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변순영씨 숙명여대 최고령 졸업

해암도 2013. 8. 26. 10:02

72세에 학사모… 포기하지 않는 것이 인생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가부장제 속에서 말을 꺼내기조차 쉽지 않았어요. 졸업이 남들에게는 새 출발이겠지만 제게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숙명여대는 변순영(72) 할머니가 23일 학위수여식에서 숙명여대가 개교한 107년 이래 최고령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1961년 3월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한 변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이후 중소기업을 직접 운영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나아졌음에도 할머니는 복학을 할 수 없었다. 결혼육아라는 장애물은 물론 '여자가 무슨 공부냐'는 편견이 이유였다.

50년을 휴학생으로 보낸 변 할머니는 2011년에야 '대학교 2학년생'으로 캠퍼스에 돌아올 수 있었다.

세월 탓에 시력과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가족과 학생들의 격려에 힘을 냈다.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고 공부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학교 앞에서 하숙과 자취도 했다.

영문과 8년 후배인 조무석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는 "포기하지 않는 게 바로 인생"이라며 "선배님은 용기와 열정으로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셨다"고 말했다. 최서우(21) 영문학부 학생회장은 "이번 졸업식은 우리에게나 할머니에게나 특별하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시면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신 할머니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 2013.08.25 16:5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