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 보드(점판)를 사용한 교령술, TV 드라마 ‘롱아일랜드 영매’ 시청, 마법에 관한 책 읽기는 10대들이 흔히 집착하는 놀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자녀를 둔 어머니에겐 큰 걱정거리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로선 퇴마 산업의 성장을 의미할지 모른다.
최근 가톨릭 온라인 잡지 ‘크럭스’의 조언 칼럼에서 한 익명의 어머니는 딸아이의 주술 관심이 앞으로 “검은 립스틱과 사탄 숭배”로 이어질지 걱정이라며 상담을 요청했다.
그 아이가 누구든 간에 그런 10대가 숱하다. 마법이 주류 문화로 편입된 상황이다. 최근 크게 히트한 ‘위자’ 같은 영화, 유령을 사냥하는 리얼리티 TV 쇼, 게다가 ‘해리 포터’ 책까지 가세한 결과다. ‘크럭스’의 조언 칼럼니스트는 그 어머니에게 딸의 행동은 대부분 무해하다고 말했지만 가톨릭 구마사제들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대교구의 구마사제인 빈스 램퍼트 신부(바티칸에서 훈련받은 미국인 구마사제 50명 중 한 명)는 “구마사제와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악마가 자신의 게임에 더 집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다른 구마사제들도 동감한다. 지난 10월 말 국제퇴마사협회(세계구마사제협회)는 주술과 사탄주의의 영향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그 협회의 대변인 발터 카치올리는 사탄 숭배단체가 증가 추세라며 “악령의 활동이 크게 늘었다”고 경고했다.
“악령에 완전히 홀릴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아주 드물다”고 램퍼트 신부가 말했다. “우리 교구에서 3~4년에 한 번 정도 그런 경우를 본다.”
대부분의 경우 ‘괴롭힘’이나 ‘강박 유도’는 구마식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보통은 구마사제가 그런 사람들을 상담하는 것만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하느님에게 등을 돌릴 때 주로 그런 악령과 관계를 맺게 된다고 구마사제들은 말한다. 기도를 하지 않거나 타로카드 점을 보는 행위도 거기에 포함될 수 있다. ‘주변 침범’도 있다. 물리적인 장소에 악령이 존재하는 형태를 말한다. 그럴 경우 신부가 그 사람의 집이나 일터에 찾아가 악령의 존재를 확인한 다음 현장에서 기도로 악령을 쫓아낼 수 있다.
“신부 외에는 아무도 악령에 홀린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선 안 된다”고 램퍼트 신부가 말했다. 악마는 주로 현장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를 찾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 자리에 참석하는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기도를 하기 위해서다. 구경거리가 결코 아니다.”
구마식을 행하는 날이 되면 램퍼트 신부는 금식을 하고 고해성사를 한 다음 미사에 참석한다. 정신적인 준비 과정이다. 구마식 자체는 30분 정도 진행되는 기도로 이뤄진다. 먼저 하느님에게 도움을 구하는 ‘간원 기도’를 한 다음 악령에게 떠날 것을 명하는 ‘명령 기도’를 행한다. 신부는 자주색 스톨을 걸치고 십자가와 성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램퍼트는 그 과정에서 구마식을 받는 사람의 눈이 뒤집히거나 입에 거품을 물거나 으르렁거리거나 사지가 뒤틀리는 등 온갖 현상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램퍼트 신부는 2006년 로마에서 구마사제 훈련을 받는 동안 다른 신부가
행하는 구마식에 참석했을 때 예식을 받는 여인이 공중부양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돌이켰다. 그 신부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기도를 멈추지 않고 그
여인을 계속 의자에 눌러 앉혔다. “악령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기도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램퍼트가
말했다.
구마식의 본질은 세계 가톨릭교회 어디서나 같지만 실제로 환자에게 구마식이 필요한지는 해당 구마사제가 결정해야 한다.
램퍼트는 구마식을 의뢰 받으면 환자에게 먼저 의사나 심리학자를 찾아가 보라고 주문한다. 환자가 보이는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의학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경우에만 직접 그 환자를 만나 상담하면서 서로 구마식이 필요한지 확인한다. 악령에 홀린 사람이 반드시 가톨릭 신자일 필요는 없다.
실제로 램퍼트가 상담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가톨릭 신자가 아니다.
“개종이 목적이 아니다”고 램퍼트 신부가 말했다. “진정으로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구마식을 행한 후 램퍼트는 그 환자가 믿는 종교의 성직자와 그를 연결시켜 준다. 자신의 할 일이 끝나고 난
뒤 환자가 의존할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메리 체이스틴은 램퍼트의 구마사제 보조다. 체이스틴은 램퍼트 신부의 도움을 원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로부터 매년 전화나 이메일을 600건 이상 받는다. 핼러윈이나 보름날이 흔히 말하는 ‘대목’이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자녀를 가진 어머니들을 상대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체이스틴이 말했다. 어떤 경우가 구마식에 적합한지 걸러내는 것이 자신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고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런 상황이 악마에게 홀린 것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구마식이 치료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구마사제인 호세 안토니오 포르테아 신부는 다른 접근법을 사용한다. 그는 환자에게 사전에 의사의
진단을 받으라고 요구하지 않고, 그 사람을 직접 상담하며 그를 위해 기도해 준다. 기도하는 중에 환자가 방언을 한다든가 으르렁거리거나 욕설을
하면 포르테아는 그가 악령에 홀렸다는 표시라고 판단한다. 외부적으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는 환자에게 의사를 찾아가 보라고
권한다.
어떤 경우엔 ‘복합 증상’도 있다. 한번은 젊은 여성이 포르테아 신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손을 하루에 최소한
30번은 씻었다. 포르테아는 그런 증상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정신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든 사람에게
그러듯이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 주었다.
“그러자 이 젊은 여성에게 악령이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고
포르테아 신부가 돌이켰다. 그는 그녀에게 심리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하면서 매주 한 번씩 자신을 찾아오면 기도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녀는 “완전히 치유됐다”고 포르테아가 말했다.
이런 일화들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만 구마식은 손쉬운 치유책이 결코 아니다.
구마식이란 해당되는 사람의 신앙을 되찾도록 해주는 전체적인 과정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체이스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마식 묘사를 가리키며 “구마는 흥미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예식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구마는 신앙의
의식이다."
글= ZOE MINTZ [중앙일보] 입력 201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