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어린이책 2월- 이나영의 '시간가게

해암도 2013. 2. 2. 07:14

 

시간가게 이나영 글

윤정주 그림|문학동네|204쪽|1만1000원

'시간이 필요하십니까? 시간이 부족한 분께 시간을 드립니다.

―시간가게-

 

학원에 지각한 윤아가 길에서 허둥댈 때 이 전단이 날아와 얼굴에 붙는다.

공부 잘해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초등학교 5학년 소녀는 시간가게로 들어간다.

하루 10분씩 '나만의 시간'을 산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창작 동화 '시간가게'는 행복했던 기억을 주고 시간을 사는 위험한 거래로 시작된다.

온 세상이 멈추고 나만 쓸 수 있는 시간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윤아는 수학 시험 시간에 마법 시계를 눌러 남들의 시간을 정지시킨 뒤 전교 1등 수영이의 답안지를 베낀다. 이제 윤아가 전교 1등이다. 얼굴이 화끈거린 건 잠깐이고 점점 우쭐해진다. 마음이 불편했지만 숙제 폭탄이 싫었고 무엇보다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윤아는 급기야 마법 시계를 이용해 미운 친구를 골탕먹이고 남의 물건을 훔치기도 한다.

 

 

행복했던 기억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불행해지는 과정이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마음의 풍경을 묘사하는 글솜씨와 담백한 삽화가 어울린다. 윤아는 돌아가신 아빠와 행복했던 기억마저 고작 10분 때문에 없앴다는 것을 깨닫는다. 행복해지기는커녕 과거도 현재도 엉망진창이 돼버린 것이다.

 

다시 시간가게를 찾은 윤아.

"네 시간을 팔면 행복했던 기억을 살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멈추기 위해 넘어지고 아픈 걸 견뎌야 한다. 윤아는 용기를 낸다.

시간가게로 돌아가 시계를 풀고 발로 힘껏 밟아 부순다. 평범하지만 행복한 윤아로 돌아온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환상에서 빠져나올 때 외는 주문도 "집이 최고다, 집이 최고다, 집이 최고다!"였다.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온전한 자신의 시간에 대한 어린이의 열망을 환상적인 설정을 통해 잘 풀어낸 동화"라는 평이다. 웃음과 온기도 넉넉히 담아낸 책이다

                                                    (조선일보 선정 이달의 어린이책 2월- 이나영의 '시간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