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터

난 서울, 상대는 뉴욕…3D 가상 회의실에서 진짜처럼 `콘택트`

해암도 2020. 6. 20. 06:55

코로나에 사용량 10배…가상현실 솔루션 `스페이셜` 써보니

이용자 사진 기반 아바타 띄워
직접 만난 듯 생생한 몸짓·대화
회의자료도 자유자재 3D 구현

이진하 CPO "전세계가 사무실
기기 경량화 등 단점 보완중"




◆ 불붙은 원격혁명 (中) ◆

스페이셜의 VR 솔루션을 활용해 뉴욕에서 재택근무 중인 이진하 CPO(왼쪽)와 서울에 있는 홍성용 매일경제 기자가 각자의 아바타로 3차원 가상 회의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아바타는 본인의 사진을 이용해 얼굴 생김이 닮았고, 상체만 구현된다. 가상공간에서 배낭 시제품 등 원하는 이미지를 3D 이미지로 띄울 수 있다. [스페이셜 VR 캡처]

 

 

"사무실로 직접 출근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아바타'로 가상현실(VR) 속 회의실에 입장만 하면 됩니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이 어디든 사무실이 되는 원격근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진하 스페이셜(Spatial) 공동창업자(최고제품책임자·CPO)가 "줌(Zoom)과 같은 영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의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제대로 된 소통에는 한계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영상회의를 할 때) 참여자가 5~6명만 넘어가도 양방향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상대방의 존재를 느끼면서 유대감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게 소통"이라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와 상관없이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소통할 수 있는 증강현실(AR)·VR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무 형태의 뉴 노멀"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이셜의 VR 협업 플랫폼을 활용해 미국 뉴욕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이 CPO를 기자가 직접 만났다. 먼저 스페이셜 웹사이트에서 3D 아바타를 만들었다. 이름을 정하고 성별을 선택한 뒤 증명사진을 업로드했다. 사진을 올린 지 10초가 지나자마자 기자와 얼굴이 같고 반팔티를 입은 아바타가 나타났다. 양손에 컨트롤러를 쥐고,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를 머리에 쓰자 순식간에 VR 세계로 들어갔다.

산 꼭대기에 위치한 별장의 넓은 거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원목 테이블과 창문 위까지 늘어진 화분이 실제와 똑같았다. 미리 접속해 기다리는 이 CPO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이 CPO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검지로 컨트롤러를 한 번 건드리자 손을 움직여 그와 악수할 수 있었다. 이 CPO는 "자연 풍광이 수려한 곳에서 일하고 회의하는 것을 상상하지 않느냐"면서 "건축가와 함께 상상 속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두어 차례 손짓하자 허공에 스크린이 띄워졌다. 스크린 위로 배낭 스케치와 배낭 사진들이 나란히 놓였다. 그 앞으로 세 개의 배낭 모델이 나타났다. 배낭은 크기를 키우거나 줄일 수 있었다. 최대로 크기를 확대해 세부 디자인을 살펴보거나, 형광펜을 꺼내 직접 고쳐야 할 부분을 표시할 수 있었다.

거실 한편에는 공룡 3D 이미지가 놓여 있었다. 원하는 이미지를 검색해 고르기만 하면 눈앞에 3D로 띄워졌다. 이 CPO는 "눈앞에서 바로 3D 이미지를 띄우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통 오류가 줄어든다"며 "바로 옆에서 회의하는 것과 같은 생동감이 든다. 논의 내용도 최종 상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별도 자료를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30분 남짓 VR 기기로 인터뷰하자 머리에 쓴 기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 CPO는 "AR·VR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올해 3분기에는 100g이 채 안되는 초경량 AR 글라스가 나올 것"이라며 "기기가 무겁고 갑갑하게 느껴지는 문제는 단시일 내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CPO는 코로나19가 원격근무 시대를 강제로 앞당겼고,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근무 형태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 세계 많은 근로자가 3개월 이상 원격근무를 경험했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기기를 쓰는 것만으로 만남이 가능해진다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출장 가서 호텔을 잡는 것보다 비용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업무나 교육의 기회를 바꾸면서 지역 간 격차를 줄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홀로그램을 이용하면 책상이 아무 데나 생기는 셈"이라며 "세계 어느 지역에서 살더라도 멀리 떨어진 곳에 내 아바타를 보내 출퇴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비대면 원격근무가 빠르게 자리 잡는 가운데 현장성을 가미한 VR·AR 솔루션이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셜의 AR·VR 협업 솔루션은 코로나19 직전(올해 1월)과 비교해 사용량이 지난 2~4월 중에 10배 이상 폭증했다. 포천 1000대 기업 중 30%가 솔루션을 문의해왔고, 이 중 10%가 스페이셜을 이미 사용해봤다. 현재 스페이셜은 LG유플러스, 엔리얼, 퀄컴 등과 손잡고 5G를 기반으로 하는 AR 협업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R 홀로그램 솔루션에 집중해왔던 스페이셜은 코로나19 이후 오큘러스 VR 버전을 내놨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VR 공간에서의 만남이 활용도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홍성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입력 2020.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