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채식 레시피북’

해암도 2020. 5. 21. 05:05

 

[애니멀피플] 쉽고 간단한 채식 요리법 소개한 책 2권

 

초식마녀 박지혜씨는 바쁜 직장인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비건 레시피’를 네 컷 만화로 기록해왔다. 초식마녀 제공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강과 환경, 동물권으로 인한 채식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반면, 여전히 채식은 맛없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존재한다. 처음 채식을 시작하려고 해도 어떤 재료부터 어떻게 먹어야 할지 막막한 게 사실이다. 채식과 비건을 좀 더 쉽고, 편하고, 행복하게 실천하는 방법이 없을까. 이같은 고민에 답하는 ‘손쉽고 지속가능한’ 채식을 소개한 레시피북 두 권이 연달아 출간됐다._______네 컷 만화로 비건 요리 소개한 ‘오늘 조금 더 비건’

 

‘오늘 조금 더 비건’

 

비건이라고 해서 나물과 샐러드, 김밥이 전부라면 그 누구도 오래 실천하지 못할 것이다. 지은이 박지혜씨도 스스로를 ‘인생의 대부분을 먹는 낙으로 보내던 먹보’라고 표현한다.

 

그런 먹보가 ‘비건’이 되기로 결심하며, 더 쉽고 맛있게 먹기 위해 레시피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외식이 어려워 직접 만들어 먹었던 비건 요리를 네 컷 만화에 담아 소개하면서 입소문을 얻기 시작했다.더 쉽고, 잘 먹기 위해 기록했던 그의 세 끼 식단이 한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채식하는 직장인으로서 무엇보다 그의 요리는 쉬워야 했다. 바쁜 아침 시간에도 뚝딱 만들어 먹을 수 있어야 하고, 매일같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서도 안 됐다. 구하기 쉬운 재료여야 오랜 시간이 들이지 않고 차려낼 수 있다. 때문에 그가 소개하는 레시피들은 단 그림 네 컷을 보고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나 같은 요리 겁쟁이들도 얼른 하나하나 도장 깨기를 하고 싶다”(신하나 낫아워스 대표)고 말할 정도다.간단하지만 다채롭다.

 

아침, 점심, 저녁 등 각 끼니에 소개한 요리들은 흔한 채소와 식자재들로 만들어졌지만 이름은 하나같이 새롭다. 올방개묵무침, 오이네즈 김밥, 유부부추당면국수, 토마토콩나물해장국, 마라두부덮밥 등이다. 세상에 없던 요리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상상케 하는 이름들이다. “자연에 덜 빚지는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지은이의 ‘비거니즘’이 온전히 담긴 레시피라고 할까.

 

초식마녀 박지혜의 ‘고수페스토’ 레시피. 채륜서 제공

 

요가 하다가 뭘 먹을지 고민하고, 냉장고를 지그시 보다 남은 재료를 몽땅 냄비에 때려 넣는 ‘엉뚱 발랄한 비건’인 그를 닮아 책도 알록달록 유쾌하다. 올 컬러 만화 레시피와 직접 찍은 요리 사진들이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더한다. “가장 힘 빠진 비건이자, 동시에 가장 힘찬 비건”이란 평가를 듣는 지은이의 비건 라이프는 유튜브 채널 ‘초식마녀 Tasty Vegan Life’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관련기사 : 초식마녀 박지혜 인터뷰 / “비건이 붐이라는데, 우리만 안 터지는 걸까요?”

 

채식 가족의 4년간 식탁 담은 ‘따뜻한 식사’

 

 

 

“비건이 붐이라는데, 우리만 안 터지는 걸까요?”

[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⑦ ‘비건먹방 양대산맥’ 초식마녀, 단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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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식사’

 

“맞은 편에 앉아 함께 먹고 싶습니다.” 책 표지에 적힌 한 줄 글귀는 이 요리책이 머금은 조용한 온기를 예고한다. 지난해 책 ‘요리를 멈추다-어느 채식부부의 고백’으로 채식이 바꾼 삶과 철학을 공유했던 강하라·심채윤 부부의 두 번째 책이다.

 

첫 책이 채식이 바꾼 라이프스타일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면, 이번 책은 온전히 식탁에 집중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부부는 “책에 소개한 음식을 먹으며 지난 4년간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책에 담은 것은 요리뿐이 아니다.

 

“훗날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따뜻한 식사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은 곧 음식이 즐거움이 되고, 위로가 되고,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 이들의 철학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이들이 말하는 훌륭한 음식은 어렵지 않다. 좋은 재료로 단순하게 요리한 음식이다.

 

책은 대부분 집에서 기본적인 도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정식 중심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들은 “우리 집에는 최신 주방 가전이 없다. 대부분의 요리는 1구 전기 레인지가 있는 작은 주방에서 만들었다. 환풍기 성능이 좋지 않아서 기름을 넣어 가열하는 요리를 최소한으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신 책은 자연이 전해준 생명력을 간직한 재료 선택에 집중한다. 레시피 옆에 식재료를 직접 생산한 전국 60여 곳 농부의 정보를 상세히 기록했다. 지은이들이 직접 장 보고, 식사를 준비하면서 “손과 발품을 통해 얻게 된 보물 정보”다. 딸기, 사과, 감자, 당근, 토마토 등 제철 과일 채소는 이들의 손끝에서 재료 본연의 맛과 풍미를 살리면서 ‘되도록 요리하지 않는’ 요리로 재탄생한다.

 

요리책이지만 계량을 적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먹여 주는 방식의 레시피에 의존하게 되면 감별하고 판단하고 생각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자주 맛을 보고, 자연이 주는 신선함 그대로를 느껴보라는 것이 지은이들의 충고다. 이들은 ‘비건만이 정답일까’라는 물음에 “어떤 형태로 채식을 하느냐보다 음식의 근원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따뜻한 식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레시피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껴안음 제공

 

책은 레시피를 상황별로 ‘늘 먹는다’, ‘가끔 먹는다’, ‘특별히 먹는다’ 3장으로 소개한다.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각 요리는 이름마저도 아름답다. 여름 오후에 먹는 토마토 국수, 겸손한 한 그릇 비빔밥, 말없이 비벼 당신에게 비빔국수 등이 그렇다. 우유 없이 만든 아이스크림과 굽지 않는 브라우니는 지속가능한 채식을 추구하는 이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관련기사 : 강하라-심채윤 부부 인터뷰/ “나의 비건, 권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아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등록 :202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