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테슬라에서 비트코인까지’
둘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올해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주가는 연초 33달러에서 10월 한때 182달러까지 상승했다.
전자화폐인 비트코인 역시 1년 전 13달러에서 최고 1200달러까지 올랐다. 또 하나는 둘다 미래 성장성을 대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미래의 동력 변화를 상징한다면, 비트코인은 미래 결제수단의 변화를 상징한다.
시장 입장에서 테슬라나 비트코인 같은 성장 관련 부문의 급등이 달갑지 않다. 버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가가 몇 년에 걸쳐 오르는 대세 상승의 경우 대개 세 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첫번째는 과거 실적이 반영되는 시기다. 상승이 시작되기 전 주가는 자기 실적보다 더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작용하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상승은 주가와 실적 사이에 괴리를 메워가는 형태로 시작될 수 밖에 없다.
이 단계를 지나면 주가는 1~2년 후의 실적을 추정해 움직인다. 가까운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므로 합리적인 주가 흐름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은 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작용한다.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실적이 대부분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 먼 미래의 소설같은 이야기들이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버블이 만들어진다.
2000년 정보통신(IT) 버블 역시 세번째 단계에서 나타났다. 당시 국내외에서 정보통신 주식은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대상으로 인식됐고, 미래에 대한 그림 역시 실제 이상으로 확대 포장돼 얘기됐다. 일례로 2000년 당시 화상 전화가 해당 기업에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주리라 기대됐지만 기술적으로 현실화된 지금 그다지 매력적인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허무맹랑한 기대였다고 볼 수 있다. 테슬라와 비트코인의 등장을 보면서 2000년을 떠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비트코인 관련주에 투자하지 않았으면 한다.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둔 주식의 가격 흐름은 유사하게 진행된다. 기대가 있을 때는 급등하지만 기대가 사라지면 급락하고, 대다수 기업이 정리되는 단계를 거친 후 진짜 수익성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재상승하는 형태다. 이 과정은 몇 년에 걸쳐 진행되며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 현실성 없는 산업이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비트코인이 정말 타당성 있는 사업인지, 어떤 주식이 정말 수혜를 볼 수 있는 건지 검증되려면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금융시장의 역사는 버블의 역사와 동일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3.12.12