프트 제품과 비교하면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실내 사이클링 기구 가격대가 66만~495만원인데 저희는 중위권대죠. 그러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타면서 현실감 있는 주행을 할 수 있는 건 저희가 유일합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하이마트 수지롯데몰점을 방문하면 얼티레이서를 체험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온라인에선 롯데렌탈 묘미, 메타샵 등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전 농구선수 전태풍씨, 전 유도선수 조준호씨가 얼티레이서로 경기하는 모습. /유튜브 엠빅뉴스 '하태주의보' 캡처

 

 

RDT 같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국내에서 투자받기 쉽지 않다. IT나 콘텐츠 기업들이 산업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제조업은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초반 제 사비와 은행대출로 버텼어요. 그러자 많은 고마운 분들이 나타났습니다. 체육진흥공단 등의 R&D지원 사업에 선정돼 약 1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어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는 CB(전환사채) 형태로 10억원을 지원해 주셨고요. 모두 고스란히 개발비에 들어갔습니다.”

 

얼티레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 실리콘밸리에서도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어렵다는 비관론이 대세였지만, 몇 년 전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다 되는 스타트업이 뜨고 있어요. 얼티레이서는 보고 따라하는 콘텐츠에서 끝나지 않고, 실시간 소통이 됩니다.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는 것도 되고, 갤러그나 1932 등 고전 게임 조이스틱으로 활용 가능해요. 현재 VR 콘텐츠도 개발 중입니다.”

 

◇창업자라면 공상과 몰입 빼면 시체

 

하이마트 수지롯데몰점에서 얼티레이서를 체험할 수 있다. /더비비드

 

 

젊은 시절 꿈을 찾아 오랜 기간 방황했다. “대학도 두어번 다시 들어갔고요. 전공도 몇번 바꿨어요. 1997년 동양베네피트생명(동양생명)에 입사해 PF로 일했는데, 신혼여행 다녀오고 나니 IMF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가 났대요. 이후 프라임투자자문에서 회사채 딜러로 일했습니다. 2000년 벤처 창업을 했는데 잘 안 풀려서 부동산개발업에 발을 들였죠. 참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요. 그때만 해도 자전거 만드는 사람이 될 거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생각해보면 결국 이 길로 오기 위해 거친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창업자로서 ‘공상과 몰입’을 강조했다. “사업가와 사기꾼이 종이 한장 차이라고 하잖아요. 창업은 원래 공상에서 시작해요. 그걸 실현하냐 못하냐의 문제죠. 최선을 다해 몰입해서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연주 더비비드 기자    입력 2021.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