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봄에 만드는 각종 김치

해암도 2019. 5. 4. 07:02

봄에는 햇나물? ‘햇김치’ 드셔봐요

냉이·달래·두릅·민들래… 봄나물로 담가 먹는 별미 김치
4일까지 서울광장 ‘광주 햇김치 서울나들이’에서 선보여

김치 명인 허순심·곽은주·박기순씨(왼쪽부터)가 자신이 만든 햇김치를 3~4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광주 햇김치 서울나들이’에서 선보이고 있다./김지호 기자

"안 담그는 김치가 없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4일까지 열리고 있는 ‘광주 햇김치 서울나들이’ 전시관을 둘러본 관람객이 이렇게 말했다. 전시관은 냉이, 돌나물, 맨드라미, 달래, 두릅, 민들레, 양파, 돌나물, 풋마늘대 등 온갖 봄나물로 담근 햇김치로 가득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햇김치라는 말도 그렇지만, 배추가 아닌 나물로 담근 김치라니 낯설다. 전시관에 차려진 햇김치 20여 가지를 준비한 김치 명인들은 "햇김치는 김장이 다 떨어지거나 맛없어지는 봄에 햇나물로 담가 먹는 김치"라고 했다. 광주광역시가 지정하는 김치 명인들은 매년 ‘세계광주김치축제 명인 콘테스트’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분들이다.

곽은주 명인은 "반드시 배추에 젓갈과 고춧가루가 들어가야만 김치가 아니다"며 배추김치 하나로 김치가 획일화되는 현상을 아쉬워했다. "본래 김치는 어떤 채소로도 만들 수 있어요. 조상들은 그때그때 제철인 채소로 김치를 담가 먹었어요. 종류도 수백 가지를 헤아렸죠."

이들 김치 명인들에게 봄은 풍성하고 다양하게 나오는 나물로 담그는 햇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어 특히 좋은 계절이다. 허순심 명인은 "나물로 무쳐 먹지만 말고 김치를 담가 먹어보라"고 했다. "꽃 피기 전 새싹일 때의 민달래로 김치를 담그면 쌉쓰름하면서 얼마나 맛있다고요."

"봄철 햇김치는 살짝 절이고 가볍게 양념하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김치 명인들은 말했다. 박기순 명인은 "햇나물은 부드럽고 연하기 때문에 가을 배추처럼 오래 절이면 고유의 맛과 향이 사라진다"며 "절이는 시간, 소금물 염도를 김장김치보다 훨씬 연하게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햇김치 채소 절일 소금물은 김장용 배추 소금물의 3분의 1 정도의 염도면 알맞다. 김장 배추는 보통 염도 10%의 소금물(물 1L당 소금 10g)에 절인다. 절이는 시간은 30분~1시간이면 충분하다. 김장김치에는 대개 찹쌀풀을 쒀서 양념을 버무려 넣지만, 햇김치에는 밀가루풀이 더 알맞다. 젓갈도 갈치속젓 등 깊고 강한 맛을 내는 것보다는 새우젓처럼 가벼운 감칠맛을 지닌 것들이 어울린다.

‘광주 햇김치 서울나들이’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김치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달래김치, 민들래김치, 돌나물물김치, 갓물김치, 와송수삼백김치, 봄채소버무림김치, 무동아물김치, 맨드라미김치./음식인문학연구원
다음은 이번 행사에서 명인들이 선보인 햇김치과 이들이 귀띔해준 햇김치 제대로 담그는 노하우:

유채김치: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유채를 꽃이 피기 전 연한 줄기와 잎을 소금에 살짝 절이고 멸치액젓, 고춧가루, 마늘 등으로 가볍게 양념해 담근다.

냉이김치: 냉이는 쌉쌀한 맛과 향이 매력적인 대표적 봄나물 냉이를 액젓에 절이거나 살짝 데쳐 약간의 양념에 버무린다.

두릅김치: 옅은 소금물에 하루쯤 담궈 두거나 끓는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 고춧가루·액젓 등의 양념에 버무려 살짝 익혀 먹는다. 간을 약하게 해야 사각사각 씹는맛과 특유의 향이 산다.

풋마늘대김치: 10cm 정도 길이로 잘라 소금물에 절여 멸치젓국에 새우젓,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양념으로 버무려 숙성시킨다.

달래김치: 소금에 절이지 않고 고춧가루, 젓갈, 설탕 등으로 가볍게 양념해 향을 살려 먹는 겉절이 김치이다.

미나리김치: 씹는맛과 향이 오래 남는 별미 김치. 봄과 여름에 잠깐 맛볼 수 있다. 생 미나리로 김치를 담기도 하지만 살짝 데쳐 멸치젓, 고춧가루, 마늘 등을 넣어 바로 먹기도 한다.

귤 물김치: 겉·속껍질을 모두 제거한 귤 낱알을 살짝 절인 배추·무와 미나리, 홍고추와 함께 새우젓으로 간 하고 국물을 부어 담근다.

양파김치: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해 입맛을 돋워준다. 육류 등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여 름에도 많이 담근다.

봄동김치: 소금물에 잠깐 절여 실파와 미나리, 고춧가루, 멸치젓, 마늘 등으로 겉절이를 담가 먹는다.

얼갈이열무김치: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절여 건고추·홍고추·액젓·사과·배·새우젓·보리밥(또는 감자)으로 양념해 하루쯤 숙성해 먹는다.

풋고추열무김치: 살짝 절인 열무에 풋고추·홍고추·마늘·보리밥·새우젓을 넣고 굵고 거칠게 빻은 양념에 버무린다.


 조선일보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19.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