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돈 많이 풀려 인플레 회피용
②각국의 디지털화폐 추진
③페이팔·비자카드 결제 허용
④채굴량 줄어 공급 부족 현상
대표적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17일 1비트코인(BTC)당 2만2000달러(2400만원)를 돌파,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오후 3시 가상 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1BTC의 가격은 2만2200.3달러였다. 하루 만에 14.63% 오르면서 기존 최고치인 2017년 12월 16일의 1만9497달러(2128만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락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불과 1년 전 가격은 6932달러로, 현재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2018년 말에는 개당 3000달러 수준으로 폭락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쉽게 인정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IT(정보기술)·금융업계에선 현재의 비트코인 상승세를 놓고 “2017년과는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투기적 기대심리에 의한 가격 상승이란 점은 비슷하지만, 2017년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을 합리화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부족했던 반면, 이번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에 대한 기술적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다. 또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돈이 전 세계에 흘러넘치면서 급격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자산 가격 상승 기조와도 맞물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제도권에 들어온 가상화폐 기술
2017년 이후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기술의 시장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우선 활용처가 늘어났다. 미국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은 지난 11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거래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내년에는 2600만 개의 페이팔 가맹점에서 가상 화폐로 결제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신용카드 업체 비자(Visa)는 미국 달러화에 연동된 가상 화폐 결제 시스템도 도입한다.
불법 화폐 취급을 받던 비트코인이 조금씩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광둥성 선전과 장쑤성 쑤저우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실험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발행을 검토 중이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도 가상 화폐 기술을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이 도입을 준비 중인 디지털 화폐는 비트코인과는 달리 1코인에 1달러로 가치를 지정해 안정성을 높인 ‘스테이블(Stable) 코인’이다. IT업계에서는 “세계 각국의 디지털 화폐 도입 움직임이 간접적으로 비트코인 기술의 신뢰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드는 ‘반감기'로 인해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 개수가 2100만 개로 정해져 있고, 2040년엔 발행 과정(채굴)도 끝난다. 현재 시장에는 1860만 개가 채굴돼 유통되는 중이다. 앞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비트코인은 240만 개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비트코인 사들여
올해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 사태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등 각국 중앙은행은 대대적으로 돈을 풀었다.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 3~9월 달러의 유통량은 1년 전 대비 20.4%, 유럽 유로화는 9.1%, 일본 엔화는 6.4% 늘었다.
이렇게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리자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커졌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 이후 돈 공급은 크게 는 반면,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소비는 줄고 현금 보유는 크게 늘어났다”며 “이들이 (백신이 나오는) 내년 이후 돈을 쓰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헤지) 수단은 금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비트코인도 그 대상이 됐다. 가상 화폐 거래 서비스 저미나이(Gemini)의 최고경영자 타일러 윙클보스는 “기관 투자자들도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세계 주요 통화의 가치가 계속 절하될 가능성에 대비한 보험인 셈”이라고 했다.
부정적 전망도 여전히 많다. 지난 11월 세계적인 투자가인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금과 비슷한 위치에 오르는 것을 정부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디지털 화폐가 본격 발행되면 비트코인이 한 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세계 최초이자 가장 대표적 암호 화폐다. 발행과 거래 내역을 암호화해 수많은 컴퓨터에 나눠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다. 발행·거래 내역을 조작하는 것이 극히 어려워 정부나 은행의 보증이 없지만 시장에서 실질적 화폐로 기능하고 있다.
[김성민 기자 dori2381@chosun.com] 입력 20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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