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아들을 향한 아내의 과도한 잔소리, 훗날 며느리가 욕할까봐서라는데...

해암도 2014. 9. 25. 11:49

아들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떠받들어 키워온 우리 옛 어머니들.

그 결과 남편과의 동등한 관계, 행복한 동거가 불가능하다는 아내들의 아우성에 우리는 이미 익숙합니다.


아들을 잘못(?) 키운 시어머니들에 대한 반발과 반성으로

이제 내 아들만큼은 누군가의 좋은 남편감으로, 여자들의 이상적인 파트너로 키우겠다는 젊은 엄마들.

그러나 한 소년을 좋은 남자로 키우는 진짜 힘은 과연 무엇일까요?

오늘의 손님은 묻고 계십니다.

 

아들은 여자들의 이상적인 파트너로

딸은 독립적인 야심가로 키우려하는 아내

 

 

저는 결혼 14년차, 마흔살 고개를 넘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들 딸 남매를 두었습니다. 큰 애가 초등 5학년 딸아이, 막내가 초등 3학년 아들입니다.

자랑 같지만, 딸아이는 워낙 야무지고 똘똘해서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크게 나무랄 일이 없네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기 관리도 잘 합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은 24시간을 제 엄마의 잔소리에 절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숙제나 공부는 물론이고, 책가방 싸기, 준비물 챙기기, 심지어 세수나 양치까지도 제 엄마와 실랑이를 하죠.

잔소리 하는 엄마도 힘들 테고, 듣는 아들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며칠 전, 여느날처럼 아내의 잔소리를 흘려듣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아들에게, 소변을 볼 때는 변기에 앉아서 누라고 이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연한 남자아이에게 앉아서 소변을 보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제가 끼어들었습니다.

아내의 말인즉, 서서 소변을 보면 변기 주위를 더럽히는 일이 잦답니다.


그 말에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제가 그랬습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인데, 엄마 손이 자주 간다고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려고 하느냐고요.

정히 싫고 꺼림칙하면 앞으로 내가 아들 대신 변기 청소를 자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본격적으로 자기 주장을 펴더군요.

서서 볼일 보는 게 무슨 자연의 이치냐?

서구 유럽의 남성들은 이미 다수가 앉아서 볼일 본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많은 엄마들이 아들 뿐만 아니라 남편까지도 앉아서 누도록 바꾸고 있다고요.

 

그 말을 듣고 제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엔가 아내가 한 번 묻더군요.

유럽에는 앉아서 소변 보는 남성들이 많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그 당시 저는 아내의 질문에 어떤 의도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유럽의 남성들을 맘껏 비웃어준 기억이 납니다.

그게 남자가 할 짓이냐고요.

이제 보니 그 당시 아내는 저를 서구유럽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제안을 했던 거였습니다.

 

결국 아들을 변기에 앉히려는 아내의 계획은 저의 반발로 유보되었습니다.

제가 청소를 담당하고, 우리 부자가 화장실 청결상태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조건으로요.

하지만 아내의 불만은 여전하네요.

남성성의 확인을 꼭 화장실 볼일 볼 때 해야 하느냐,

신사적인 매너를 갖추고, 여자들과 노약자를 배려하는 게 남자다운 남자다. 등등...

 

그러나 저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꼭 화장실 문제뿐이 아닙니다.

아내는 아들을 키우는 마인드 자체가 편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들을 그 자체로 멋진 남자로 키우려는 게 아니라, 꼭 보면 요즘 여자들이 원하는 이상형으로 키우려는 것 같으니 하는 말입니다.

여자를 배려하고 여자에게 양보해라, 여자의 마음을 알아줘라, 그러면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런 말을 할 때는 꼭 제가 부정적인 비교대상이 되죠

틀려먹은 남편을 뜯어고치는 건 포기하고 차라리 어린 아들을 자기 마음에 들게 키우려는 걸까요?

 

앉아서 소변봐야 하는 이유 중에는, 나중에 며느리가 욕할까봐 미리 가르쳐놔야 한다는 이유도 있답니다.

자식을 누군가의 좋은 배우자로 키우려는 마음이야 이해하죠.

그러나 딸을 대하는 아내의 자세는 그와 180도 다릅니다.

남자를 배려해라, 이해해라 가르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남자 눈치보지 말고 자기 주장을 펴라. 남자를 믿지 마라. 남자한테 질 수는 없다.

남자한테 헌신하면 바보된다라고 가르칩니다.

심지어 ‘굳이 결혼할 필요 없다’는 위험한 발언까지 합니다.

아직 그런 생각을 해볼 필요조차 없는 아이에게 말입니다.

 

이건 뭔가 불공평하지 않나요?

아들을 여자들의 이상형으로 키운다면, 딸도 남자들의 이상형으로 키워야죠.

부드럽고, 헌신적이고, 야심보다는 정서가 발달한 여성으로요.

 

물론 아이들이 제각각 행복한 삶을 찾아가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저희 부부는 한마음입니다.

그러나 아이들 교육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아내가 ‘아들’의 마음과 세계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합니다.

소년이었던 적이 없는 아내는, 아들을 볼 때 여자들이 남자를 보는 눈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깔끔하고 잘 정돈된 매너남으로 키우고 싶어 아들의 본성을 공들여 깎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다고 아들이 매너남으로 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점점더 엄마의 잔소리를 자장가 삼아 무시하게 되는 것 같더군요.

 

학교에서도 여자아이들이 우세하다고 하는데, 그 역시 비슷한 원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선생님들이 다수이고, 또 요즘처럼 공부 양이 과중한 경우에는 무엇보다 성향이 순응적인 아이들이 유리한 법이니까 남자아이들이 밀리는 것 아닌가요?

소년들 마음 속에는 오직 한 가지에 꽂혀서 그쪽으로 내달리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엄마들은 그런 마음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제 주위 후배들을 봐도, 우리 윗세대들과는 다르게 유약한 남자아이들이 많습니다.

여자를 무시하는 마쵸는 저 역시 혐오합니다만, 남자다운 남자가 그리워지는 세상입니다.

아들을 근성과 배짱을 갖춘 진짜 사나이로 키우려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