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드럼 하나로 뉴욕을 두드리다

해암도 2014. 6. 6. 05:18


뉴욕서 성공한 '천재 드러머' 이상민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과 팀 이뤄… 그래미상 겨냥한 앨범 만들고 있어

이상민은“드러머를 밴드의‘가장 주목받는 자리(hot seat)’라고 한다. 뉴욕에서 동양인 드러머가 성공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상민(35)의 드럼은 냉철하고 단호했다. 단 하나의 북과 심벌도 소외되거나 낭비되지 않았다. 그것은 몰아(沒我)의 연주라기보다 궁구(窮究)의 타악이었다. 그는 드럼이 한 번도 내지 않았던 소리를 끌어내려는 연구자처럼 보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LIG아트홀에서 열린 '이상민 그룹: 서울―뉴욕 정션' 공연에서 이상민은 재즈밴드가 보여줄 수 있는 최첨단의 음악을 선사했다. 그래미상을 받은 케이시 벤자민(색소폰)을 비롯해, 레오 지노베즈(피아노), 랜디 런얀(기타), 루벤 케이너(베이스)까지 무대에 함께 선 이들 모두 정상급 연주자들이다. 이상민은 "뉴욕 뮤지션들에게 이들과 한국 공연 간다고 했더니 다들 '진짜냐, 믿을 수 없다'며 깜짝 놀라더라"고 했다. 18세 때 한상원밴드 멤버로 출발해 20세 때 밴드 긱스에서 '천재 드러머'로 불렸던 이상민은 눈을 비비고 봐야 할 만큼 성장했다. 지난 2일 그를 서울 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6년 버클리음대를 졸업한 그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뉴욕에서 활동해왔다.

"뉴욕 갈 때 확신은 없었어요. 내 음악적 자질에 의심도 들었고… 뉴욕에서 드러머로 성공한 동양인이 아무도 없거든요. 하긴 그게 더 매력적이긴 했죠. 그때 겐고 나카무라를 만났어요." 겐고는 윈튼 마살리스 밴드의 유일한 동양인 멤버였던 일본인 베이시스트다. "내가 드럼으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이상민에게 겐고는 "3년이면 되겠다"고 했다. 그 말은 이상민에게 큰 힘과 용기를 줬다. 그 말을 들은 지 5년 지난 올해, 이상민은 뉴욕에서 '재즈의 다음 세대를 이끌 뮤지션들'이라 불리는 멤버들을 이끌게 됐다.

14세 때 드럼을 치기 시작한 그는 2002년 긱스 해체와 함께 보스턴으로 유학 간 이상민은 다른 언어와 문화 때문에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매일 교수를 찾아갔어요. 수업 때 알아듣지 못한 것을 다시 물어보러 갔던 거예요." 그는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음악을 해왔느냐가 내 음악을 결정한다. 미국에서 처음 겪은 문화적 충격과 경험들도 모두 내 음악에 녹아 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이상민그룹 공연.
지난달 30일 열린 이상민그룹 공연. /LIG아트홀 제공
2006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비 월드투어를 비롯해 윤상 이소라 박효신 박정현 김범수 이수영까지 히트하는 거의 모든 음반에 드러머로 참여했다. "제 생계 문제 때문이었지만, 버클리에서 배운 모든 것을 실제 연주로 풀어내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머릿속에 있던 것들이 전부 정리되는 느낌이었죠."

그는 이번 공연 멤버들과 함께 올해 내로 앨범을 녹음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 음반사에서 낼 생각입니다. 그래야 그래미상 후보 자격이 있으니까요." 이미 1집 'Evolution'(2010)을 낸 그의 2집은 그래미의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그의 공연뿐 아니라 확신까지 봤기에 장담할 수 있다.                                                        한현우 기자 입력 : 201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