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동물들에게만 존재하는 '경이로운' 감각기관

해암도 2013. 3. 14. 16:56

 

동물들에게만 존재하는 '경이로운' 감각기관

인간에게는 시각, 미각, 청각, 촉각, 후각 5가지의 오감(五感)으로 사물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동물들은 인간에 비해 놀라울 만큼 뛰어난 오감(五感)을 가지고 있다. 오감뿐만 아니라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이상의 감각을 발휘하기도 한다.

 

 

 

어둠 따위 두렵지 않아. 초음파로 세상을 보는 박쥐

눈 가린 박쥐는 장애물 통과
귀마개 한 박쥐는 부딪혀
과학자들, 재미있는 실험

길을 잃어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숲 속에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해 보자. 끊임없이 돌부리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걸려 찢어지거나 심하게는 커다란 나무에 정면으로 얼굴을 부딪혀 눈 앞에 ‘번쩍!’ 별이 보일 지도 모른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몰라 등골까지 오싹오싹. 빛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빛의 소중함을 느낄 필요가 없는 동물이 있다. 이들은 불빛 하나 없는 곳에서도 잘만 살아간다. 특히 박쥐가 밤사이 장애물에 부딪혀 다치거나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 박쥐는 새까만 먹물을 칠해놓은 듯 보이는 시꺼먼 동굴 속은 물론 나뭇가지가 얽혀 있는 울창한 숲 속을 ‘휙휙∼’ 날아다닌다. 어떻게 박쥐는 나뭇가지나 가느다란 전깃줄을 보고 미리 피해 날아다닐 수 있는 걸까?


그 비결은 바로 초음파다. 박쥐는 코와 입 부근에서 초음파를 쏘아 내보낸다(이 소리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초음파는 공기 중으로 나갔다가 장애물에 부딪히게 되면 다시 되돌아오는데 박쥐는 이 되돌아오는 초음파를 듣고 ‘아! 몇 m 앞에 어떤 모양과 크기의 장애물이 있구나!’를 알 수 있다. 눈 대신 귀로 들어서 주변 지도를 그리는 셈이다. 먹이를 잡을 때도 이 초음파를 이용하면 간단하다.



오래 전 학자들이 박쥐를 데리고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 있다. 눈가리개를 한 박쥐는 약 30cm 간격으로 늘어뜨린 가느다란 철사줄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피하며 날아갔지만, 귀마개를 한 박쥐들 대부분은 철사줄을 피하지 못했다. 박쥐에게는 눈 대신 귀로 듣는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들에게도 이런 능력이 생긴다면, 밤중에 정전이 되도 안심하고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고, 술래잡기를 할 때도 힘들이지 않고 친구를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참, 길목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는 밤도둑도 한방에 잡을 수 있겠구나!


/ 김소희ㆍ동물 컬럼니스트


박쥐

세계적으로 약 950종 서식

이솝우화 중에는 낮에는 새로, 밤에는 쥐로 지내는 박쥐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박쥐는 새도 아니고 쥐도 아니다. 박쥐는 날아다닐 수 있는 유일한 포유 동물이다.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는 동물이란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약 950종이 있으며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산다. 동굴과 숲, 사람이 사는 집 등 여러 환경에서 살아간다. 우리나라의 일부 지역에도 일명 황금박쥐라 불리는 붉은박쥐가 발견되곤 하는데,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흡혈박쥐는 우리나라에 없으니 안심해도 좋을 듯.


아가야, 무덤이 아니라 따뜻한 요람이야

알을 묻어버리는 무덤새

보통 새들은 몇 주 동안 정성껏 알을 품어 새끼를 부화시킨다. 그런데 알을 품기는커녕 알을 깊은 흙더미 속에 파묻어 버리는 새가 있다. 가엾은 새끼들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고?

이름마저 무시무시한 ‘무덤새’가 그 주인공인데, 이 녀석들의 둥지가 ‘으악! 이런 곳에 웬 무덤이?’라고 생각하기 딱 좋을 만큼 땅 위로 봉긋 솟아오른 모양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한편, 영어 이름은 메가포드(megapodeㆍ‘거대한 발’이란 뜻)인데, 큰 발로 엄청난 양의 흙더미를 퍽퍽 헤쳐가며 둥지를 짓는 행동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정도면 ‘뭔가 둥지가 심상치 않나보다!’ 하는 느낌이 팍팍 오지 않는지?

무덤새 수컷은 새끼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새끼를 위한 집을 짓는다. 일단 크기가 엄청나다. 먼저 깊이 1m, 지름이 2m 정도 되는 구덩이를 판 뒤,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 낙엽, 나무부스러기들을 가져와 구덩이를 메운다. 그 위에 포클레인 같은 발을 이용해 모래와 흙을 덮으면서 점점 둥지가 땅 위로 불룩 솟아오르기 시작하고 결국 높이 1m, 지름 4∼5m 커다란 무덤 모양의 둥지가 완성된다. 겨우 닭만한 녀석이 웬 집 욕심이 그리 많은지, 사람 몇 명은 너끈히 들어가 누울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자 이제 둥지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안에 있는 나뭇가지와 낙엽 등이 썩으면서 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체온 대신 ‘퇴비’가 내는 열로 알을 부화시킬 계획인 것. 점점 열이 높아져 ‘알까기’에 딱 좋은 섭씨 32∼34도 사이가 되면(그러려면 약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암컷이 그 안에 알을 낳는다. 어째 새끼들을 퇴비 속에서 태어나게 한다는 게 좀 찜찜하지만,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 ‘천연부화기’를 완벽하게 작동시키는 아빠 무덤새의 능력과 노력은 정말 놀랍다. 

특별한 둥지를 만드는 것으로 이름난 무덤새 / 서울대공원 제공
연구 결과, 천연부화기의 온도가 항상 33도로 유지된다는 것과 수컷의 부리와 혀가 온도계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컷은 수시로 부리를 흙더미 속에 집어넣어 온도를 확인하는데, 그야말로 달인의 경지에 이르러 ‘아, 애들이 좀 춥겠구나’ ‘아, 애들이 땀 좀 흘리겠는걸?’을 정확히 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구멍을 파서 열이 빠져나가게 하거나 그늘진 곳의 시원한 흙더미를 끌고 와 뿌린다. 해가 너무 뜨거우면 흙을 더 두껍게 쌓아 열이 직접 닿는 것을 막고, 낙엽이 다 썩어 퇴비의 열기가 식으면 흙을 걷어내 태양열이 곧장 전해지게 한다. 그래서 둥지는 때에 따라 무덤모양, 분화구모양, 혹은 더 높았다 낮았다 하며 그 모양이 계속 바뀐다.

이렇게 새끼들을 위해 수컷 무덤새는 하루에 30∼40kg의 흙더미를 나른다고 한다. 그것도 일년에 11달 동안이나! 하지만, 약 2달 후 태어난 새끼들은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없이 바로 숲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무덤새는>

꿩목 무덤샛과에 속하며 22종이 있다. 닭보다 약간 큰 크기로 어두운 회색빛에 검은색 갈색의 얼룩이 있다. 몸무게는 1.5∼2kg, 수명은 25∼30년. 곤충이나 씨앗과 식물을 먹고 산다. 암컷은 5∼10일에 거쳐 30∼35개 알을 낳는다. 새끼는 태어나면서부터 깃털이 모두 나 있고, 알에서 깬 지 한 시간 안에 달리고 24시간 안에 날 수 있다. 부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곧장 독립한다. 오스트레일리아와 폴리네시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숲이나 덤불 등지에 산다

                                                                                     조선: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